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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남산에서 ‘안중근의사’를 만나고서 매일 돈 버느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또 나가려니 힘들기도 하고 보스코한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캐나다에서 돌아온 친구에게 시간을 내주고 그동안 밴쿠버에서 지낸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내 할 일이기에 딴 생각은 툭 털어내고 대문을 나선다. 한목사와 상옥씨랑 우선 ‘숭례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문 옆으로 그렇게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새로 손질하고 나서는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어, 오늘 남산행은 그곳부터 보자고 했다. 2018-11-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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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모든 성인의 날’, 가톨릭 무명용사의 날 새벽에야 잠들며 보스코에게 6시에 알람을 해달랬더니 ‘너무 피곤할 테니 7시 미사에 가지 말고 푹 자라’고 한다. ‘그래도 내기 신부 엄만데’하며 잠들었더니만 눈을 번쩍 뜨고 보니 정확히 6:00. 사람 머리속에는 내가 태엽 감고 들여다보는 시계가 하나 있음에 틀림없다. 2018-11-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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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4·19탑, 해질녘 산보길 그분이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신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은 안하셨다. 11월 말에 어디 먼데를 다녀오려니까 ‘간다~ 걷다~ 신다’로 결론이 난다. 두 켤레 신발은 필요 없다지만 최소 한 켤레는 필요하다. 2018-10-3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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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기름주유소 사장님 대신 말씀주유소 사장님 전에도 가능한 한 어린이미사에 갔다. 교중미사엔 주임신부가 미사만큼 긴 시간의 사족을 다는 수가 있어 어린이만큼 참을성 없는 이 ‘무식한 프로테스탄트’는 어린이와 같이 되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눈뜨는 시각을 보고 미사 갈 시간을 정할 요량이었는데, 습관이 무서운 게, ... 2018-10-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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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그 자리에 노숙자로 눕기까지 얼마나 절절한 사연이런가! 내 두 눈의 백내장 수술을 하고서 안과에 마지막으로 가는 날. 무릇 병원이란 더 가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그동안 성심껏 돌봐 준 공안과 이수정 선생께 감사한다. 병원에 가는 길, 거친 매연 속에서도 여름을 견디어낸 가로수들이 덕성여대 단풍이나 우리 동네 ‘둘리공원’ 속의 나무들만은 못하지만 나름대로 고운 옷으로 철바꿈을 하는 중이다. 2018-10-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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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짧은 팔과 불룩한 배에 안겨야 하는…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암울하게 흐리고 비 조금세상 마지막 날이 저렇게 음산하고 암울할까? 7시가 넘었지만 검은 회색을 장막으로 드리운 세계는 여직 밤이다. 테라스에 나가 보니 비라고 한두 방울 하긴 했는데 북한산에 얹힌 검은 구름 위로 더 많은 비가 서성인다. 담 밖의 샛노란 은행나무마저 어둡고 침울하고 거무스레하다.요즘은 방... 2018-10-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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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모대감님의 장례미사 6시에 일어나 모신부님 장례미사에 갈 채비를 했다. 기백도 좋고 목소리도 크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분이어서 천국 가는 길도 성큼성큼 걸어가고 계실 꺼다. 2011년 12월 4일 벨기에 선교사 구마르코 신부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이 2018-10-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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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니, 대통령이 저토록 고생을 하는데…’ 새 날이 밝아오도록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아니, 대통령이 저토록 고생을 하는데’, 편히 발 뻗고 잔다는 게 국민의 도리로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빡빡하다. 보스코는 벌써 일어나서 방송에서 대담할 준비문 2018-10-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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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부부 함께 찍은 영정사진’이 딱 필요한 사람들 아침부터 이웃 사는, 미용실하는 아줌마가 전화를 했다. 우리집 담밖에 붙은 하수구 위쪽에 큰 비닐봉지 세 개에 낙엽이 가득 담겨 버려졌는데 두 개는 앞집 아줌마가 버렸다 했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버렸다고 그러는데, ‘지구를 지키는 불사신’이라고 자칭하면서 어찌 그러냐고 한다. 한번 물어보려 해도 만날 수가 없었는데 마침 우리 차가 골목에 보여 전화를 한단다. 2018-10-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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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지리산 조망(智異山眺望) 3대 명소라는 ‘금대암’에 올라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맑디맑은 가을하늘지난 열흘간 ‘산청약조축제’에서 체질에 맞지도 않는 ‘좌판 장사’를 하느라 고생한 미루와 이사야에게 우리가 주는 상, ‘구절초가 흐드러진 소나무 숲 언덕’으로 가을소풍을 갔다. 힘든 일이 끝난 뒤의 해방감과 풍덩 몸을 던져도 좋을 10월의 파란하늘(이탈리아인들도 이런 가을하늘을 사랑... 2018-10-15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