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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麗 / 려 / 곱다. 우아하다. 짝짓다. 통과하다 김유철 2016-10-25 11: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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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 / 려 /  곱다. 우아하다. 짝짓다. 통과하다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과 삶이 화살 되어 쏜살같이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드문드문 울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허나 그 모습마저 곱디고운 한 줄기 빛으로 삼아야 할 이승의 하루들이다. 다시 찾아온 가을이 아니라 새로 맞는 가을이다. 있는 그대로 삼라만상 곱다.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한 여름 뙤약볕에 그을린 그대여

소금꽃이 피도록 땀 흘린 그대여

어느 한 순간 마음 내려놓지 못하고 갑갑해 하던 그대여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구절초 피어나는 계절이 왔으니

아침안개 걸핏 피어나는 계절이 왔으니

타는 저녁놀 붉고 깊게 다가오는 계절이 왔으니

그대여 이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비가 오셔도 가을비

바람이 불으셔도 가을바람

그리움이 파고들어도 가을그리움, 그러니

가을에는 쉬엄쉬엄 가시라


며느리밥풀꽃

별꽃아재비

잠자리난초

자주꽃방망이가 발바닥아래 지천으로 피었으니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그대여 쉬엄쉬엄 가시라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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