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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을 때는 이해할 수 있는 것까지만 받아들이기로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맑음‘휴천재’엔 내일 저녁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인데, 서울 ‘빵기네집’엔 비 온다는 소식이 없어 내가 내려가고 없으면 누가 쟤들을 돌볼까 마음이 쓰여 새벽같이 일어나 물을 나눠준다, 너무 가물어 싹을 틔울 엄두도 못내는 식물들에게.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며칠 전, 처음 나온 싹은 나물이라도 해먹을 요량... 2019-03-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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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날려’ 전깃줄 사이로 물까치가 날아가는데 깃털이 빠져 날리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하얀 눈송이다. 새 지나간 자리는 깃털로, 벚나무 밑에는 아직 피지도 않은 꽃잎으로 떨어지는 눈송이....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드라이 보내려고 한 켠으로 싸놓았던 두터운 외투를 다시 찾아 걸쳤더니 앞산이 검푸르게 맑다... 2019-03-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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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게 없으니 놓고 가는 것도 훨씬 홀가분했겠지 밝은 햇살이 ‘큰할메방’ 깊숙이까지 들어와 북쪽 한구석에 걸린 사진 한 장, 그분이 한국에 왔던 20대 후반의 사진을 보여준다. 요즘 한창 피어나는 수선화처럼 밝고 곱게 풋풋한 나이에 어떻게 그리 사랑스런 생각을 먹었을까? 2019-03-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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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승 문동환 박사님,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어떻게… 새소리 대신에 그 자리를 빗소리가 채운다. ‘비 오는 날이면 새들은 무얼 하나?’ 젖은 날개로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나뭇가지에 하염없이 앉아 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볼까? 이곳 소록도에 내리는 비는 눈물이다. 소록도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눈물’이라고 부르겠다. 소록도 1번지 ‘(직원) 성당’의 제단 반... 2019-03-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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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심장 갖고 태어날 아기나, 70년 넘게 쓰고 아픈 심장이나 정말 이상하다. 하늘이 보이고 뭉게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린 모습이 꿈속에서나 동화속의 한 장면 같다. 짙은 초미세먼지로 아침에 아예 안 보이던 북한산도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무한한 속박 속에 있다 갑자기 자유로이 날아오를 순간까지 내게 날개가 있었음을 잊고 지내는 수가 있다. 날개를 펴는데 꿈지럭거리지 말고 주저하지 말자. 그냥 본능이 주는 힘으로 세차게 날개를 펴는 거다. 2019-03-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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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도 혼령들에게서 연대서명을 받아 하느님께… 빨래를 해서 속옷은 집안에 널었지만,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이불은 바깥 테라스 난간에 널며 앞산 인수봉을 쳐다본다. 더러운 공기를 안 마시려 산과 나무들이 호흡을 줄이려고 몸살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봄에 이렇게 뿌여면 ‘황사(黃砂)’라고 불렀고, 황사가 몰고 온 고비사막의 흙먼지가 토지의 산성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토양을 알카리성으로 만든다고 했었다. 그때는 무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말을 했을까? 2019-03-0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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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사제나 딸수녀의 뒷바라지로는 기도밖에… 살레시오 한국관구 제5대 관구장 최원철 신부님 취임식과 양승국 신부님 이임식 미사가 11시에 있어 주일미사도 드리고 축하도 해드리고 정신없이 바쁠 작은아들도 볼 겸 영등포 신길동에 있는 관구관엘 갔다. 미리 오실비아에게도 연락을 하여 서로 보기로 하였는데 무슨 일에든 적극적이고 열심인 실비아가 먼저 와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2019-03-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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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사랑하는 친구가 아침 일찍 정태춘의 ‘5.18’ 노래를 보내왔다. 요즘 딴나라당 인간들이 5.18을 놓고 얼마나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지 빈정이 상할대로 상한 정상인들에게 그 미치광이 소리에 속상해하지 말고, 그날의 광주를 바라보라는 노래라서 들으며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2019-02-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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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을 목숨이면서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휴천재엔 세 곳에 꽃이 있다. 제일 예쁘고 실한 꽃은 뽑혀서 2층 마룻방 창가를 차지하고서 주인의 사랑과 감탄을 받으며 맘껏 뽐낸다. 가까이 있으니 제 때 물을 얻어 마시고 때론 영양제도 얻어먹고 떡잎은 보기가 무섭게 제거된다. 그러니 예쁜데다 점점 더 예뻐진다. 늦봄에 마당에 내려다 손을 봐도 변함 없이 충성을 다하니 늦가을이면 또 2층 창가를 다시 차지한다. 2019-02-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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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걸음마에서 작은 돌맹이도 치워주고… 열흘 가까이 열네 가지 검사가 끝나자 몸속에 남아있던 조사용 약물을 밀어내느라 그런지 보스코의 몸이 어지간히 지쳐있다. 초봄이면 부화장에서 감별이 끝나고 곧 죽을 것 같은 병아리들은 라면박스에 담겨져 초등학교 앞이나 골목 모퉁이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 고객들에게 팔려나간다. 노랗고 태엽을 감지 않아도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는 살아있는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관심꺼리다. 2019-02-22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