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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성씨 집안의 ‘송양사(松陽祠)’ 제사 2016년 4월 17일 일요일, 맑음전라도 말 중에 애교 섞인 욕이 많은데 ‘뭐야?’ 하는 뜻으로 ‘지랄하네!’와 ‘염병하네!’, 이말 저말 되는대로 지껄이면 ‘연설하고 자빠졌네!’가 각별히 귀에 들어온다. 서울 여자로서 광주에서 신혼 초 3년을 지낸 세월에는 말끝마다 욕설이 애교처럼 붙는 그곳 언어문화에 적응이 안 되고, 그런 욕을 하는... 2016-04-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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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국민이 돌 한 개 한 개 쌓아 이루는 정치라야...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맑음한 밤을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백만장자가 되어 있다? 오늘 아침 우리가 느낀 기분에 맞는 비유일까? 적어도 국민의 곤고한 처지, 일자리없는 청년들과 가난한 약자들에게 뭔가 풀릴 듯해서라도 말이다. 어제만도 거의 자포자기상태에서 5시 40분에야 면사무소로 투표를 하러 갈만큼 기운이 빠져 있었는데... “인... 2016-04-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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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은 뭘까? 2016년 4월 11일 월요일, 맑음“아차차!” 치과 가겠다고 약속 했었는데 깜빡 했다. 보스코가 치과에 간다면 내가 꼭 기억해 두었다 그를 데리고 가서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려 데리고 오는데... 내 사정은 보스코는커녕 나마저 잊고 넘어갈 때가 많다.몇 년 전 대상포진을 앓던 중 배가 너무 아파 직접 차를 몰고 한일병원 응급실에 갔더니만 급... 2016-04-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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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원룸에 '그림자 사람'으로 자고만 가는 세대 2016년 4월 9일 토요일, 지독한 황사서울이란 도시가 워낙 이랬던가? 짙은 황사로 500m 앞이 안 보인다. 자연도, 사람도, 게딱지 같이 볼품 없는 집들도 가까운 것들만 어슴푸레 흔적처럼 보일뿐. 이 외롭고 슬픈 도시에서 수십 년을 살다 떠났지만 이 동네의 본 모습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아득한 기억에서만 다정하던 이웃들이며 고만고만... 2016-04-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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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름다운 것들은 떠나는 모습마저 저리도 애틋한데... 2016년 4월 7일 목요일, 지리산은 비, 용인은 맑음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지리산 골골이 피어 있는 꽃송이들을 밤새 깨끗이 씻어주나 보다. 순백의 벚나무 잔꽃잎들은 빗살에 맞고 잔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빗물을 타고 내를 이뤄 강으로 간다. 휴천강물이 다릿녘에서 다리 기둥을 휘돌아 소용돌이친다. 골골에서 물길을 타고 흘러내린 하얀 ... 2016-04-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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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남원으로, 구례로 벚꽃놀이 2016년 4월 4일 월요일 비느티나무독서회 아우들과 몇이서 남원으로 벚꽃놀이를 가려고 아침 일찍 나섰다. 아직도 보슬비가 차창 위로 보슬보슬 내리는데 꽃잎들이 상처입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러나 60대에 앓아누우면 회복이 힘들지만 2, 30대에 아프면 쉽게 털고 일어나듯 막 피어나는 꽃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봄비를 즐기는 형상이다... 2016-04-0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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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곶감 대추 꼼짝 마라, 날만 새면...” 2016년 4월 3일 일요일 흐리다 비회색 바탕에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웨딩드레스를 한 손으로 살짝 들고서 층계를 내려서는 새 신부같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고귀함이 정말 아름답다. 폐교된 문정초등학교 마당에 60년 묵어 몇 아름 되는 다섯 그루가 꽃을 활짝 피우면 그 그늘에서 꽃비를 맞으면서 해마다 동네 아줌마들이 전을 부치고... 2016-04-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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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치 있는 일에만 분노하자! 2016년 3월 30일 수요일, 맑음 / 어젯밤 늦게까지 빨아놓은 커튼 달기가 오늘 아침에도 계속되었다. 허리가 아프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 일을 마저 시켜야 하나? “아직도 허리 아파요?” “아니! 어제도 실은 허리 아픈 게 아니고 졸렸어. 그런데 졸립다 하면 운동(티벳 요가)시킬 게 뻔해 허리 아프다 했지.” “???” 아이들이 음식 먹기 싫으면 “나 배 아파.”하는 그 모양새 그대로다... 2016-04-0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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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라뿌니!” 그리고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2016년 3월 29일 화요일 맑음부활절에 제일 좋아할 사람은? “성모님!” 그런데 그 효성스러운 예수님이 엄마에게 나타나셨다거나 더구나 제일 먼저 발현하셨다는 얘기가 복음서에 안 나온다. 영적독서 책들을 보면 당연히 어머니에게 제일 먼저 나타나셨거나(‘엄마, 나 살았어!’) 성모님은 신앙심이 워낙 깊으셔서 영안(靈眼)으로 이미 무... 2016-03-3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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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서 감사할 뿐” 2016년 3월 24일 수요일, 맑음‘임실양반’은 보스코보다 한 살이 많다. 그래도 또래라고 이 마을에서 보스코에게 살갑게 대하며 더구나 사위가 외교관이어서 보스코의 사회적 신분을 각별히 존중하는 노인이다. 십수년전 뇌졸중으로 뇌수술을 받은 뒤 공직생활을 떠났고 걷기도 말도 어눌해져 지팡일 짚고 산보를 하다 내가 지나가면 내 차... 2016-03-25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