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에 들이받쳐 우리할머니 감기 걸렸다아!” 2016년 2월 4일 목요일 맑음어제 함양에 있는 삼성 A/S를 찾아가 진공소제기의 찢어진 고무파이프를 고쳐왔었다. 같은 모델이 없어서 다른 호스에 끼우는 손잡이를 뽑아서 바꿔준다. “이건 우리 집에서 사신 게 아니죠?” (물론! 20년도 훨씬 넘는데.) “그래도 잔소리 말고 고쳐줘요.”라는 내 눈총과 더불어 “아이, 좀 봐줘요.”라는 내 맘을 ... 2016-02-05 전순란
-
“생명의 흐름 밑에 떠 있다 내 가슴의 암초에 걸린” 아들 2016년 2월 1일 월요일, 맑음빵고 생일이다. 멀리 유학 가 있어 미역국도 못 끓여주어 마음이 짠했는데 걔가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에는 하얀 쌀밥을 말은, 색깔도 그럴듯한 미역국 한 그릇! “아들, 엄마를 찾아와서 엄마 아기로 태어나 줘 고마워!”라는 축하전활 하면서 누가 끓였느냐 물었더니 봉지에다 끓는 물만 넣으면 그런 미역국이 된... 2016-02-03 전순란
-
평생 가장 화려했을 보스코의 영명축일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맑음목포의 아침은 온도계로는 지리산보다 더 높지만 바닷바람과 습기가 가져오는 체감온도는 지리산보다 더 춥다. 어젯밤 들어선 리타네 알뜰 집은 영상 16도! ‘내 칭고’집은 '냉장고.' 난 너무 추워 겉옷을 못 벗겠는데 그닌 “집안이 제법 훈훈하지?” 그럼 항상 영상 22도를 유지하는 우리 집은 열대지방이란 말... 2016-02-01 전순란
-
「세상은 당신이 필요합니다」 2016년 1월 27일 수요일, 맑음하늘을 향해, 입천장을 향해 뻗어 오른 보스코의 윗니가 빛을 보아야 해서 서정치과엘 갔다. 그의 치아가 생김새도 토종 옥수수 같고 색도 누렇지만 동창들이 회식을 해도 갈빗살을 뜯는 사람은 자기 하나라고 자랑하던 사람이, 제네바에서 손주들 앞에 생니를 접시 위로 뚝 떨어뜨리던 날의 난감한 표정을 잊을 ... 2016-01-29 전순란
-
갓난아기 입 밖에 내는 첫마디가 "오빠!" 2016년 1월 24일 일요일, 맑음서울에서도 젤 추운 곳 하나가 도봉구다. 아마 서울 북쪽 끝에 위치한 곳이어서,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가로막아 찬 공기가 서울을 못 빠져나가설까?”라고 했더니 보스코는 “무식하긴! 산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어서 이 정도로 그칠 꺼야.”라고 아는 척한다. 기상학자가 우리 둘의 얘기... 2016-01-25 전순란
-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살게 된다”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맑은 후 흐림지리산 하봉의 눈해님이 슬그머니 다가와 손등에 따순 손을 얹는다. “손이 차구나! 아침부터 웬 부지런을 그리 떨었누?”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면 벽난로 장작이 잘 타는데 중구난방으로 불어 난로 속을 한 번씩 뒤집어놓으면 시커먼 재와 연기를 난로의 모든 틈새로 쏟아낸다. 꼭 나 같다. 착한 ... 2016-01-22 전순란
-
"며느리 태몽? 혹시 손녀딸?" 2016년 1월 18일 화요일, 눈 눈 눈생전 안 가던 백화점엘 갔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고급 명품 귀금속 매장엘 돌았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쁘고 멋지지만 “저런 걸 사서 어디에 끼고 다니지?” 워낙 보석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욕심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장을 나오는데 발에 채이는 게 있다. 얼른 주웠다. 번쩍이는 금시계다. 주변을 ... 2016-01-20 전순란
-
'하느님의 사람들'을 찾아나선 순례자들 2016년 1월 17일 일요일, 흐리다 비성심원 뜰에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경호강이 불어 올리는 차디찬 강바람이다. 지난 일요일부터 열흘 안에 네 분의 나환우 노인들이 그 곤고한 인생의 옷을 벗어 한 켠에 차곡차곡 개켜두고 환한 얼굴로 열 손가략, 열 발가락, 오똑한 코와 빛나는 두 눈으로 다시 태어나 당신들의 평생을 함께 절름거리며 ... 2016-01-18 전순란
-
로마(오스티아)에 차렸던 '무료급식소' 2016년 1월 14일 목요일, 맑다 흐려지다80년대의 로마생활은 이곳으로 비하자면 60년대 초반 한국여인들이 삶이었다. 그곳 문화나 그곳 여자들이 그랬다는 말 아니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유독 '음식으로 애국하는' 별스런 한국남들을 건사하는 한국여인들의 곤고한 살림 얘기다.그 즈음 이탈리아의 한국인 교민이라야 성직자 수도자 일반인... 2016-01-15 전순란
-
「열세 살 여공의 삶」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맑음“여보, 화단에 꽃 지고 마른 풀들 뽑아서 태울까요?” “언제?” “아침밥 먹고 후딱.” “추운데 오후에 점심 먹고 하면 어떨까?” “그러죠 뭐, 나도 굴깍두기 담그고, 책도 마저 읽고....”햇살이 좋아 긴방(일년내 햇볕이 들지 않는다)의 침구를 꺼내다 테라스에 널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어제는 배추 겉절이를 ... 2016-01-13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