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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편지 : 4월 16일은 저에게 기억하고 싶은 날이 아니라 잊고 싶은 날 입니다.
  • 이아름
  • 등록 2015-04-17 19:47:39
  • 수정 2015-05-11 14: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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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6일 목요일 53일차.


4월 16일은 저에게 기억하고 싶은 날이 아니라 잊고 싶은 날 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걸 저주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승현이를 그렇게 잔인하게 데려가실 거 였으면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무슨 고약한 심보로 저를 승현이 누나로 태어나게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은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셨고 죽을 때 까지 이 세상에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만드셨습니다. 매일 매일 감사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살아 숨쉬는 제가 이렇게 더럽고 역겨운데 이런 제가 누구에게 감사할 수 있을까요. 하나도 감사하지 않습니다.


승현이보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정말 많겠지만 저는 그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억울하고 우리 승현이가 제일 불쌍합니다. 저는 우리 승현이만 있으면 되는데 승현이가 아닌 다른 것들을 붙잡고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승현이가 없이 일년을 살았습니다. 앞으로 승현이 없이 몇 년을 더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면 묻고 싶습니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드셨냐고.


하지만 저는 또 아쉬울 때 하느님을 찾을 겁니다. 제발 좀 승현이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있을 겁니다. 매일 매일 거짓말을 하는 누나를 승현이가 봐주길 바랍니다. 누나가 살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오늘은 하느님께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의 시간을 멈춰 주신 것.
승현이를 기쁘게 배웅해 준, 가장 행복했던 그 날에 저를 평생동안 머물 수 있게 해주신 것.


빈 가슴을 붙잡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승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차라리 이 심장을 도려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승현이가 혹시나 지금도 누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승현이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면서 죽지도 못하고 살아 있는 제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승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날.
제가 승현이를 다시 만난 그 날.
그리고 곧 승현이를 다시 만나게 될 그 날.
저는 이 날들만 기억하며 살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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