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천재일기]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 2시에 호텔로 들어오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보였다. 겨울 별자리에 시린 눈길이 머문 건 두고 온 내 나라 내 땅, 내 동네 지리산에도 저 별은 찬란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8-11-28 전순란
-
[휴천재일기] ‘신을 받으라는데 자꾸 피하니까 매사가 어긋나는가 보다’ 집을 지으며 심야전기 보일러실을 만들었는데(25년 전) 터가 마땅치 않았겠지만 그 위치나 좁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보일러를 켜거나 고치려 들어가기도 그렇고, 보일러에 들어가는 보충수탱크마저 길가로 끌어내 철탑위에 볼썽사납게 올려놓아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그뿐 아니라 실내 온도만 올라가면 보충수가 길로 넘쳐흐르고, 추운 겨울에는 자칫 빙판길을 만들어 지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민폐다. 2018-11-23 전순란
-
[휴천재일기] 두더지 영감더러 엄지공주 데리고 피난가라고… 아침 일찍 서재 뒷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우리를 찾다가 대답이 없으면 2층 뒷계단으로 올라와 서재문을 두드리는데, 보통은 나를 찾는 소리다. 다만 주인 양반은 늘 방안에 계신다는(=방안퉁수라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인규씨가 두어 번 왔고 드물댁도 서너 번째다. 2018-11-21 전순란
-
[휴천재일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한 결심들로 포장되어 있단다!’ 오늘 공소에서 저녁 7시 30분에 본당신부님의 저녁미사가 있다. 신부님은 공소를 돌면서 다니시니 매주 공소미사가 있지만 공소는 신부님이 오시는 그날이 기다려지는 잔칫날. 하지만 공소예절에도 공소미사에도 제일 많이 빠지는 사람들이 우리 부부다. 2018-11-19 전순란
-
[휴천재일기] ‘울지 않고 울음에 대해 말하는 법’ 엘리자베트 스트라우트의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가 오늘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소설의 배경은 아름다운 바닷가 작은 마을. 사람이 산다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 주인공 올리브와 엮인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얼마나 섬세하게 그려냈는지 마치 우리 주변 이웃의 얘기 같다. 분명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인데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2018-11-16 전순란
-
[휴천재일기] 창조주께서도 스스로 찬탄하실 멋진 가을 그림 사람이 떠난 자리엔 내게 남긴 숙제가 많아 우선 빨래 청소 뒷정리가 있고, 그런 거야 끝내면 되는 일이지만, 마음에 남기고 간 말들은 내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짐이라, 떠난 이는 자취도 없는데 그 여운이 남아 심사를 어지럽힌다... 2018-11-14 전순란
-
[휴천재일기] 늦가을, 사람도 날짐승도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는… 진이엄마 친정아버지께서 먼 길을 떠나셔서 아래층 식구들은 초상을 치르러 안동 친정에 가고, 우리 식구만 있으니 집안이 허전하다. 별 특별한 일을 함께하는 것도 아닌데 두 집안의 인기척과 온기가 서로를 의지하게 만드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동쪽 하늘을 본다. 태양이 왕산 위로 떠오르기 전, 아침노을이 파아란 하늘에 곱게 빗자루질을 한다. 한쪽으로 낙엽을 말끔히 쓸어놓고 커피 한 잔하는 기분이랄까? 2018-11-12 전순란
-
[휴천재일기] 노사제 한 분의 자비로운 눈길이 얼마나 많은 이를 치유하는지 수도원 새벽 미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다. 긴 밤을 시름과 고통으로 뒤척이다 위로받고 싶은 분께로 새벽길을 떼어 성당 문 앞에 서면 이미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면서 아침 공기로 차디찬 뺨엔 주르르 눈물도 흐르려니... 2018-11-09 전순란
-
프랑스 주교회의, 성직자 성범죄 과거진상조사위 설치 프랑스 가톨릭 주교회의는 지난 3일,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을 초대해 직접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재정을 갖추고 교회 전체의 협조를 받는” 독립된 성직자 성범죄 과거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지난 8일 프랑스 주교회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성범죄 퇴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 2018-11-09 끌로셰
-
[휴천재일기] 가을꽃으로 화려하게 피어나는 감나무들 심야전기 보일러를 가동시키려면 집 뒤꼍에 있는 ‘기름보일러’를 끄고 닫고 다른 쪽 ‘심야전기 보일러’를 틀고 열어야 한다. 보스코가 내게 묻는다. ‘기름보일러는 보일러 안에 기름통이 들어 있어?’ 한 번도 보일러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도 없고, 관심도 없고, 아래층 식당채를 덥히는 보일러와 2층 건물 전체를 덥히는 보일러가 어디 있는지도 구분 못하는 게 보스코다. 2018-11-07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