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을 맞아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이들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세워졌다.
이 조각상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민자와 난민 140명이 한 배에 탄 모습을 하고 있다.
캐나다 조각가 티모시 슈말츠(Timothy Schmalz)가 구상한 조각상의 제목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대접한 천사’(Angels Unaware)이다. 이 동상은 교황이 직접 보고를 받는 교황청 인간발전부 이민난민부서장 캐나다 출신의 미카엘 체르니(Michael Czerny) 예수회 사제의 요청으로 제작되었다. 체르니 신부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신임 추기경으로 지명된 바 있다.
동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의 길이는 약 6미터(20피트) 정도로, 프란치스코 교황도 세계 이민의 날 미사 후 동상 공개식에 함께 했다.
외신에 따르면 슈말츠 조각가는 이 동상을 만드는데 영감을 준 구절이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손님 접대를 하다가 어떤 이들은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접대하기도 하였습니다”(히브리 13, 2)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가톨릭매체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슈말츠 조각가는 성 베드로 광장에 140 성인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 것에 맞추어 “과거와 현재의 대칭, 성인의 개념 그리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난민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시대의 악하고 비열한 말들이 이방인, 소외받은 이들, 외국인과 같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세계 이민의 날 미사 강론에서 남편과 사별한 여성, 고아와 같은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을 괴롭히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성경의 메시지임을 강조하며 “다른 이들보다 가진 것 없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관심은 이스라엘 하느님의 특징이며, 그분의 백성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 역시 이를 도덕적 의무로서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사랑의 실천과 더불어, 배척을 야기하는 불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특히 자기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식으로 행동하는 소수의 특권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결국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빈곤이라는 비극, 소위 ‘우리’ 집단에 속해있지 않은 이들이 경험하는 암울한 고립, 비방과 차별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비극에 무감각하고, 심장이 뛰지 않아서는 안 된다. 이에 흐느끼고,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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