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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죽음이 슬픈 건 헤어짐 때문이다
  • 이정배
  • 등록 2016-07-21 10:35:44
  • 수정 2016-07-21 10: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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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아무리 여러 학설을 갖다 대고, 각양 종교의 죽음에 대한 해석을 들이밀어도 무섭고 슬픈 건 사실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사라짐[無] 때문이라 했다. 힌두교의 일부 가르침처럼 죽음은 꿈이고, 우리가 꾸는 꿈이 실재(實在)라고 뒤집어 주장해도 두려운 건 사실이다.


존재자체가 힘겹기 때문에 영원히 돌아오지[輪廻]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것[解脫]을 차라리 소원하라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을 깊게 새겨보아도 죽음이 슬픈 건 사실이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모든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復活]을 믿으라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목소리 높여 아무리 강조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마음 찢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부의 연(緣)으로 평생 같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물을 공유했고, 자식들을 낳아 두 사람만의 창조물까지 생산해놓은 두 사람의 이별은 그래서 마음 아프다. 그들은 훌륭한 철학적 개념도 깊은 종교심도 없다. 급작스레 죽은 흰둥이나 새끼 낳은 검둥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불쑥 들이닥친 제 삶을 산 것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는 날마다 헤어짐을 연습한다. 마치 죽음을 준비하듯 말이다. 지독스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늘 만지작거리는 물건이나 눈감고도 다닐 수 있는 익숙한 공간, 습관처럼 반복되는 주기적인 시간까지 포함해서 나를 존재케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헤어짐을 연습한다. 바울이 말하는 ‘나는 날마다 죽는다’는 말을 그렇게 실천한다. 그래도 슬픔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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