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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봉헌하는 연대의 미사
  • 장영식
  • 등록 2015-11-30 10:50:50
  • 수정 2015-11-30 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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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전례로 송년의 밤을 보내는 날, 천주교부산교구 노동사목 주최로 부산시청 앞 전광판 위의 두 노동자와 함께 하는 거리미사가 봉헌됐다. ⓒ 장영식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몰아쳤던 밤이었습니다. 가톨릭 전례로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이었던 지난 금요일, 부산시청 앞 전광판 고공농성 현장에서는 거리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생탁과 택시노동자 두 사람이 10미터 고공농성을 결심하고, 전광판 위로 올라간 것이 4월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어느새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고 있는 고공농성 226일차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미사에서 천주교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이동화 신부는 강론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세상이 끝날 것인가가 아니라 세상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삶은 바로 사랑의 길입니다.”라며 “우리 그리스도인은 아프고 목마른 이들의 얼굴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도대체 오늘 날 강도를 맞아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못 본 척 지나치는 율법학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상처 입은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우리에게 반문했습니다. 


▲ 천주교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이동화 신부는 ˝우리가 준비하고 기다려야 할 것˝에 대한 강론을 통해 고통받고 있는 이웃의 얼굴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영식


이날 미사에서는 다음 날 생일을 맞는 심정보 택시노동자의 생일 케익에 촛불을 켜며 소망을 빌었습니다. 또한 부산가톨릭대학교 사제와 신학생들이 모은 성금과 미사 헌금을 노동자에게 전달하며 변함없는 연대를 약속했습니다. 고공 위의 두 노동자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길 소망하면서도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고 고공농성이 계속된다면, 12월 25일 저녁에 지금 바로 이곳의 현장에서 다시 미사를 봉헌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은 변함없이 연대하며 힘을 주는 사제와 신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건강한 몸으로 땅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 장영식


약속의 밤을 보내면서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약속의 밤을 보내면서 박해 받는 사람 중에서 가장 가혹하게 박해받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약속의 밤을 보내면서 기나 긴 고통 속에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언 땅에서 대림 시기를 보내며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 언 땅을 녹이는 연대의 손길은 바로 하느님의 연민의 손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장영식



[필진정보]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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