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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했다"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서울은 맑고 거제는 흐림환한 빛살 속에 테라스에서 참새들이 부지런히 아침을 먹는다. 질척이는 비도 안 오고 목숨 걸고 나서야 할 고양이도 안 보인다. 염치없는 비둘기들이 뒤뚱거리며 한두 마리 보이지만 작은 참새들이 못 먹게 쫓아 보내지는 않는다. “어르신 먹게 비켜!”라거나 “아랫것들은 기다렸다 담에 ... 2015-11-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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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뒷걸음질하다 또다시 황소 밟나?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비“하느님의 이름을 이런 짓을 정당화하는데 이용하는 것은 신성모독일 뿐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이다. 인류를 구원한다는 종교, 현재 세계 최대의 두 종교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인류 멸망을 앞당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증오와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제상황에 교황은 깊... 2015-11-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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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콩까는 철학자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맑음어제도 오늘도 보스코는 틈틈이 울콩을 깐다. 그제 배나무에서 꽁깍지를 따온 바구니를 내밀면서 나더러 까라기에 내 대답이 “그건 당신이 할 일이지.”였다. 그래서 콩바구니가 그의 손길을 기다리며 하루를 넘겼다.오늘 아침에 “콩을 왜 내가 까야 해?”라고 묻는다. “당신이 콩 까는 덴 명인(名人)이니까. ... 2015-11-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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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약점’ 2015년 11월 9일 월요일, 흐리고 비뿌리고아침에 티벳 요가를 하다 창밖을 보니 멀리 왕산 비탈에 햇살이 쏟아지기에, 요지경을 들여다보던 어린애마냥, 카메라를 들고 테라스로 뛰어나갔다. 구름과 산 사이를 열어젖히며 떠오르는 태양! 운동하다 말고 무엇에 흘린 듯 방을 나가는 나를 보며 보스코는 알겠다는 눈빛이다.“늙어서도 산이 좋... 2015-11-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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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 두 잎 갈바람에 업혀가는 노인들 2015년 11월 4일 수요일, 맑음아래층 마루 창밖으로 담쟁이가 커튼처럼 둘러쳐 있다. 고운 단풍이 아침햇살에 투명하여 더 아름답다. 몇 해 전 구청에서 정원 가꾸기를 배운다던 이웃 부부가, 우리가 집을 자주 비운다는 걸 알고서 정원 가꾸는 실습 차 우리 정원을 손봐주겠다고 나서기에 덜컥 대문열쇠를 맡긴 적 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정원... 2015-11-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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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시민들이 이재명 시장을 뽑아놓은 이유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흐림11월, 천주교에서 ‘죽은 이들을 사랑하는 계절’이고, 오늘은 모든 고인(故人)들을 생각하는 ‘위령의 날’이다. 주변에서는 먼저 떠났지만 마음에서는 늘 살아있는 이들을 생각한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는 죽지 않아. 영원히 내게서 사라지지 않아.”라고 다짐하는 고백임을 다시 생각하라는 날이기도... 2015-11-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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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희망센터’에서 날아오르는 홀씨들 2015년 10월 28일 수요일, 맑음척박한 길가에도, 아스팔트 갈라진 틈새에도 자라서 피는 꽃, 캐내도캐내도 실낱같은 잔뿌리만 남으면 비비고 싹터서 꽃피우고 꽃씨를 우주선처럼 사방으로 날려 보내는 민들레! 잡초라기엔 너무 곱고 생명으로서는 모질게 슬픈 민들레!인천 동구 가파른 산비탈 꼬방 동네 꼭대기에 서영남 수사의 손으로 ‘민들... 2015-10-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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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한 개 내놓고 100개나 얻은 엄마들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흐림“여보, 열흘 후면 밭고랑 풀이 도로 자라오를 거에요, 이번엔 현수막천을 좀 깔아줄래요?” 점심을 먹고서 보스코가 텃밭에 내려가 몇 해 사용하고 거둬둔 현수막천을 고랑에다 펴고 철사 핀으로 박아 가는데, 내 눈에는 바람 한 번만 불어도 다 날아갈 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보스코가 왜 일을 그렇게 시원찮게 ... 2015-10-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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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사제의 눈가에 맺히던 물기 2015년 10월 22일 목요일, 흐림우리가 하룻밤 묵은 펜션이 ‘라카이’(La Kai), '빛나는 바다‘라는 하와이말이라나. 아파트, 자동차, 화장품, 약품, 심지어 어린애들이 먹는 과자까지 우리말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 대한민국 장사꾼들의 ’세계화‘(외래화)는 전인류에게 비웃음 살만큼 대단하다. 농촌과 농민만을 상대하는 ’농협‘마저도 ... 2015-10-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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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아!” 탄성만으로 드리는 자연찬가 2015년 10월 20일 화요일, 맑음설악산 대청봉에 기어이 오를 야심찬 생각으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다. 일기를 마무리해 올리고 4시 30분엔 아침을 먹고 5시에 택시로 오색까지 가서 대청봉까지 4시간을 걷고 저녁 6시까지는 비선대가지 내려오려니 하였다.그런데 4시 반경 미루가 부스스한 얼굴로 방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이사야가 밤새 앓다... 2015-10-22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