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 / 려 / 곱다. 우아하다. 짝짓다. 통과하다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과 삶이 화살 되어 쏜살같이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드문드문 울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허나 그 모습마저 곱디고운 한 줄기 빛으로 삼아야 할 이승의 하루들이다. 다시 찾아온 가을이 아니라 새로 맞는 가을이다. 있는 그대로 삼라만상 곱다.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한 여름 뙤약볕에 그을린 그대여
소금꽃이 피도록 땀 흘린 그대여
어느 한 순간 마음 내려놓지 못하고 갑갑해 하던 그대여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구절초 피어나는 계절이 왔으니
아침안개 걸핏 피어나는 계절이 왔으니
타는 저녁놀 붉고 깊게 다가오는 계절이 왔으니
그대여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비가 오셔도 가을비
바람이 불으셔도 가을바람
그리움이 파고들어도 가을그리움, 그러니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며느리밥풀꽃
별꽃아재비
잠자리난초
자주꽃방망이가 발바닥아래 지천으로 피었으니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그대여 쉬엄쉬엄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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