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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시대창작 : 집 떠나는 다람쥐
집 떠나는 다람쥐아랫동네에 사는 이장 내외가비닐봉지를 들고 와서는 산을 훑는다.검은 혀가 반짝인다.한 접시에 담아낼 묵을 쑤겠다고일 년 농사를 싹쓸이한다.겨울과 봄과 여름을 기다렸다.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빈 곳간에 채울 양식이 여물기를두 손 모아 기도했건만몸뚱이 하나 건사하기가 힘들다.아는 작자들이 제 목구멍 앞에서는...
2015-09-22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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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시대창작 :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국가는 노동자를 위해 존재한다.노동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누군가의 아버지,누군가의 어머니로 살아가는이 땅에서 숨을 쉬는 국민이다.노동자는 곧 인간이다.갈아 끼우고 폐기하는 값싼 부속품이 아니라마땅히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인간이다.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국가가 아니다....
2015-09-20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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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남 일 같지 않다
남 일 같지 않다 남 일 같지 않다.갈수록 뗏목이 늘어나는 것이불타버린 아버지의 집과 고향을 떠나쪼개지고 부서지는 통나무 위로 빈 몸뚱이를 맡겨야 했던 시절머무르면 죽을 것 같고떠나는 것은 죽음보다 더 비참했던,살아서 만나자던 벗들을강물처럼 흘려보내고소용돌이치는 강가에서고향 땅을 그려보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이 곁에 있...
2015-09-17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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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바다 끝에 서다
병들고 아픈 바다로부터 아이들이 떠밀려옵니다. 모래 위에 깨알 같은 이름을 남기고 훌쩍 떠납니다.바다 끝에 서서 가만히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어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싸늘한 주검처럼 무덤 안에 갇힌 일상(日常)은 대답 없는 아우성입니다(...)
2015-09-12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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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통일은 언제 오려나
통일은 언제 오려나 화해로 가던 길을 틀어막고종북 타령에 열을 올리던 사람들이지들끼리 갈등을 키우고지들끼리 긴장을 만들고지들끼리 화해하고금방 통일이 될 것처럼 설레발 치는데이산가족은 뭔 죄냐통일은 언제 오려나+ 시대창작 소개“시대창작”을 통해서 시인은 시대를 논하고자 한다. 시대가 불편하다면 불편함을 기록할 것이...
2015-09-10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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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십자가의 길
십자가의 길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노을이 산을 덮으며붉게 타들어 갑니다.이내 어둠이 몰려옵니다. 깊은 밤이 오려나 봅니다.발끝에서 시작된 그림자가 온몸을 휘감습니다.집어삼키려고 합니다.나의 빛,갈구하는 빛,하늘과 땅은 빛을 잃었습니다.저 멀리,불빛이 득달같이 몰려옵니다.언덕으로 굽은 길이 드러납니다.묵묵히 걸어야 하는 ...
2015-09-08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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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노동은 생명입니다
노동은 지배의 도구가 아닙니다. 노동으로 노동자를 억누르고 있다면 이미 죽은 노동입니다. 노동은 생명입니다.
신(神)은 노동으로 생명을 잉태합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충만하게 드러납니다. 닮았습니다. 젖을 물고 잠든 아기도 그늘에 앉아 채소를 다듬는 할머니도 팔짱을 끼고 거리를 배회하는 풋풋한 연인도 노동을 탐닉합니다...
2015-09-05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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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시대의 비극을 논하다
시대의 비극을 논하다그대에게 묻고 싶다.만족하는가행복한가힘겹고 버거운 현실이살고자 하는 욕구를 지배한다.모질게 몰아붙이는 사회,짓밟아야 사는 비정한 시대 속에서마음의 병은 삶을 포기하도록 내몰고 있다. 좌절과 절망은 고독을 낳고차별과 가난은 비극으로 이끈다.다만, 살아서 싸우자.신(神)의 영역을 침범하는 자들에게엄중...
2015-09-03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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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해방을 꿈꾸라
해방을 꿈꾸라 광장은 이미 감옥이다외치는 목소리를 옭아매고올곧은 깃발에 족쇄를 채우는그곳은 오래전부터이름 없는 자들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슬피 우는 자,울분을 토하는 자,가둘 수 없는 자를 억누르는그러나 나는 광장에서전혀 새로운 감옥을 보고야 말았다.과거에 묶여서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그리움에 사로잡힌 감옥듣고 싶...
2015-09-01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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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창작 :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시)잊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도기억은 벌써 그 날을 지우고 있다.무디어진 지성(知性)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분노하고 절망하고 함께 아파했던 그리 짧지 않은 시간들,그토록 함께 공감했던 나날은무심하게 묻혀 버릴 것인가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먹고 살기에 분주한 도심은쓰라린 과...
2015-08-29 이종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