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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활자의 초(超)능력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는 읽고 쓰기에 조금 더 집중해봐야지 생각했다. 그러면서 눈에 띈 책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언어의 힘이 얼마나 크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을까만,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게 글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릴 수 있고 포털로 뉴스를 보고 댓글도 달고 그러는 요즘은 더 직접적으로 글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그럼 활자화된 글은 어떨까? 어쩐지 글을 삭제하거나 수정도 할 수 있는 화면 속 글자보다는 신문기사나 책처럼 활자화된 글이 더 팩트 같고 진짜로 느껴진다. 특히 기사를 다루는 기자는 뭣보다 투철한 사명의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카타리나 블룸처럼 멀쩡한 사람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2018-01-10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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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모모 『자기 앞의 생』을 말하려면 먼저 작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에밀 아자르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 로맹 가리의 가명이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유태인인 그는 일생 한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로맹 가리로 한 번,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 2017-12-11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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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 -김혜경] 20세기 헬조선의 인디언 섬머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이 무렵이면 눈부신 햇살도 어째 좀 쓸쓸해 보인다. 하필 이럴 때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촘촘하게 엮어낸 「세여자」를 읽게 되었다. 마치 다큐를 대하소설로 읽은 느낌이다. 생생하게 그려지는 혁명가들의 험하고 빛나는 삶과 죽음에 마음이 저렸다. 2017-11-13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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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노(魯)나라의 조르바, 애태타 긴 연휴가 지나고 나니 벌써 시월이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늦더위가 오래간다싶었지만 어느새 단풍나무 은행나무들이 고운 색으로 물들고 파란하늘에는 새털구름이 날아갈 듯 가볍다. 연휴동안 달콤한 휴식을 만끽한 이들도 있을 거고 이런저런 일들로 번잡하게 보내거나, 어쩌면 기간이 길었던 만큼 더 쓸쓸했던 이도 있었을 게다. 오랜만... 2017-10-12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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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속수무책 ‘마초 가부장’⑴ 다시, 가을이다. 하늘은 푸르고 높다. 옅은 새털구름은 날렵하기만 하고 부서지는 햇살아래 맑은 바람은 가볍고 가볍다. 독서하기 딱 좋은 때라지만, 막무가내 길을 나서 마구 쏘다니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그러면서 생뚱맞게도 읽기가 아니라 ‘쓰기’가 떠올랐고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5~)가 생각났다. 아마 좋은 날씨에 자꾸 내 마음... 2017-09-11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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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만들어진 ‘신화’, 원자력 요즈음 탈원전이라는 말이 뜨거운 감자중 하나다. ‘원자력’이라고 하면 최첨단 과학의 하이테크놀로지(?)여서 깨끗하고 값도 싼데다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데, 뭐가 문제지? 원자력이 궁금해졌다. 일본의 유명한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는 그런 이미지들이 모두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단다. 누가, 왜, 그런 신화... 2017-08-10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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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2%의 결단과 신비한 모험 롯데 칠성에서 만든 음료 중에 “2% 부족할 때”라는 게 있다. 상표이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2% 부족하다는 건지, 왜 하필 2%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사람의 몸에서 수분이 2% 부족해지면 그때부터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단다. 그러니까 수분이 2% 모자라 목이 마르다고 생각될 때, 이 음료수를 쭈욱 들이키면 시원하게 갈증... 2017-07-12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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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몹시도 그리운 이름, ‘아버지’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대된 위화(余華)는 중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위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허삼관매혈기」는 마오쩌둥(毛澤東)이 벌인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은근히 풍자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허삼관은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팔며 살아가는 인물인데, 2015년 우리나라에서 하정우와 하지... 2017-06-12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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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할매‧할배들의 유니크한 미(美)를 허하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시민들은 위대했다. 지난겨울 어린아이부터 청장년은 물론, 나이 지긋한 노인들까지 광장을 환하게 밝히던 촛불이 다시 생각난다. 언제 떠올려도 뿌듯한 광경이다. 그런데 여기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 대던 노인들이 오버랩 되면 씁쓸해진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맥락 없는 주장을 막무가내로 하며 목소리를 높... 2017-05-12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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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길가메시 프로젝트, 영원한 생명을 탐하다 “지니, 음악 틀어줘. 전등도 켜주고~” 그럼 지니는 알맞은 조도로 전등을 밝히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도 알아서 들려준다. 말 잘 듣는 하인 같기도 하고 뭐든 말만하면 잘 챙겨주는 센스만점 친구처럼도 보인다. TV에서는 이런 지니를 어서 곁에 두라며 한참 광고 중이다. 인간의 능력이 새삼 놀랍다.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이런 엄청난 ... 2017-04-11 김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