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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수원교구, 적폐 청산 위한 시국미사 봉헌 이용훈 주교,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신앙인 포기하는 것” 최진 2017-01-24 14: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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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수원 정평위)는 23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장안구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수원교구 사제단과 신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출처=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뉴스블로그)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한 일련의 사태를 본 국민이 매일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1,000만국민이 국가에 맡긴 자신의 권력을 돌려달라며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해 국민의 뜻을 이었다.


이로써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아직 남았다. 이제 촛불민심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었던 적폐들을 청산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시국에 천주교 수원교구가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담아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수원 정평위)는 23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장안구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정평위는 국민의 아픔과 절규를 무시했던 박근혜 정권을 꾸짖고 우롱당한 국민을 위로하면서 이들의 염원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워 교회의 사회참여를 무조건 반대한다. 하지만 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유착돼 부정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이다.


미사를 주례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국정 농단 사태의 주역들이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항변하는 상황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 주교는 “적지 않은 이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워 교회의 사회참여를 무조건 반대한다. 하지만 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유착돼 부정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이다”라며 “예언직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명이자 의무다.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과 복음에 어긋나는 일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신앙인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고 짚었다.


그는 ‘부정부패는 약자의 기회를 부수고 힘없는 자들을 짓밟는 것’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되새기며,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사회를 악으로 물들이는 세력에 저항해,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5일 봉헌된 교구 신년미사 강론에서도 이 주교는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적 난국을 극복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정의로운 민주사회 수립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참 평화와 인정이 넘치는 나라가 되도록 기도와 희생을 바치자”고 말해, 현 시국을 극복하기 위한 신앙인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 이날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적지 않은 이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워 교회의 사회참여를 무조건 반대한다. 하지만 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유착돼 부정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출처=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뉴스블로그)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복음은 복음이 아니다”


시국미사 강론을 맡은 수원 정평위원장 최재철 신부는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복음은 복음이 아니다”라며, 신앙인들이 반쪽짜리 행복만 전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최 신부는 국민들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분노와 무력감을 크게 느꼈을 것이라며, “국기 문란 세력들이 뻔뻔히 저항하는 것을 보면서 어둠이 다시 드리워질까 걱정된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어두울수록 빛이 되라’는 예수의 말씀처럼 뚜벅뚜벅 양심과 신앙의 길을 가자”고 말했다. 


올해 수원교구가 봉헌한 첫 시국미사에는 수원교구 사제단과 신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어 정평위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제목으로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오 5,14)



지난 2016년 우리 모두는 공정과 정의, 진실을 향한 시민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였습니다. 민심은 천심이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의 작은 양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한 해였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전 국민적 저항이 천만의 촛불로 타올라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게 나라인가’ 라는 주권자들의 탄식과 분노는 마침내 검찰 수사를 이끌었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만들어 냈습니다. 주권자들의 준엄한 경고에 의해 국회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습니다. 이제 광장의 민심은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탄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정하고 검찰과 언론, 국민의 민의에 색깔론을 덧씌우면 탄핵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통령이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부추겨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촛불 민심에 대해 북한의 지령 운운하며 자신을 박해 받은 성인들에 비유하는 후안무치와 안하무인은 그녀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케케묵은 색깔론을 들이댄다고 해서 대통령의 잘못이 가려질리 없습니다. 궤변과 억지 없이는 자신을 도저히 변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즉각 퇴진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탄핵하고자 한 것은 비단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박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남북대결주의와 친일파, 신 유신독재의 잔재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려는 국민적 의지가 대통령 탄핵의 민심으로 분출된 것입니다. 거짓과 불의의 낡은 체제를 뿌리까지 드러내고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언론, 정치 및 선거제도의 개혁 등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내야만 공동선을 증진하는 새로운 나라를 세워갈 수 있습니다.


2017년은 국민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민권력,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과 복지, 남북화해와 동북아 긴장해소, 생태 보존, 농촌과 지역 살리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희망의 대 전환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 원동력은 행동하는 시민들의 양심, 보잘 것 없이 작지만 꺼지지 않는 수천만의 촛불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깊어만 가는 시대의 어둠에 절망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광장의 촛불은 메시아적 사건처럼 도래했습니다. 우울한 과거를 구원하고 있는 촛불 민심의 원점에는 불의한 시대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려는 따뜻한 마음의 사람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빼앗기고, 밀려나고, 진압되고, 배제되는 이 세상의 질서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믿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길 위에 있습니다. 믿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스스로 새로운 시대를 위해 믿음의 보루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의 시대 속으로 그리스도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세상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불의에 대한 단죄는 교회의 기본적 선교사명이요,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의 중대한 측면임을 새삼 깊이 깨닫습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선의의 모든 이들과 함께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빛으로 오시어 앞장 서 나아가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꺼지지 않는 부활의 촛불을 높이 들고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오 5, 14-16)


2017년 1월 23일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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