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atican Media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앞두고 “청년들의 목소리 듣고 함께 걸어야”
레오 14세 교황이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제와 남녀 수도자들에게 한반도의 분단을 언급하며 화해와 평화를 위해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신앙 역사와 순교자들의 증언을 되새기면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을 새로운 세대에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지난 5일 바티칸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한국인 사제와 남녀 수도자들을 접견했다. 이날 교황은 한국교회의 역사가 그리스도교 서적을 접한 이들의 자발적인 진리 탐구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신앙의 여정이 초대교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기억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강조했다. 그리스도교적 기억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에 감사하고 오늘 맡겨진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희망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어둠도 마지막 말을 할 수 없다는 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박해와 전쟁, 가난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미래를 향해 다시 일어서는 힘을 보여줬다며, 이러한 인내가 복음 안에서 고통에 굴복하거나 마음을 닫지 않는 신앙의 용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평화는 마음과 일상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교황은 특히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언제나 화해를 이루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평화는 상대를 판단하기보다 귀 기울이고, 원한을 품기보다 용서하며, 대립보다 일치를 선택하는 일상적인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만남의 길이 열리고 평화의 복음이 자유롭게 선포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마주해야 할 과제로 환기한다. 교황은 평화를 정치적·외교적 차원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공동체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화해의 태도와 연결했다.
최양업 신부의 삶에서 찾은 ‘매일의 순교’
교황은 한국교회가 지닌 순교 신앙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특별히 언급했다. 특히 최양업 신부가 11년 동안 먼 곳에 흩어져 있던 신앙공동체를 찾아다니며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를 전한 삶을 되새겼다. 최양업 신부가 ‘땀의 순교자’로 기억되는 이유도 이러한 헌신에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한순간에 목숨을 바치는 순교가 있는가 하면, 날마다 자신을 내어주는 드러나지 않는 순교도 있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매일 사랑 안에서 자신의 삶을 내어주도록 부름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로운 이들에게 다가가고, 지친 이들을 지탱하며, 공동체에서 멀어진 이들을 찾아 나서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복음 선포에 신뢰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서로 다른 교구와 수도회, 경험을 가진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이러한 다양성을 시노달리타스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함께 걷는 교회는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자매이자 여정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공동체라는 설명이다.
“세계청년대회, 기억과 미래가 만나는 자리 되기를”
▲ ⓒ Vatican Media교황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에게도 특별한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개원 25주년을 축하하며 한국교회와 보편교회를 위한 신학원의 봉사에 감사를 표했다.
과거 선교 대상 지역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교회로 성장했다며, 이는 앞선 세대의 신앙과 희생이 맺은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은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순교자들의 신앙을 새로운 세대에 전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이를 받아들여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더 넓은 지평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을 이어가는 이들이 믿음에 굳건하고 사랑에 너그러우며 희망 안에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한국의 순교 성인과 복자들이 한국교회가 기억을 지키고 희망을 증언하며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가 되도록 이끌어 주기를 청했다.
이번 접견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역사적 유산과 오늘의 사목적 과제를 함께 짚은 자리였다. 교황이 강조한 화해와 평화, 일상의 헌신, 청년들과의 동행이 한국교회의 삶과 사목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