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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벽은 어디서 동터올 것인가?” 2016년 1월 3일 일요일, 맑음겨울답지 않게 푹한 날씨다. 사람들은 마음마다 근심걱정으로 꽁꽁 얼고 우리 보스코는 초저녁 한 잠 자고나면 나라 걱정에 밤을 꼬박 새곤 한다. 행여 내 잠마저 깨울세라 서재에서 글을 쓰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다 가슴의 열불을 끄지 못하면 다시 책상에 앉곤 한다. 오늘 뉴스에서는 보스코가 역사교과서 국정... 2016-01-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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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식사에 누가 오는 거야?” 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아침에는 해, 저녁에는 이슬비손님들이 저녁에 오면 준비하는 마음이 덜 바쁘다. 그래도 점심에 오는 편이 더 좋은 이유는 손님들이 가고 나서 설거지와 뒷정리를 끝내더라도 밤이 깊지 않아서다. 오늘도 설거지를 루시아씨가 거의 다 해주었는데도 남은 정리와 설거지, 청소, 그리고 식탁보와 냅킨 빨래까지 마치니... 2015-12-3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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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갑질' 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비올해 곶감을 안한 사람들은 용케도 근심걱정의 언덕을 잘 돌아서 간 사람들이다. 누구 말대로 우리나라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올해 같이 ‘삼우사운(三雨四雲)’, 사흘 비 오고 나흘 구름 끼는기후대, 말하자면 한 주간 내내 해를 못 보는 계절로 바뀐 참이어서 오늘도 아침부터 짙은 구름이 지리산을 덮고... 2015-12-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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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로 살아가는 삶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맑다가 흐려짐김혜남이라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있다. 고려의대를 나와서 정신분석 전문의로 학회학술상도 받고 전문의로 교수로 유명작가로 한참을 날렸다. 그러다 마흔세 살에 파킨슨씨병 진단을 받는다. 그니로서는 너무 억울했다. “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 무슨 천벌일까?”절망 속에 한 ... 2015-12-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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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진하고 너무 선량하고 너무도 올곧은 사람들” 2015년 12월 15일 화요일, 맑음우리 한신 동문들에게는 휼륭한 선배와 동창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어제 여동문회에 왔던 후배 한 사람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부터 여태까지, 성매매 금지법이 생기기 전에도 지금도 십대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며 전쟁터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참담한 처지를 목격하면서, 포주와 그 양아치들에... 2015-12-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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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지붕 끝에 서려 있을 참담한 기억들 2015년 12월 14일 월요일, 이슬비오늘은 ‘한신여동문회’ 총회가 안상님 언니 댁에서 있다. 창경궁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빨래터’ 가기 직전에 집이 있다. 추적거리는 빗속에 올려다보는 창덕궁 얽히고설킨 지붕들은 서로를 지탱해주며, 궁안에서 일어났을 참담하고 아름답고 오래고도 가까운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서 있다.... 2015-12-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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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 '모대감' 신부님의 서품 60주년 2015년 12월 8일 화요일, 맑음여섯 명의 준수한 젊은이들이 살레시오 수도회 문을 두드렸다.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에 그분의 치마폭으로 와서 안겼다. 살면서 힘들거나 어려울 때마다 그분이 닦아주시는 눈물이 힘이 되어, 가난하고 힘든 청소년들의 피난처가 되는 듬직한 어버이가 되어 가려니....오늘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2015-12-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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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을 지켜가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 2015년 12월 7일 월요일, 맑음윤순심 할메가 공부하는 손자한테 노상하시는 말씀, “아가,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인간 공부를 해야 한다.” 인간 공부란 “착실허니 살고 놈 속이지 말고 나 뼈빠지게 벌어 묵어라. 놈의 것 돌라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실이 달라지는 법이... 2015-12-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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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둘째부인"(?)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흐림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깊이! 요며칠 잠이 모자라 눈이 뻑뻑했는데 간밤에 7시간 가까이 편한 잠을 잤다. 창밖에는 안주인이 온 기척을 눈치 채고 참새들이 단풍나무에서, 테라스 난간에서 재잘거린다. 묵은쌀을 넉넉히 뿌려주었다. “오늘 내려가면 언제 다시 올라올지 모르니 집 잘 보거라, 길냥이한테 잡혀먹... 2015-11-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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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단자락을 날리며 달려다니는 살레시안들” 2015년 11월 22일 일요일, 흐림“여보, 7시 15분이야. 공소예절 가야지.” 갑자기 머리에 쥐가 난다. “아니, 7시 30분에 예절이 시작하는데 이제사 깨우면 어떡해요? 머리를 산발하고 갈 수 없으니 머리만 빗고 갈게요.” 그새 벌써 보스코는 사라지고 없다. 혼자서 투덜거리며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데 돌아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린다. “서두... 2015-11-24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