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줄로서 그의 생을 기록했다
당신이 지상에서 떠나자
슬퍼할 틈도 없이
사람들은 부산스러웠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었냐고
숨은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 있냐고
사람들은 여기서 묻고 저기서 기웃거리는 동안
당신은 소리 없이 첫 제의를 다시 입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보듯 고개 숙인 채
땅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당신은
수줍은 미소로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인연들과
잊힌 사람들이 제단의 촛불 아래서
그 날과 그 순간을 지금여기처럼
되새김질하는 사흘을 보내고
첫 제의 입은 당신을 주님제단 아래 눕혔습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그 날처럼 당신 목소리가 성당에 울리고
땅을 향해 누운 첫 날과
하늘 향해 누운 첫 날은
주님이 당신을 가슴에 안은 같은 날이었습니다
세상은 한 줄로서 더듬거리듯 당신 생을 적었습니다
‘민주화에 헌신한 사제 김영식 잠들다’
-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