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 / 동 / 겨울
오래 전 노무현을 비롯한 몇 사람이 어딘가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음식점을 열었었다.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란 의미였다. 그 말의 의미를 철에 맞지 않아 쓸모없는 사물, 즉 무용지물로 볼 것인지 때가 되면 긴요하게 쓸 물건으로 볼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 세상사 그저 생각하기 나름인 게다.
한여름 겨울잠을 청하다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기다리기로 하자
잠들기에는 더운 날이지만
여름 화로려니 스스로 여기면서
잠들기로 하자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참아내기로 하자
맨 눈으로 쳐다보기에는 시린 꼴 투성이지만
겨울 부채 흔드는 것으로 여기면서
뒤돌아 앉기로 하자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혹시 아는가
곰이 인간이 되듯
한여름 겨울잠을 뒤척이는 동안
후박나무도 인간이 될 줄
그래, 그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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