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남북 종교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2회 한·중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가톨릭신문사와 홍콩교구 성신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조강연에서 “홍콩 교회가 추진하는 ‘다리 교회’ 체험을 참고삼아 우리도 주로 해외 교포사회와 연동하여 북한 교회와의 보다 적극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리 교회, ‘어렵고, 가능하고, 아름다운’ 봉사
먼저 안소니 람 홍콩 성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40년간 중국 가톨릭교회 재발전을 위해 다리 교회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 교구 체험을 중심으로, ‘중국 공산화 이후 홍콩 교회와 중국교회 교류를 통해 본 남북한 종교교류 전망’을 이야기 했다.
안소니 람 연구원은 구체적 현실은 다소 달라도 중국과 북한에서 가톨릭교회는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면서, “중국 본토의 형제들을 위해 노력한 우리 홍콩 교구의 경험은 한국 교회가 북측 형제들과 만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84년 2월 28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만 주교들을 만나, “사랑하는 중국 민족의 자녀들인 여러분은 멀리 또는 가까이 있는 여러분 동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앙의 메시지를 번역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 중국 본토의 동포들을 위해 ‘다리 교회’가 되어야 할 이 놀라운 임무는 대만과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 가톨릭 신자 여러분들에게 맡겨집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은 중국 밖에 있는 중국인 가톨릭 신자들의 역할을 분명히 지적했다”면서 이러한 임무는 남한과 재외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대만과 홍콩 지역 교회와 재외 중국인 가톨릭공동체는 기구와 활동단체를 조직했으며, 대만에서는 ‘다리 교회 봉사 위원회’, 싱가포르에서는 ‘차이나 가톨릭 커뮤니케이션’, 홍콩에서는 ‘홍콩 성신연구소’ 등이 생겼다.
홍콩 성신연구소는 기록물 보관소, 연구기관, 연락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 장비와 도서 및 교재 등을 중국의 신학교들과 수도원들에 지원하며 공식 교회와 지하 교회를 포괄하여 중국 내 교회 인사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안소니 람 연구원은 “‘좋은 가톨릭 신자, 좋은 시민 되기’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애국자인 동시에 훌륭한 가톨릭 신자였던 민족 영웅들과 함께 복음화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에서 쉬광치와 한국에서는 안중근을 추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다리 교회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혼 추기경의 말을 빌려 발표를 마무리했다.
다리 교회로서 우리의 봉사는 세 개의 형용사로 요약될 수 있다. 그것은 ‘어렵고, 가능하고, 아름다운’ 봉사이다.
북·중 관계사로 본 남북한 종교교류
이어 한상준 아주대 사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사를 풀어내며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남북한 종교교류 연혁, 현황, 전망을 살폈다.
한상준 교수는 한국전쟁 정전 이래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 목표는 한반도 지역의 안정과 전쟁 재발 방지에 맞춰져 있었다며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종교단체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활동은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에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 간 교류가 남북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인류애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 집단의 교류는 남북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수용의 폭과 범위가 넓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남북 협력과 교류의 물꼬와 선봉을 종교 집단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에 이상민 북경대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이 종교 활동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시행하고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많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천주교는 ‘보편교회’라는 공통된 교계제도 속에 있지 않고 북한 사회주의체제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있어 정치가 종교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종교는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열렸으며, 70여 명의 평신도, 수도자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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