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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꿈은 외가닥! “집에 가야지, 고향 가야지!” 살레시오 신학생들이 개학을 앞두고 소풍을 가고 없었다. 대전 대둔산으로 산행을 갔단다. 새벽미사는 노신부님과 강신부님 두 분이 집전하셨다. 노신부님은 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회복되는 중이셔서 미사 경본을 읽는 것이 전에 비해 좀 어눌해지셨다. 내가 40년 넘게 그분을 알지만 90이 다 되는 그분에게 변한 것은 키 정도다. 원래 미국인치고는 작달만한 키인데 10센티는 줄어드셨고 허리도 약간은 구부정하시다. 2016-02-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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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소가 되고 남편이 농부되어 쟁기질하는 풍경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맑음시골에서 농사에 쓰는 퇴비는, 예전과 달리, 농협에서 배정해주는 분량만큼 사서 쓴다. 옛날이야 풀을 베다 져서 쌓아놓고 소똥이든 돼지똥이든 인분이든 마구 섞어서 삭히고 뒤집고 해서 퇴비를 만들어 썼지만, 만드는 것도 옮기는 것도 번거로워 지금은 퇴비생산 회사가 목재소의 톱밥에 돼지똥을 섞어삭혀서 20... 2016-02-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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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택시 운전수’ 2016년 2월 23일 화요일, 맑음테라스에 뿌려놓은 쌀알이 간밤에 내린 눈에 보얗게 불어 있다. 어려서 닭을 키울 적에 물에 불은 밥을 닭에게 주면 닭이 축농증에 걸린다면서 밥알은 개한테만 주라고 엄마가 타이르시곤 했다. 누룽지를 먹는 닭이 어째서 축농증에 걸리는지 얼마 전 엄마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몰라!”였다. “엄마, 그 말 뻥이... 2016-02-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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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너무 하셔요. 하느님이 미워요”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맑음그냥 떠나가기엔 너무 잘생긴 미남. 그냥 떠나보내기엔 너무 젊은 성직자. 큰아들이 관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에는 너무 원망스러운 하느님! 옛사람들은 이런 비극을 ‘신들의 질투’를 사서라면서 입술을 깨물었단다. 그런데 인류를 살리러 당신 외아들을 십자가의 매다신 하느님이 이러시다니! “하느... 2016-02-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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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님, 나 사람 아니요!” 2016년 2월 18일 목요일, 맑음어제 독서회 아우들이 나누던 말들: 인생을 살면서 좀 더 폭넓게, 남생각도 하면서 사는 게 역시 행복의 질을 높인다, 이타적인 삶과 이기적인 삶은 차이가 난다,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옛날 옛적의 현자가 사랑을 ‘사사로운 사랑’과 ‘사회적 사랑’으로 나누면서 사회적 사랑이 그 사회와 그곳 인간들을 구제한... 2016-02-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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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등에 빨대 꽂고 살아왔노라”는 고백 2016년 2월 16일 화요일, 흐리고 가끔 눈발간밤에 몹시 추웠다. 보스코는 내복에 조끼를 입고 자기 침대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아예 코트를 덧입고 내 침대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알고 보니 밤새 보일러가 작동을 멈추었다며 관장 신부님이 몹시 미안해했다.로마의 겨울을 이겨내느라 고생하시던 안젤라 수녀님. 늘 파랗게 질린 입술에 감기를... 2016-02-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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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사제, 추락할 때만 뉴스감이 되는...”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싸락눈새벽녘 창 두드리는 소리에 어제의 가랑빈가 커튼을 열고 내다보니 사락눈이다. 잠시 창 앞에 서 있다 획 몸을 돌려 눈보라가 되어 달려가 버린다. 사순절 첫 주일이어서 어디로 미사를 갈까 궁리한다. 공소 신자들은 새로 온 주임신부와 상견례도 할 겸 본당으로 나가기로 정했나보다. 공소와 교우들에게 그토... 2016-02-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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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강남에선 몽당 가짜야" 2016년 2월 11일 목요일 흐림손님들이 왔다가면 여기저기 남겨진 그릇들이 다시 한 번 손님들을 생각하게 한다. 보스코가 종류가 같은 접시, 같은 도기 잔, 같은 유리잔을 찬장 제자리엔 차곡차곡 정리해 넣는다.모니카는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는 당당한 여인이다. 처음 오는 손님들이 으레 어느 음식점에서나 하듯이 약간 눈을 내리뜨고 “어... 2016-02-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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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꼭 백 살까지만 살아요, 응? 더도 말고 백 살까지만” 2016년 2월 8일 월요일, 설날 맑음엊저녁 우리 차를 골목 끝까지 대문께로 바짝 끌어다 세웠다, 오늘 아침 동생들이 도착하는 대로 차를 세울 수 있게. 호천에게 (엄마를 모시고) 어디 쯤 오느냐 묻고 우리 골목에 차를 세우라고 했다. “응, 그러려고 내가 일 년치 주차비 낸 거 알지?” “응, 맞아, 넌 내 동생이니까 꽁짜야.” 어려서도 그렇지... 2016-02-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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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추녀 밑 쌓이는 달빛” 2016년 2월 7일 일요일, 맑음오늘은 많은 이들이 길 위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있으리. 그리고 이 시간쯤엔 자식들 키우느라 게처럼 속을 모조리 뽑히고 껍질만 남은 어머니들의 엷은 미소를 이불 삼아 고향집 아랫목에서들 평안한 잠을 재촉하고 있으리. 할머니 손에서 자란 엽이도 할머니가 펴주신 요에서 환~한 할머니 웃음을 얼굴에 받으며 ... 2016-02-08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