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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근수] 로메로 대주교 순교 36주기
  • 김근수
  • 등록 2016-03-24 10:31:33
  • 수정 2016-03-24 18: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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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3월 24일 월요일 오후 6시 Divina Providencia(천주 섭리) 병원 성당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집전하는 미사가 시작되었다. 낭독될 성서 구절은 코린토전서 15,20-28, 요한복음 12,23-26이었다. 설교는 10여분 진행되었다. 


“새로운 땅에 대한 기대는 이 세상에 대한 염려를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이 순간 밀로 만든 빵은 세상의 해방을 위한 주님의 몸으로 변화하며, 이 잔에 담긴 포도주는 구원의 값인 주님의 피로 바뀝니다... 인류를 위해 바친 이 몸과 피가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백성에게 정의와 평화를 가르치게 하소서. 그래서 우리는 이 기도의 시간에 믿음과 희망 안에서 사리타 부인과 우리 자신을 위해 마음으로 일치합니다...”


이 순간 총성이 울리고 로메로는 왼쪽 가슴에 총을 맞아 제단 뒤 큰 십자가 발치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로메로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렀다. 자주색 제의와 흰 장백의가 피로 물들었다. 몇 분 뒤 로메로는 숨졌다. 


“대교구 카리타스의 업무 계획과 현재 위급한 어려움들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3. 20) 로메로 일기에 마지막 남은 말이다. 매일 쓰던 일기가 순교 전 나흘 간 전혀 없다. 


최후의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남길까. “예수는 큰 소리를 지르고 숨을 거두었다” (마르코 15,37) 예수는 신음을 흘리다가 숨졌을 것이다. 고통의 신음 소리.


하느님의 말씀을 목숨 걸고 설교하다가 삶을 마친 로메로 대주교는 행복하다. 20세기에 예수를 가장 닮은 두 사람은 체 게바라와 로메로 대주교 아닐까. 


사제들은 살면서 수많은 말을 하게 된다. 로메로 대주교처럼 목숨 걸고 설교하기 바란다. 목숨 걸고 설교하는 주교와 사제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목숨 걸고 글 쓰는 신학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목숨 걸고 예수를 전하는 신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로메로 대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착한 양떼와 함께라면, 착한 목자 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자 엘살바도르 백성은 이렇게 화답했다. “이렇게 착한 목자와 함께라면, 착한 양떼 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한국에 착한 목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에 왜 로메로 같은 주교가 없을까. 희생하기 싫어서, 십자가를 지기 싫어서 그럴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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