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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대사가 면담을 거부하다니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0-09 13:18:21
  • 수정 2015-10-09 13: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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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방문 당시 묵었던 주한교황청대사관 (사진출처=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몇 달 동안 지속된 인천성모병원 사태의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8월 21일과 9월 22일 주한교황청대사와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두 번째 공문에는 가톨릭 이탈리아보건의료노조와 공동으로 작성한 영어 서한을 함께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주한교황청대사관은 면담 요청서의 한글 번역을 구실로 면담을 거절하고 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10월 8일 밝혔다. 한글 공문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답변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면담을 거부하는 핑계가 겨우 번역이라니, 참으로 궁색하다. 교황청 대사관이 업무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곳인가. 그 핑계는 대사관의 업무 처리 능력이 얼마나 엉망인지 스스로 자백하는 일이다.


더 이상한 핑계가 또 있다. 주한교황청대사관은 교황대사 면담을 위한 조건으로 보건의료노조가 인천교구와 우선적으로 대화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주한교황청대사관은 보건의료노조가 면담 요청과 시위, 단식 등으로 인천교구에 계속해서 대화를 요청해온 사실을 전혀 모른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주한교황청대사관은 자기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경우라면, 교황청은 인천교구보다 주한교황청대사관부터 먼저 직무 감사를 해야 한다. 


교황대사에게 묻고 싶다. 대사는 인천성모병원 사태를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가. 교황청에 인천성모병원 사태를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두고 싶다. 그 핑계들은 교황대사가 아니라 결국 교황에게 부담을 주는 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위터에 한글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였다. 작년 방한 때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를 예정에 없이 만나기도 하였다. 얼마 전 교황의 미국 방문에서 삼엄한 경호를 뚫고 달려온 6살 소녀를 만나고 편지를 받기도 하였다. 백성들과 가까이 하고 함께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교황은 미국 주교들에게 말했다. 


▲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위터에 한글 메시지를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통의 달인이요 모범이다. 그런데 교황대사와 인천교구장은 불통이요 먹통인가. 교황대사와 인천교구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우습게 아는가. 


교황대사는 교황을 대신하여 고통 받는 사람을 우선 만날 임무를 가지고 있다. 교황대사의 보건의료노조 면담 거부는 자신의 임무에 위배되며 교황의 얼굴에도 먹칠하는 일이다. 노동자의 면담을 거부하는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에게 교황대사는 이미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교황대사의 면담 거부가 옳은 일인지 아닌지 교황청에 문의해야 하겠다.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똑바로 처신해야 할 것이다. 교황대사는 반성하고 면담을 어서 받아들이기 바란다.


보건의료노조의 면담 요청을 인천교구장도 거부하고 주한 교황대사도 거부하였다. 그러면 보건의료노조는 이제 어디로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 인천교구 사제들은 빌라도처럼 ‘나는 책임 없다’며 계속 손을 씻고 구경만 할 셈인가. 양들의 울부짖음을 모른 체 하는 것이 성직자들의 본분이란 말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울고 있다. 하느님이 울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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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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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0-12 20:27:32

    오스팔도 교황대사님!
    예전부터 유명하신 분이세요^^
    이런분을 한국에 이리 오래 두시다니요~~~
    제발 그만 고국에 가서 봉사 하시면서 회개하시다
    주님품으로 가시는게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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