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 / 세 / 해. 세월. 신념
유월 말일 한 해가 폴더전화기 허리를 접듯 ‘탁’소리 내며 반으로 접히던 그날, 세월을 생각했다. 물처럼, 어쩌면 물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시간의 모임인 세월은 날과 날 사이를 집착하지 않고 흘렀다. 뒷물이 앞물을 추월하는 법 없이 그렇게 세월은 한 해의 끝인 세모歲暮를 향해 흐르고 있다.
세모歲暮에는 달도 흔들린다
저녁 창가에 서 본 사람은 안다
하루 종일 팔 벌려 하늘 안고 있던 나무들이
그 품안에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는 것을
빈 공간속에 나뭇잎이 흔들린다는 것을
새벽 창가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안개는 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서 피어오르며
개는 짓는 것이 아니라 우는 것이라는 것을
그 울음 속에 빈 들이 흔들린다는 것을
삼백예순다섯날 다보내고
막다른 골목 끝에서 다가온 시간을 바라본다
사람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듯
세모에는 달도 흔들린다
겨울밤을 지새본 사람은 안다
세모歲暮에는 달도 흔들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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