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 돌고래의 떼죽음
때는 2015년 4월 10일, 일본 이바라키현 호코타시 앞바다에서 돌고래 150마리가 해안으로 밀려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해변이다. 이 사건은 당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떼죽음의 원인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다.
다만 일본의 저명한 저술가이자 원전문제 전문가인 히로세 다카시는 방사선 노출이 심근경색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방사능이 단순히 암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인체의 모든 세포와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하면서, 특히 심장 및 혈관에 영향을 주어 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과 똑같이 폐호흡을 하는 돌고래의 폐가 하얗게 변한 걸 보면 심근경색 증세로 인한 것이고 이는 전형적인 방사능오염의 결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하루 300톤 핵폐수가 바다에 버려졌고, 2013년 그 주변에 핫 스팟(Hot Spot)이란 곳이 존재한다는 도쿄대의 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핫 스팟은 ‘고농도 방사성 세슘 등이 점토에 흡착되면서 바다의 흐름이 막힌 움푹한 곳에 쌓여 있는 장소’를 말한다. 그런 곳이 후쿠시마원전 20km권 해역 내 40군데 발견되었는데, 지름이 수백 미터인 곳도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주변 토양 세슘 평균농도의 최대 10배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그 이후로는 발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까지 14년간 방출된 양을 생각하면 일본 연근해에 얼마나 많은 핫스팟이 존재할지 알 수 없다. 방사능은 해수에 녹지만 바닷물에 널리 섞이지 않고 해류를 따라 어느 정도 덩어리진 채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돌고래의 떼죽음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2 : 원인을 알 수 없는 쓰나미 현상
2023년 10월, 일본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쓰나미 현상이 다수 관측돼 학계의 관심이 커졌다. 이 쓰나미는 발생 장소에 따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일본열도 서남부이고 또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 남쪽 도서지역이다. 가령 후자 가운데 하치죠시마(八丈島)에는 약 70cm의 쓰나미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 두 사건을 하나의 지도로 보면 후쿠시마 원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원전에서 배출된 방사능이 해류를 따라 남쪽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방사능 가운데 해류로 흐르다가 무거운 놈이 가라앉아 고여 있는 핫스팟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방사능이 지층을 파고들면서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 있다. 일본정부가 핵폐수를 방류하기 전인 2023년 4월에 중국학자들이 연구해서 세계적 학술지인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방사능 삼중수소 및 탄소-14 오염으로 인한 바다 미생물에의 영향’이라는 논문이다. 그 요지는 “고농도의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노출된 해수 및 해저 퇴적물 샘플에서, 특정 미생물 종의 수가 감소하고, 방사선에 내성이 있는 다른 종이 우점종으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방사성 핵종이 미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탄소, 질소, 황 등의 원소 순환과 관련된 대사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방사능은 미생물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미생물이 사멸하거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토양 내부의 인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크다. 흔히 토목공사의 마감 공법으로 토양 공법이 있다. 그 원리는 흙 속의 미생물이 갖는 촘촘한 인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감재료로 활용될 정도로 토양속의 미생물의 인장력은 인정을 받고 있다. 논둑에 제초제를 치면 식물 뿌리가 약해지고 흙을 찰지게 뭉쳐주던 미생물도 죽어서 논둑이 허물어지는 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문제는 바닷속에 그런 일이 생기면 육상과는 다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수압 때문이다. 그 수압을 견뎌내야 할 지층이 토양의 점착력 약화로 균열과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이는 큰 재해를 부를 수 있다. 핵폐수 고의 방출은 먹이사슬의 오염과 파괴라는 위험 외에 지진이나 쓰나미 유발의 커다란 위험이 있는 것이다.
사고 후 다량의 핵폐수가 이미 바다로 버려졌다. 버리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인위적으로 버리고 있다. 물론 전세계의 원전도 가동중 냉각수에 묻어서 불가피하게 새어나가는 문제도 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인류차원에서 에너지전환을 하고 탈원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본정부의 최근 투기사태는 별개의 문제다. 인류에게 심각하고도 본질적인 과제를 던진다. 버리지 않는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나쁜 짓을 해도 좋다’는 본보기를 일본정부는 지구촌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24일이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만 2년 되는 날이었다. 어느 우주비행사의 말처럼 ‘우리는 지구호의 승객이 아니라 승무원’이다.
지구호라는 우주선에는 인간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해칠 권리가 없다.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이 이런 잘못된 본보기를 보인다면, 이와 유사한 어떤 악행에도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이래서는 인류에게 희망이 없다.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원영
전)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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