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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주교회의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0-22 09:50:09
  • 수정 2015-10-26 12: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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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2015년도 추계 정기총회를 열었다. 15일 발표된 보도자료에 그 결과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자비의 특별 희년 계획안 승인, ‘신자 재교육 교리상식 I’, 군인용 성가집(시안) 출판 승인, 고해성사 독려 위해 판공성사표 양식 변경 등이 포함되어었다. 수도자의 비정규 성체 분배 직무에 대한 ‘수도자의 비정규 성체 분배 직무와 그 시행 방안’이 눈길을 끈다. 바티칸 라디오 웹사이트 한국어판(http://kr.radiovaticana.va/)이 10월 9일 오전 10시 개설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회의 결과를 접하는 우리 마음이 그저 흐뭇하지는 않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때문이다. 국민들과 신자들은 그 주제에 대해 주교회의가 어떤 의견을 모으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모든 주제에 대해 주교회의가 일일이 답변할 의무는 물론 없다. 


그러나 주교회의가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볍지 않다. 주교회의가 가톨릭신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주교회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주교회의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시민, 학생 뿐 아니라 여러 개신교 단체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주교회의는 추계 총회에서 이 주제를 토론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주교회의 보도자료에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다. 


주교회의가 인천교구 국제성모병원 문제를 토론했는지 또한 궁금하다. 그 문제로 보건의료노조가 교황대사관을 찾았지만 면담이 거부된 사태에 대해서도 주교회의는 토론하였는가. 교회가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사안이 있지 않는가. 주교회의의 침묵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에 어울리지 않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인천교구 국제성모병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주교회의 추계 총회는 끝나 버렸다. 주교회의는 자신의 품위와 책임에 걸맞는 처신을 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주제에 아무 말이 없는 주교회의에 사람들은 의아하고 있다. 국민들은 주교회의에 실망하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교회사를 전공한 분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주교회의에 대한 신자들과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한국 주교들을 향하고 있다. 나이 어린 고등학생들도 거리에 나와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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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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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egrino332015-10-26 22:53:52

    침묵하라고 한다. 그리고 침묵은 길다. 침묵이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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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0-26 14:03:46

    종교도 썩은 정치판처럼 변해가는 것 같군요.
    예술가들도 정치에 입을 댓고 교수들도 입을 댑니다.
    이제 마지막인 종교에서 입을 댈 때인데 시작도 안하시면 敗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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