기사 메일전송
(김유철) 붓과 시편 : 雲 / 운 / 구름. 습기. 높음
  • 김유철
  • 등록 2016-08-16 10:31:38
  • 수정 2016-08-16 10:37:46

기사수정


雲 / 운 / 구름. 습기. 높음



구름은 저 멀리 있는 듯 했지만 높게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늘 구름은 아래에 있었다. 하기는 미륵산에만 올라가도 구름은 발아래에서 흰 몸을 뒹굴려 검게 만들기도 했다. 구름은 참 개구졌지만 안개를 만나는 날이 오면 사색가가 되기도 했다.




운무雲霧




미륵산에서 바라본 세상은 짙은 운무였다

건너편 산등성은 길게 누운 채 일어서질 않았고

숲은 안개를 핑계로 자꾸만 뒤로 물러섰다

안개는 물방울이 되어 발등으로 떨어졌다

편백나무 숲은 짙은 향만큼이나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숲 머리 위로는 낮은 구름이 내렸고

숲 옆구리로는 안개가 끊임없이 퍼졌다

발밑에 떨어진 물방울은 그리움을 품은 채 땅속으로 들어갔다

숲은 고요했다 

잿빛 구름은 안개를 만들었고 안개는 구름을 떠받쳤다

숲은 홀로 적막했다

미륵산 운무는 무소의 뿔처럼 굳고 단단했다

그리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짙은 운무였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