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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저 어린 가슴들에 축복있으라!”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산수유 붉은 열매가 북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구례 산동에는 ‘산수유 마을’이 있어 100년이 넘는 나무들도 숱하다. 그런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상위마을’과 ‘하위마을’에 산수유가 만개할 때 ‘만인보(萬人步)’를 하며 지리산 둘레길을 걷던 친구들과 자주 들렀다. 2018-12-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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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두 살배기 딸을 가슴에 안은 채 얼어 죽은 ‘변병생 모녀’ 연수씨, 정옥씨, 나, 우리 셋은 젊은이들이 구내식당으로 ‘몸국’을 먹으러 간 시간에 아침으로 커피우유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집에 돌아갈 가방을 쌌다. 젊은 사람들이 워낙 모범적인 가정주부여서 우리 나이든 시니어들은 젊은 층에 짐이 되지 않으려 더 부지런히 짐을 꾸리고 더 재빠르게 움직인다. 2018-12-2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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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김병상 몬시뇰의 「따뜻한 동행」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맑음김병상 신부님을 지난 해 여름쯤 뵈었나, 아니면 봄쯤? 겨울일 수도 있고… 진주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모임에 함신부님이랑 오셨는데 ‘이젠 기억이 앞뒤가 섞이다 보면 시간도 때도 간곳을 모르겠다’고 탄식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신부님 말씀이 유난히 어눌해 보였고, 올 봄에는 안... 2018-12-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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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서울에서 로마까지 도보순례를 하다니? 커튼 사이로 눈이 왔나 살그머니 내다보니 아직 안 왔다. 날씨는 잔뜩 흐려 이대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고… 보스코가 낮에 외출한다는데 우선 눈이 안 내린 것은 다행이다 싶다가도 서운하기도 한 게 어지러운 사람 마음. 그가 잘 미끄러지고 잘 넘어지는데 ‘겨울구두’를 지리산에서 못 챙겨온... 2018-12-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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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한신대학교여동문회' 어제 엄엘리가 일손을 거의 다 도와주고 가서 별로 할 게 없을 꺼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아래층에 내려가보니 오늘 일은 오늘 또 나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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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이 세상에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는 사람 새벽까지 모든 일을 마쳤다 생각했는데 눈뜨자마자 아우성을 듣는다. 고무다라이 속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배추들이 꺼내달라고, 숨죽었다고, 숨막힌다고, 너무 짜다고! 김장은 워낙 ‘추운 날 날잡아서 해야 제맛’이라고들 스스로 위로하지만 오늘, 춥기는 정말 춥다. 다행히 물은 지하수라 날씨에 비해 차라리 따뜻하다. 2018-12-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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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그 ‘낯설음’, 땅과 인종, 문화와 음식 그리고 과일… 나라가 다르면 사람만 다른 게 아니고 풍습과 문화, 그 땅에서 나오는 음식과 과일 마저도 많이 다르다. 요즘이야 백화점 뿐 아니라 웬만한 큰 마트에서도 먼 나라 열대과일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흠이라면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현지에서와 똑같은 싱싱한 맛을 볼 수 없다는 것. 2018-12-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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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히말라야 해돋이 속의 다울라기리봉과 안나푸르나봉 새벽에 히말라야의 해돋이와 안나푸르나(Annapurna)를 보려고 5시 30분에 전망대 게스트하우스를 나서야 했다. 그런 일엔 유난히 부지런한 보스코가 3시 30분부터 일어나 하늘의 별을 찾는다. 별은 비로드드레스에 박힌 보석처럼 히말라야의 맑은 하늘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2018-12-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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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장소로서의 교회 해체 현실 받아들여야” 29일부터 30일까지 교황청 문화평의회(Pontifical Council for Culture)가 주최하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과 이탈리아 주교회의 후원으로 ‘하느님은 더 이상 여기 계시지 않은 것인가? - 경배 장소의 해체와 교회 문화유산의 통합적 관리’ 컨퍼런스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사에서 “교회 건물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지적... 2018-11-30 끌로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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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최목사님이 네팔에 일궈놓은 ‘트립티공정무역운동’ 어제 밤엔 이틀 분의 잠을 잤다. 바다 속 심연의 침전물처럼 고요에 눌려 잠을 잤다. 이른 새벽 도시까마귀의 소리, 매연에 쉰 목소리가 간혹 귀를 거슬렸지만 우리 서울집 전봇대 위나 지리산 휴천재에서 듣던 까마귀떼 소리려니 하였다. 산골이면 까치떼가 황제처럼 군림했으나 언제부턴가 물까치떼에 쫓겨 권력의 덫에 갇혀 몰락한 귀족 신세가 되었다. 네팔에선 아직 물까치가 까마귀를 제압하지 못한 듯하다. 2018-11-30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