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 / 채 / 나풀. 푸성귀. 반찬
‘먹이는 간단하게’라고 자신의 공양간에 적어두었던 비구 법정. 그는 입을 위해서 먹지 않았다. ‘먹이’는 단지 ‘먹이’로서의 역할만으로 그쳤고 그의 뱃속으로 들어간 ‘먹이’는 맑은 정신이 되어 그를 살렸다. 도처에 입을 위해 먹는 자여. 배부름을 위해 먹는 자여. 먹는 것이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을 기억하라.
조계산 스님
해뜰녘에는 감자
상추와 치커리
호박과 고구마
오이와 시금치
해질녘이 오면 참취와 머위
승주 장날 왕복 육십 리 길 도라지를 구해 와
조계산 스님은
허리 펴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일없이
이승이 끝나도록 수굿이 수굿이 밭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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