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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톨릭, ‘10년 공석’ 상하이 교구장 무단 임명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 잠정협정 ‘냉온탕 오가는’ 혼란 끌로셰 2023-04-13 1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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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Asianews)


중국 가톨릭교회가 상하이(상해) 교구장으로 선빈(Shen Bin) 주교를 임명했다. 하지만 교황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구장 임명을 결정하면서 2018년 교황청과 중국이 체결한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협정’을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차례나 위반하게 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교황청전교기구(PIME) 산하 매체 < Asianews >는 공문을 입수하여 다음 날인 4일 상하이 교구장에 선빈 주교의 착좌식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전까지 장쑤성 하이먼 교구장이었던 선빈 주교는 2010년부터 교황청과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빈 주교는 현재 중국 공산당 산하의 정부기관인 중국주교위원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 Asianews >는 선빈 주교가 중국 가톨릭교회의 “떠오르는 별”로 묘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가톨릭교회 전체를 관할하는 중국 공산당 산하 ‘중국천주교애국회’와 마찬가지로, 타국의 주교회의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주교위원회’ 역시 교황청의 인가를 받지 못한 단체다.


상하이 교구장직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고령으로 선종한 진루셴(Jin Luxian) 주교와 판중량(Fan Zhongliang) 주교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후임 상하이 교구장으로 거론되던 마 다친(Ma Daqin) 주교는 교황과 중국 정부의 인정을 모두 받아 보좌주교로 임명되었음에도, ‘주교 임명 직후 중국천주교애국회를 탈퇴하려고 시도했다’는 혐의로 2012년 이후 구금되어 사실상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해왔다.


이번 상하이 교구장직에는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모두 주교로 인정한 인물이 착좌하기는 했으나, 문제는 교구장 임명이 교황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교황청이 중국 정부 사정을 고려하여 2018년 체결하고,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나 갱신된 잠정협정에 따라 주교 임명 관련 내용을 사전에 협의하거나 중국 정부가 결정 사항을 교황청에 통보하던 관행이 있었음에도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데 큰 비판이 일고 있다.


교황청 공보실 마테오 브루니(Matteo Bruni) 공보실장은 선빈 주교의 상하이 교구장 착좌식을 두고 “교황청은 며칠 전 중국 정부가 하이먼 교구장 선빈 주교를 상하이 교구장으로 이동하겠다는 결정을 전달받았으며, 오늘 아침 언론을 통해 해당 인사이동이 있었음을 알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이에 관한 교황청의 입장에 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정부는 가톨릭교회의 행정 구역인 교구를 협의 없이 통폐합하여 ‘장시성 교구’를 무단으로 설정하고 ‘장시성 교구 보좌주교’로 펑 웨이자오(Peng Weizhao) 주교를 임명한 바 있다. 펑 웨이자오 주교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장시성 위장(여강)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주교 서품 직후 몇 주간 구금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교황청은 교구 통폐합과 보좌주교 임명 건을 두고 “교황청과 중국 당국의 대화의 정신은 물론 2018년 주교 임명 관련 합의에도 반한다”며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보도한 해외 가톨릭 매체들은 대부분 ‘잠정협정 위반’을 문제 삼았다. 2018년 잠정협정 이후에도 정부 인가를 받은 ‘공식교회’와 교황청만을 따르는 ‘지하교회’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지하교회에 관한 탄압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가톨릭교회 정책 향방이 교황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 Asianews >에 따르면 선빈 주교에 관한 일부 교구민들 사이의 평판은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조만간 중국 베이징 교구의 공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게 될 홍콩 교구장 차우 사우얀 주교가 교황청의 입장을 전달하는 간접적인 통로가 될지 주목된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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