露 / 로 / 이슬. 적시다. 젖다. 은혜를 베풀다
‘비의 길’, ‘비가 가는 길’. 어느 시인이 그렇게 풀어놓을까 싶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자 중의 하나가 ‘露’란 글자다. 봄비가 소리 없다 하지만 이슬은 아예 소리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 그 너머의 젖어듦으로 베품을 주고받는 경지를 그려본다. 이승에서 단 한번이라도.
수도원 아침
동트기 전
숨소리 전
종소리 전
붉은 수련睡蓮 한 꺼풀 열리는
나뭇가지 흔들림 시작하는
새벽별 머뭇거림 잡지 않는
그런 시간
그런 공간
그런 어둑
젖어드는
적시는
베푸는
오늘, 수도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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