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천주교 인권위, 토크콘서트 열어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01 18:13:21
  • 수정 2015-12-02 09:58:46

기사수정


▲ 11월 3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홀에서 사형제도폐지기원 콘서트가 열렸다. ⓒ 최진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홀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생명을 노래하다. 평화를 말하다’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사형제도의 존재론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간의 판단은 오류의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인간의 판단으로 한 생명을 빼앗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또한 사례를 통해 사형제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인권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토크 콘서트 대담자로는 10년 동안 사형수를 직접 만나면서 사형제도폐지 활동에 힘써 온 공지영 작가와 인혁당 재건위원회, 용산참사 등 여러 시국사건의 변호를 담당해 온 김형태 변호사,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활동가가 참여했다. 또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사형제도 폐지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 주교는 콘서트 인사말에서 “우리는 생명을 중시하고 윤리와 양심을 높이 사며 원칙과 법을 준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내가 살기 위해 누구를 죽이는 모순된 문화를 생명의 문화, 사랑과 용서의 문화, 복음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예수님은 악을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쓰지 않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를 제시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적인 폭력에 의한 희생을 방지하지만, 폭력의 가해자를 제거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하느님의 심판은 완전히 자유로우며 모든 인간의 판단과 요구를 상대화시킨다. 하느님의 정의는 인간의 이해타산을 초월하기 때문에 보복논리를 제거한다”며 “우리가 성경에서 배운 대로 인간의 생명은 오로지 하느님께만 속한 영역이며, 사형제도는 국가의 권한을 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 침해다”라고 강조했다. 


공지영 작가는 사형수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과 사연들을 이야기하며,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 작가는 이틀간 굶주림으로 허기진 14세 소년이 우유 2개와 빵 하나를 훔친 죄로 소년원에 들어가면서 범죄의 길로 접어들었고 결국 사형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며, 범죄가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 이날 공지영 작가는 사형수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과 사연들을 이야기했다. ⓒ 최진 기자


공 작가는 “과연 우리가 그 범죄자에게 얼마만큼의 개인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그 사람은 사형수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현대에는 사형 제도를 이야기할 때 사회를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이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사랑을 주면 느리지만, 범죄자는 변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구치소에 있는 사형수에 대한 규율이 엄격해졌기 때문에 모범적인 사형수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형제도가 잠정 폐지가 됐는데 사형수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을 잠정적으로 18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끼며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형태 변호사는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나눠서 우리 편과 다른 편으로 본다. 범죄자들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사회에서,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들로 본다”며 “인간을 죽인다고 해서 우리의 죽은 누군가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가 국가에 위임한 권리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김형태 변호사는 인간의 판단이 오류의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판단으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또한 그는 인간의 판단이 오류의 가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으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했다. 이어 “현대 과학 지식과 의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절대 오판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장 확실하다는 DNA 검사도 확률에 따르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경찰도 범인을 100% 확신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자백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례에서 “10년 동안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형수를 만나 사건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판결에 의문점이 보였다. 사실 이 일을 하다보면 이상한 판결이 종종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형제도를 없애면 불안한 정서 때문에, 본보기로 사형을 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녀딸을 산채로 매장당해 죽은 ‘양평생매장 사건’이라는 끔찍한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의 주범은 도주 도중에 총에 맞고 사망했다. 주범 혼자서 마약을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라며, “그런데 그 생매장 장소에 아무것도 모르고 함께 있던 2명도 사형을 당했다. 사건의 확실한 판결을 위해 잘못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판결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하는 판결이 어떻게 실수가 없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실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실수다. 미국에서 DNA 판별이 도입되었을 때 140여 명이 무죄로 나왔다. 수사의 정확성을 보여줘야 하는 측면에서 사형판결이 나오기도 한다”며 “정말 흉악하고 나쁜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덕진 활동가는 “우리의 헌법은 아무리 악인이라고 해도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종교에서도 생명의 존엄성을 말하는 만큼, 사형제도 폐지를 통해서 개인의 생명존중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성숙한 생명존중의 정신이 확립되었으면 한다”며 “어떤 법들은 한꺼번에 100개씩도 통과가 된다고 한다. 이번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꼭 사형제도 폐지가 통과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덕진 활동가는 입전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사형제도 폐지가 통과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18년 가까이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된다. 과반인 17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했지만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은 현재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국회 계류 중이다. 사형폐지 특별법안은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후 16‧17‧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사형제 옹호론자들의 의견과 부딪히며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 등 7대 종단 대표들은 지난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법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박탈하는 사형을 ‘제도적 살인’으로 규정한다”며 “강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극단적인 형벌은 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