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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선생 회복기원 도보순례 시작
  • 최진
  • 등록 2016-02-12 18: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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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도보순례단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염원하며 16박 17일 일정의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최민석 신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단’(이하 도보순례단)이 11일 오전 10시 전남 보성군 보성역 앞 광장에서 도보순례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출정식에서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염원하며 16박 17일 일정의 도보순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 선생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지 90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출정식에는 백 선생의 아내 박경숙 씨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했다. 또한,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와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해 200여 명의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참석했다. 


백남기 대책위원회는 백 선생이 쓰러지고 80일이 지났지만, 정부와 경찰, 그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으며,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에 대한 탄압조차 멈추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국가폭력 책임자가 처벌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보순례에 나섰다”며 “정부는 계속해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짓밟고 있는 등 국가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7일엔 도보순례에 참가한 이들과 수만의 국민이 서울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모여 지금까지 책임도 사과도 없는 정부를 심판할 것이다”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업신여긴 정부의 결말이 어떠한 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출정문을 통해 이번 도보순례의 의미를 설명하며 ▲ 백남기 농민이 일어나 생명과 꿈이 자라는 밀밭으로 달려오기를 바라며 ▲ 백 선생에게 살인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일언반구 없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독재가 아닌 민주를, 차별이 아닌 평등을, 전쟁이 아닌 평화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또 다른 이름의 백남기”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남편의 병상을 지켜온 백 선생의 아내 박경숙 씨는 “다른 사람의 발만 밟아도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놓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느냐”며 말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가톨릭농민회 이영선 지도신부(광주교구)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백 선생을 언급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또한,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이제는 눈물보다 아픈 이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우리가 시작하는 도보순례는 정권과 맞서는 불복종의 뜻이고 저항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아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6명도 이날 출정식에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고(故) 김수진 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기울어진 세월호가 생중계되는 상황에서도 단 한 명의 승객도 구조하지 못하고 수장시킨 정권의 민낯이 백남기 씨를 통해 또다시 드러났다”며 “백남기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성에 내려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는 적극적으로 도보순례에 동참할 것이다”고 말했다. 


출정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늘 함께하고 있는 우리는 또 다른 이름의 백남기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400여㎞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보성역을 출발해 보성군청을 거쳐 도보순례 첫날의 목적지인 화순군청을 향해 걸었다. 도보순례단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이란 문구가 적힌 녹색 조끼를 입고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도보순례단은 백 선생의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출발해 광주·김제·전주·대전·안산·수원 등을 거쳐 서울로 북상한다. 20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는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100일 전야문화제’를 열고, 21일 대전시청에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사건 100일 기자회견’을 연다. 26일에는 경기도 안산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한 후 27일 서울시청광장에서 4차 민중총궐기대회에 합류한다. 또한, 백 선생이 투병 중인 서울대병원 앞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집회도 같은 날 진행될 예정이다. 


백 선생은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벌어진 민중 총궐기에서 경찰이 조준 발사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진탕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이송됐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엔 기도삽관을 통해 인공적으로 호흡하고 있다. 



다음은 도보순례단 출정문 전문이다.


2월 11일, 오늘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지 90일째 되는 날입니다. 2015년 11월 14일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저지른 광폭한 탄압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세월호 참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까지 정부의 잘못은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진실을 원하는 목소리, 친일과 독재로 치닫는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 제 나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데 대한 규탄의 목소리 어느 것 하나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외려 이 나라를 지탱하는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고, 농민들을 땅에서 내쫓고, 살고자하는 모든 이들을 힘겨운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은 또다른 이름의 백남기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백남기 농민의 삶터와 일터를 출발하여 서울로 올라갑니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가는 한국 농업, 농촌의 위기를 목도하면서도 씨앗을 뿌리며 간절하게 꿈꾸었을 희망을 품고 올라갑니다. 


"기억하고, 분노하고, 심판하자"

 

우리의 첫걸음은 백남기 농민이 어서 일어나 생명과 꿈이 자라는 밀밭으로 달려오기를 바라는 걸음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걸음은 백남기 농민을 향한 살인적인 행위를 저지르고도 일언반구 없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걸음입니다. 우리의 세 번째 걸음은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독재가 아닌 민주를, 차별이 아닌 평등을,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걸음입니다.


이제 농촌에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다가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소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손이 분주해질 채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생명의 씨앗이 거친 땅을 뚫고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걸음도 씨앗과 같습니다. 살고자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어둡고 어려운 시대의 땅을 뚫고 나아갈 것입니다. 백남기 농민이 어서 빨리 일어나 우리 농업이 살아나고 민주주의가 만발케할 따뜻한 한 줄기 빛이 내려쬐기 간절히 바라며 도보순례에 나섭니다.


2월 27일은 전국의 도보순례에 참가한 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수만의 국민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범국민대회에 함께한 이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책임도 지지않고 사과도 없는 정부에 대한 심판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업신여긴 정부의 결말이 어떠한지를 똑똑히 보게될 것입니다. 


기억해주십시오.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을 향해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현장을. 분노해주십시오. 제 나라 국민을 향한 살인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한 마디 말도 없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심판해주십시오. 국가의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로부터 나옵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심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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