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tican News 영상 갈무리지난 칼럼은 이렇게 끝났다. "AI는 인간보다 말을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보다 더 깊이 살 수는 없다." 이 한 문장이 이 연재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AI가 인간을 이길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기계처럼 살기를 멈출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 우리는 혼자 서 있지 않다. 교회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이 시대에 응답해 왔다. 2025년 1월 14일, 교황청 신앙교리부(Dicastero per la Dottrina della Fede)와 문화·교육부(Dicastero per la Cultura e l'Educazione)는 공동으로 문헌 「Antiqua et Nova(옛 것과 새 것)」를 발표하였다.1 제목은 마태오 복음 13장 52절의 말씀, 곧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 것과 옛 것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는 구절에서 왔다. 인공지능이라는 새 것을, 인간 존엄에 관한 옛 지혜로 다시 읽어내려는 시도다.
그리고 2026년 5월 15일, 교황 레오 14세는 회칙 「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를 반포하셨다.2 「Rerum Novarum(새로운 사태)」 135주년에 맞추어 나온 이 사회 회칙의 부제는 분명하다 — "인공지능 시대에 인격을 수호함에 관하여(Sulla custodia della persona umana nel tempo dell'intelligenza artificiale)". 두 문헌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에 답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흉내 내고 일부 능력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이 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지킬 것인가.
AI는 지능의 일부일 뿐, 지혜가 아니다
「Antiqua et Nova」가 먼저 단언한 것은, 인공지능을 인간 지능과 동일한 차원에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AI는 인간 지능의 일부 기능을 모방하지만, 신체적(corporeo)·관계적(relazionale)·도덕적(morale)·영적(spirituale) 차원을 모두 포괄하는 인간 지능 전체를 모방하지는 못한다.
회칙 「Magnifica Humanitas」는 그 통찰을 한 단락에 응축한다. "이른바 인공지능은 경험을 살지 않으며, 몸을 갖지 않고, 기쁨과 고통을 가로지르지 않으며, 관계 안에서 성숙하지 않고, 사랑·노동·우정·책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부에서 알지 못한다. 도덕적 양심조차 갖지 않는다. 선과 악을 판단하지 않으며, 상황의 궁극적 의미를 포착하지 않고, 결과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는다."3
이 문단은 융합심리분석상담을 공부해 온 이에게 깊이 울린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도, 융(C. G. Jung)이 이름 붙인 ‘그림자‘도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처리되지 않고 살아진다.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간 정신의 깊이다. 기계는 슬픔이라는 단어를 안다. 그러나 슬픔의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 인간은 지능을 가진(having) 존재가 아니라, 지능을 살아내는(being) 존재다.
바벨이냐 예루살렘이냐
회칙은 첫 문장부터 결단을 요구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장엄한 인간성이 오늘 결정적 선택 앞에 서 있다. 새로운 바벨탑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류가 함께 거주하는 도성을 건설할 것인가."4
두 성경 표상이 마주 선다. 하나는 바벨(창세 11,1-9)이다.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이름을 떨치려는" 인간이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기술, 하나의 방향. 그러나 그 일치는 친교가 아니라 동일화였고, 결과는 분산이었다.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느헤 2-6)이다. 폐허가 된 성벽 앞에서 단식하고 기도한 뒤, 가문들에게 한 구간씩 맡기며 도성을 다시 일으킨 느헤미야의 길이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한 백성의 공동책임이 도성을 되살린다.
회칙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떤 목표를 향해 방향을 잡으려는가. 인류 공동체로서, 민족으로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5 첫 번째 선택은 기술에 대한 "예"와 "아니오" 사이가 아니다. 바벨을 지을 것인가, 예루살렘을 다시 세울 것인가, 그 사이다.
진짜 위기, 양심을 외주화하지 말 것
회칙이 끈질기게 비판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이다.6 효율·통제·이윤이 단독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두는 정신적 습관 말이다. 회칙은 단호하게 못 박는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 반드시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7
이 시대 가장 큰 유혹은 AI가 너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기 양심을 기계에 외주(外注)로 맡기는 것이다. 회칙은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AI를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것으로 여길 수 없다."8 모든 알고리즘은 누군가의 인간관·세계관을 코드 안에 새긴다. 누가 만들고, 누가 자금을 대고, 누가 규제하고,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도구는 다른 얼굴을 띤다.
그러므로 회칙은 "기계의 도덕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도덕적인 AI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만일 그 도덕이 소수에 의해 결정된다면 말이다. 필요한 것은 더 현존하는 정치다. 모든 것이 가속할 때 멈출 줄 알고, 공동체가 여전히 참여하고 물을 수 있는 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정치다."9
"AI가 그렇게 말했다"는 변명은 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 결정은 인간이 하고, 책임도 인간이 진다. AI 시대의 핵심 능력은 더 빨리 판단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책임 있게 멈추는 능력이다.
거울로서의 AI — 우리 안의 그림자
융이 말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직면하지 않으면 밖으로 투사(projection)된다. 우리가 AI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단지 새로운 기술 앞의 막연한 불안인지, 아니면 이미 비인간화되어 있던 우리 자신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앞의 불편함인지, 우리는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고, 속도로 가치를 매기고, 숫자로 사람을 판단하며, 효율의 이름으로 약자를 밀어내 온 사회. AI는 그 사회 위에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다. AI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회칙이 인용한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은 깊이 울린다. "두 사랑이 두 도성을 만들었다. 자기를 사랑하여 하느님을 멸시하기에 이른 사랑이 지상의 도성을, 하느님을 사랑하여 자기를 멸시하기에 이른 사랑이 천상의 도성을 만들었다."10 오늘 두 사랑은 우리 마음 안에서 다시 싸우고 있다. AI 시대의 바벨도, AI 시대의 예루살렘도 결국 우리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계가 언어를 얻은 시대에, 인간은 다시 삶을 가져야 한다
회칙은 한 문장으로 우리 시대의 의무를 압축한다. "인간 존엄이 새로운 형태의 비인간화에 의해 흐려질 위험이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깊이 인간으로 머물러야 할 시급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11
이 의무는 어떻게 살아내는가. 회칙 결론은 네 가지를 권한다. 진리에 충실히 머물기, (우리 자신부터) 교육에 투자하기, 관계를 돌보기,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기.12 이는 앞선 칼럼이 말한 다섯 가지 — 몸·감정·관계·윤리·영성 — 와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기계가 언어를 얻은 시대에, 인간은 다시 삶을 가져야 한다. 기계가 지식을 얻은 시대에, 인간은 다시 지혜를 배워야 한다. 기계가 답을 말하는 시대에, 인간은 다시 질문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 연재의 다음 회들은 두 문헌이 가리키는 길을 한 걸음씩 따라간다. 노동과 존엄, 진리와 미디어, 가정과 청년, 권력과 평화,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가 다시 묻게 될 한 가지.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
[1] Dicastero per la Dottrina della Fede – Dicastero per la Cultura e l'Educazione, Nota Antiqua et Nova. Nota sul rapporto tra intelligenza artificiale e intelligenza umana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관계에 관한 노트), Città del Vaticano, 14 gennaio 2025: AAS 117 (2025), 159-210.
[2] Leone XIV(레오 14세), Lettera Enciclica Magnifica Humanitas. Sulla custodia della persona umana nel tempo dell'intelligenza artificiale (장엄한 인간성 — 인공지능 시대에 인격을 수호함에 관하여), Città del Vaticano, 15 maggio 2026.
[3] Magnifica Humanitas, 99항. (원문 : Le cosiddette intelligenze artificiali non vivono una esperienza, non possiedono un corpo, non attraversano la gioia e il dolore, non maturano nella relazione, non conoscono dall'interno ciò che significa amore, lavoro, amicizia, responsabilità. Non hanno neppure una coscienza morale.)
[4] 같은 문헌, 1항.
[5] 같은 문헌, 6항 참조.
[6] 같은 문헌, 92-96항 참조. "기술관료적 패러다임(paradigma tecnocratico)" 개념은 본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 106-109항에서 정식화되었다.
[7] Magnifica Humanitas, 93항. "Più potente non significa necessariamente migliore."
[8] 같은 문헌, 104항. "non possiamo considerare l'IA moralmente neutra."
[9] 같은 문헌, 107항.
[10] 성 아우구스티노(S. Augustinus), 『하느님의 도성(De Civitate Dei)』 XIV, 28 : CCSL 48, Turnhout 1955, 451. (원문 : Fecerunt itaque civitates duas amores duo: terrenam scilicet amor sui usque ad contemptum Dei, caelestem vero amor Dei usque ad contemptum sui.) 회칙 「Magnifica Humanitas」 130항에서 재인용.
[11] Magnifica Humanitas, 15항.
[12] 같은 문헌, 결론 237-240항 참조 : "Restiamo fedeli alla verità! … Investiamo nell'educazione, che inizia da noi stessi! … Curiamo le relazioni! … Amiamo la giustizia e la pace!"
참고문헌
1. 교황청 문헌(원전)
• Dicastero per la Dottrina della Fede – Dicastero per la Cultura e l'Educazione, Nota Antiqua et Nova. Nota sul rapporto tra intelligenza artificiale e intelligenza umana, Città del Vaticano, 14 gennaio 2025: AAS 117 (2025), 159-210.
• Leone XIV, Lettera Enciclica Magnifica Humanitas. Sulla custodia della persona umana nel tempo dell'intelligenza artificiale, Città del Vaticano, 15 maggio 2026.
• Francesco, Lettera Enciclica Laudato Si'. Sulla cura della casa comune, Città del Vaticano, 24 maggio 2015: AAS 107 (2015), 847-945.
• Leone XIII, Lettera Enciclica Rerum Novarum. De conditione opificum, Romae, 15 Maii 1891: ASS 23 (1890-1891), 641-670.
2. 교부 문헌
• Sanctus Augustinus, De Civitate Dei. Libri XI-XXII (CCSL 48), Turnhout : Brepols, 1955.
3. 성경
•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성경』,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5. (창세 11,1-9 ; 느헤 2-6 ; 마태 13,52 인용)
4. 심리분석 · 분석심리학
• S. Freud, Das Unbewusste (1915), in : Gesammelte Werke, Bd. X, Frankfurt am Main : S. Fischer Verlag, 1946, 264-303.
• C. G. Jung, Aion. Untersuchungen zur Symbolgeschichte (1951), Gesammelte Werke, Bd. 9/II, Olten : Walter Verlag, 1976. (특히 「그림자(Der Schatten)」, 제2장 13-19항 참조)
5. 한국어 공식 번역본
•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 우리 공동의 집을 돌봄에 관하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5.
• 교황청 신앙교리부 · 문화와 교육부, 『옛 것과 새 것(Antiqua et Nova) —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관계에 관한 노트』 한국어 비공식 번역(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검토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자료실, 2025.
▶ 2회 : '노동의 존엄과 새로운 노예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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