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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핵은 인간이 열어선 안 되는 판도라 상자” 천주교주교회의 생태위원회 심포지엄 열어 최진 2017-05-16 21: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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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주 인성수련원에서 ‘핵발전소의 문제점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 최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15일 오후 3시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주 인성수련원에서 ‘핵발전소의 문제점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익중 동국대 교수가 ‘왜 탈핵인가’를 주제로 탈핵에 대한 실질적 당위성을 설명했고, 정현주 경주시의원이 ‘경주 월성 핵발전소 현황과 주민들의 고통’을 주제로 핵발전소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파괴현상을 전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비추어 본 핵발전소 안전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준한 신부는 ‘핵발전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다음 핵발전소 사고, 한국 차례”


▲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 ⓒ 최진


김익중 교수는 2011년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오염도와 인근 지역 질병발생 증가량을 비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이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암과 유전질환(선천성 기형 등), 심혈관질환, 신경계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에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세계 의료인들이 말하는 방사능 기준치는 ‘0’이다. 나라마다 기준치는 다르지만,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다”라고 꼬집었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순서는 세계에서 원전 많은 순서다. 한두 개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기술 부족 국가가 아니라, 원전을 많이 운영해온 나라에서 일어났다. 만일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한국이다. 한국 순서가 됐다.


▲ 지난 2월 25일, 광화문 탈핵순례에 참가한 시민이 ‘오~햇빛! 우리 에너지 NO NUKES 햇빛모아 탈핵하자’는 문구가 담긴 조끼를 입었다. ⓒ 곽찬


김 교수는 한국이 후쿠시마 이후 핵에 대한 위험성은 깨달았지만, 대체에너지 체제로 넘어가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은 원전을 없애는데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 원전은 현재 450개에서 20년 후 150개로 준다. 원자력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한국만 이것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원자력이 담당했던 전력을 어디서 충당했을까. 탈핵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세계는 10년 전부터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한국만 이것을 전혀 안 했다. 전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은 22.8%이고, 아시아 국가들도 10%가 다 넘는데, 한국만 1%도 안 되는 0.7%로 세계 꼴찌다.


김 교수는 “데이터만 봐도 탈핵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미 10년 전부터 세계가 탈핵 추세다. 전 세계 평균만 하더라도 한국은 충분히 ‘탈핵’할 수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주민에게 남은 것은 고통뿐


▲ 정현주 경주시의원 ⓒ 최진


핵 기술은 본래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그러나 핵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월성 주민들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정현주 경주시의원은 월성 인근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전하며 핵문화가 인간사회에 끼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이 원전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돈이 결국은 지역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정부도 원전과 관련해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그래서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한다”라며 “하지만 내가 월성 원자력을 반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돈 때문에 공동체가 와해되고 심지어 주민이 자살하는 상황을 보면서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월성 원전이나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생명 값으로 지급된 돈이 주민들에게 직접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통해 소비되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상권이 무너지고 주택매매도 이뤄지지 않아 도망갈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이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수천억의 지원금은 시설중심으로 처리돼, 눈먼 돈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극도의 개발성과주의로 기울면서 주민의 안녕을 모른척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효율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효과를 얻고, 기업은 최대 이익을 챙겼겠지만, 주민들의 삶은 생활고에 빠진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주민들은 여전히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법의 테두리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령을 개정해, 주민의 생명 값을 정말 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원전 안전, ‘언제든 대형사고로’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 최진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노후화된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거나 방치되고 있는 문제점을 사진을 통해 설명하며,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핵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기업 이기주의와 소비지향주의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방수처리 없이 방치된 케이블, 내진 시공으로 고정되지 않은 기기 사진 등을 보이며, “국내 원전은 지진이나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원자력 안전의 현실이 특정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제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찬미받으소서 105항의 말씀을 좋아한다. ‘인간은 완전히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는 말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감시의 대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투명하고 공정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의 문제는 연대의 문제”


▲ 부산교구 정평위원장 김준한 신부 ⓒ 최진


부산교구 정평위원장 김준한 신부는 핵발전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발표했다. 그는 교회가 언제나 핵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과도기적인 과정에도 불구하고 점차 핵에 대한 인식의 확장과 단호한 거부로 나아가고 있음을 주목했다. 


김 신부는 “핵의 문제는 연대의 문제이고 가난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교회의 입장이며, 이것은 종교적인 주제다. 교회의 가르침은 점점 확장되고 있고, 명확하게 표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문제를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연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핵 기술에 대해 “인간이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 상자”라며 “하지만 전문 학자들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가 긴밀히 추진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문제 제기조차 하기 힘들다”라고 짚었다.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 ⓒ 최진


강 주교는 “세계적인 탈핵 추세를 우리 안에서 여론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오늘 포럼에 나왔던 정보만 알아도 국민은 탈핵으로 생각을 바꿀 것이다. 여러분들이 이런 사실을 주변에 널리 알려 달라”라고 부탁했다.


또한 세미나에 참석한 이관섭 한수원 사장에게 “발전소 인근에 사시는 분들의 아픔과 한을 잘 고려해 달라”라며 “이주를 원하는 분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힘이 돼 달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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