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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이신부의 세·빛] 진리로 거룩해지리라 이기우 2025-06-05 1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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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부활 제7주간 수요일 (2025.06.04) : 사도 20,28-38; 요한 17,11-19


국민 주권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국민 주권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이재명 당선자 역시 숱한 고난과 시련 그리고 박해의 길을 지나서 매우 극적으로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당선이 유력해진 시각에 국민 앞에 밝힌 당선 소감은 지난 고난의 세월에 대한 고별사이자 향후 ‘진짜 대한 민국‘의 미래에 대한 출사표였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에서도 고별사가 이어집니다. 복음과 독서 말씀의 공통적인 내용은 작별을 고하려는 스승이 남겨질 제자들에게 남기는 유언입니다. 예수님과 바오로 모두 제자들이 겪게 될 고난을 예고하면서 이를 이겨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저 의례적으로 남기는 빈 말로써가 아니라 스승으로서 솔선수범했던 삶에 대한 회고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격려해 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3년 동안의 복음선포 활동과 가르침 전반에 걸쳐서 당신께서 제자들을 위해 지녔던 지향에 대해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기도의 형식으로 격려하셨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속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7)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이라고 가르치신 바에서도 나타나듯이, 진리를 삶으로써 솔선수범하며, 제자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 스승입니다.


이미 그 전에도,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요한 8,31-32)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요한 14,19)이라고도 확인해 주셨습니다. 실로 예수님께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요한 1,14)해 있었고, 사도 요한은 이를 증언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지낸 기간이 3년이요,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원로들과 함께 선교한 기간도 3년이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시면서 갈릴래아 지방을 두루 다니시며 치유와 구마 기적을 행하시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다가 말년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제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치셨는데, 바오로의 경우에는 그 3년 기간 중 절반 동안은 감옥에 갇혀 지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오로는 돌로 된 감옥에 갇혀 지내면서도 그 동안 쌓아 놓은 선교 인맥을 통하여 편지들을 써 보내어 마치 자유로운 처지처럼 복음을 전했습니다. 코린토에 두 통, 갈라티아에 한 통, 필리피에 한 통, 필레몬에게 한 통등 무려 5통이나 되는 편지를 썼고, 이 편지를 그의 제자들이 인편으로 각 공동체에 전해 주었습니다.


필리피서를 제외하면, 하나 같이 여러 교회에 대한 걱정으로 가슴이 짓눌리던(2코린 11,28) 바오로가 분열의 위기에 처한 교회에 일치를 호소하거나(코린토 교회), 이방인 신자들에게 면제해 주었던 할례를 주장하는 거짓 사도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교회들에 굳건한 믿음을 당부하거나(갈라티아 지방의 교회), 감옥에서 만난 죄수 오네시모를 자유로이 풀어줄 것을 간청하는 등 감옥에 갇혀 있지 않았더라면 찾아가서 했어야 할 사목적 행동을 글로 대신 하는 편지들입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몸으로 했어야 할 행동 이상으로 여러 교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편지의 내용들이 저마다 구구절절 절실하고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필리피서 역시 이런 편지로 하는 선교 사목적 행동을 가능하게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에서 사도 바오로가 쓴 편지들 중 가장 따스하고 감사의 정이 넘치는 내용이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가 갇혔던 에페소의 돌 감옥 (사진제공 = 이기우 신부)


이 편지들로 인해 이 공동체들은 사도 바오로가 직접 방문하기라도 한 것처럼 활력을 얻었습니다. 이 편지들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읽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미사의 말씀 전례가 되었습니다. 특히 필리피 교회에서는 수감된 바오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는데, 에바프로디토스라는 젊은이를 파견하여 수발을 들어주기도 했고, 값비싼 양피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에페소 교회는 그럴 필요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바오로를 수시로 찾아가 면회함으로써 에페소의 복음화와 관련된 일이나 에페소 교회의 활성화와 관련된 일들에 관해 상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에페소 교회에는 상당한 수의 원로들이 한 몸처럼 활동했을 것이기 때문에 밀레토스에까지 불러서 이런 특별한 고별의식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사도 바오로는 진리에 관하여 이렇게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말씀, 곧 여러분을 위한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안에서 믿게 되었을 때, 약속된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그분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 관하여 듣고 또 가르침을 받았을 줄 압니다. …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그리하여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에페 1,13; 4,15.21.23-24; 6,14)


과연 에페소 교회는 그 주변에 있는 여섯 교회들을 잘 돌보아서 이른바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 가운데 본산이 될 수 있었으니, 사도 요한이 바오로와 티모테오를 이어 받아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묵시록의 형태로 써 보내기도 했던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서 바오로도 온 삶으로 하느님을 드러내 보여주었습니다. 그 당시에 종교적 권위를 차지한 자들이나 재물로 하느님의 축복을 삼으려 한 자들과는 뚜렷이 구분되게도, 하느님께서 당대의 징표로 보여주시는 바에 충실하였습니다. 따라서 악으로 물들일 수 있는 시대의 불의를 날카롭게 직시하면서도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징표에 따라서 신비가로서, 예언자로서 살아갔습니다. 그 결과 당대의 인습적인 세태와는 뚜렷이 구분될 수 밖에 없는 자유를 누렸습니다. 바로 하느님 안에서의 자유요, 진리로 인한 거룩함입니다.


27년 동안 교황직에 봉사하며(1978~2005년) 20세기 후반의 가톨릭교회를 이끌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도 문명으로는 선진국으로 알려진 유럽에서 신앙이 쇠퇴하고 후진국으로 알았던 비유럽 특히 아시아에서 신앙이 새로이 일어나는 현상을 지켜보고 나서 이런 말씀을 남겼습니다. “앞으로의 교회는 소수의 신비가들과 다수의 무신론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요한 바오로 2세가 말하는 ‘앞으로의 교회’는 보편 교회 전체를 상정하고 있는 듯 하지만, ‘소수의 신비가들’이 새로운 활력을 일으켜 주리라고 기대하는 교회는 단연 아시아 교회입니다.


“인간 이성이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는 신뢰를 포기한, 진리의 위기 시대”(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신앙과 이성’, 91항, 1998년)를 살고 있는 20세기에 대희년을 앞두고 1998년 로마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올린 건의문을 수용하여 반포한 문헌 ‘아시아 교회’에서 교황은 이렇게 천명하였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교회와 함께, 아시아 교회는 하느님께서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신 모든 것에 경탄하면서, 그리고 ‘제1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2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3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그리스도교 제3천년기의 문턱을 넘어갈 것입니다.”(아시아 교회, 1항)


예수님이나 바오로의 삶과 가르침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나침반이자 길잡이로 삼는 소수의 신비가적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교회의 희망이요 세상의 빛입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진리로 거룩해 지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희망도 진리로 거룩해지는 삶을 살고자 하는 소수 신비가들의 몫입니다.


교우 여러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국민들은 6개월 만에 내란 정국의 불안에서 벗어나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헌정과 국정의 질서도 정상화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과 한민족 공동체는 진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시급한 민생 회복, 성장의 활력을 잃은 경제 회생, 국격이 떨어진 외교 국방의 제자리 찾기, 국민 여론을 오도해 온 검찰과 언론의 개혁 등 공동선의 진리가 화급합니다. 너무도 조마조마했던, 내란 정국의 어두운 터널을 그래야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공동선 진리를 든든하게 받쳐 줄 수 있는 것은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라는 최고선 진리입니다. 공동선과 최고선 진리를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공유하며 나아갈 때 새로운 대한민국과 한민족 공동체는 비로소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공동선을 확립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이제 북녘 동포들에게도 열어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나라는 이성과 신앙으로 균형을 잡고 나서 진리로 거룩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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