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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째 안 풀리는 하숙집 아줌마의 저주 2016년 3월 21일 월요일, 맑음어제 덕촌댁이 한 자루나 준, 싹난 감자를 밤새 손질하였다. 어둔 창고 안에서 고것들이 땅속인 줄 알고 개당 순을 족히 열 개는 돋아내고 순마다 팥알만한 감자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다. 마치 암탉을 잡아 배를 갈랐을 때에 그 암탉이 일평생 낳을 계란들이 크게는 500원짜리 동전 지름만큼에서 시작해서 작게는 좁... 2016-03-2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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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큼 산” 나이는 몇 살이나 될까? 2016년 3월 20일 일요일 맑음주일 아침이면 “오늘은 어느 성당으로 가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사람도 고양이처럼 온기가 있는 곳으로 마음이 흐르나 보다. ‘귀요미’가 내려와 있고, 오신부님이 계시고, 열심한 모습으로 살아오신 분들 사이에서 주님을 찾기로 하고나니 산청 성심원으로 발걸음이 바빠진다. 미루의 밝은 모습이 사랑... 2016-03-2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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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 무덤가에서 올 첫번 진달래 2016년 3월 16일 수요일, 맑음아침기도를 올리는 중인데 지례 박신부님이 전화를 하셨다. 통영 계시던 집에서 어제 밤에 올라오셨는데 아무래도 난방을 켜놓은 채 온 듯해서 다시 가봐야 하니 봄바람 쐬러 같이 갈 생각 있느냐는 전화였다. 맛있는 복국도 들고 만개한 동백도 보자는 초대였다. 보스코는 분도출판사가 보내온 「아카데미아학파... 2016-03-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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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말씨와 맘씨와 풍경을 잡지로 살려내는 사람들 2016년 3월 14일 월요일, 맑음창밖으로는 멀리 지리산 하봉이 눈을 이고 내려다보고 있지만 그 아래 낮은 산자락들은 엷은 안개를 휘감고 있어 오늘 날씨가 따뜻하다고 미리 일러준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집집이 씨감자 담긴 찌그러진 양은그릇들을 옆에 끼고 동네 아짐들이 감자를 내고 있다. 이장네도 며칠 전 로타리 치고 비닐을 덮더니 ... 2016-03-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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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달리 인간은 “져주고 또 져주고 짊어져주고” 할 수있다 2016년 3월 12일 토요일, 맑음. 보스코가 배나무에 거름을 준다더니 내가 심어 놓았던 참나물과 방풍 신선초를 뽑아서 던져 놓고는 배나무는 자기 일이지만 약초밭은 나더러 돌보란다. 하는 수 없이 호미를 들고 내려가서 일부나마 적당한 자리에 되는대로 심었다. 3년 전 하동에 사는 오마리아 선생댁에서 얻어다 이곳저곳에 심었는데 돌보지... 2016-03-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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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에 마을 인심이 차고 넘친다" 간밤에 도착한 카톡 사진에 작은 손주 시우가 안경을 쓰고 있다. “웬 안경? 아범 꺼라도 썼나? 아닌데...” 내용인즉 애비를 닮아 난시가 심해 나이 다섯에 벌써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니! 앞으로 평생을 어찌할건가? “가엾어라, 내 새끼.” 보스코가 고1 때부터 안경을 썼다니까 할아버지 때부터의 대물림이다... 2016-03-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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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치장과 입고 신는 명품과 아이들 과외비 자랑이 전부인 여자들 2016년 3월 8일 화요일, 맑음“여보, 내가 라틴어를 잘해서 당신이 힘들어 하는 문장을 척척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기로 고생하면서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떤 문장에서는 몇 시간이나 끙끙거리며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는 그를 보다 못해 내가 하는 말이다. “여보, 적당히 번역해요. 대한민국에서는 라틴어 번역에 관한 한 당... 2016-03-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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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죄만 고백하면 하느님께 가중처벌 받는 것 아닐까?” 2016년 3월 6일 일요일, 맑음내가 가톨릭으로 입교한 게 빵고가 신품 받은 햇수와 같으니 5년이 됐다. 결혼하고서 아이들이 가톨릭신자로 자라게 돕는 뜻에서, 또 미사의 전반부 ‘말씀의 전례’는 개신교의 예배에 상응하므로 40여년간 주일마다 성당 미사를 다녔으면서도, 정작 가톨릭으로 입교해서 고해성사를 보는 일은 힘들다.개신교에서... 2016-03-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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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바가지로 한 순간에 어른으로 커버린 소녀 2016 3월 3일 목요일 맑음밝은 햇살에 보니 산자락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왕산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날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춘분이 석 주간도 안 남았으니... 어지간히 추위도 갔고, 이젠 벽난로도 마무리할 즈음이라서 재를 쳐서 텃밭 부추 이랑에 뿌려줬다. 텃밭과 화단에는 갖가지 싹들이 앞 다퉈 봄을 이고 찾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 2016-03-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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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작은 바늘 끝 하나로 쨍!하고 깨지는 것을 2016년 3월 1일 화요일, 맑음3.1절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카톡방에 오른, ‘애국지사’ 앞에 ‘여성’이라는 칭호가 붙은 "김락 열사(金洛烈士)“에 관한 글을 읽었다. 이윤옥 시인이 쓴 “독립운동가 3대 지켜 낸 겨레의 딸, 아내 그리고 어머니 '김락'”이라는 글이었다.우국지사 시아버지의 단식 절명, 남편의 순국에 이은 두 아들의 독립... 2016-03-02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