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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부모들이여, 가르키지 말고 가르치시라! 2016년 5월 8일 일요일 맑음임보 시인께서 그 유명해진 “아내의 전성시대”라는 시에 이어서 페북에 아내를 두고 “학장님, 우리 학장님”이라는 시문을 올리셨다.“우리 내외가 자동차로 외출을 할 때면 으레 내가 운전석에 앉는다. 아내는... 주로 내 우측에 앉아서 운전교습소의 교관처럼 구두로 운전지시를 한다... 어떤 차가 버릇없이 끼... 2016-05-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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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내가 누군지 알아요?” “나한테 사랑에 빠진 사람!” 2016년 5월 7일 토요일, 맑음오월이 되자 휴천재 왼쪽으로 흐르는 솔숲에 “홀딱벗고 홀딱벗고” 우는 검은등뻐꾸기와 휴천강 건너에서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우는 소쩍새가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는 이들의 맘은 아랑곳 않고, 밤을 새우고도 모자라 동이 다 터오는 새벽까지 서름을 이어간다.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 2016-05-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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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걸어다니는 육법전서’에서 ‘걸어다니는 탈법전서’로 2016년 5월 4일 수요일, 맑음지난번 내려오면서 평소처럼 중부고속도로로 오는데, 자동차를 운전할 때 제발 내 차 한 대만 운전하라고 보스코는 신신당부하지만, 110 km를 달리는 길에 1차선에서 80km로 유유히 달리면서 뒷 차가 긴 불을 켜든 경적을 울려 항의를 하던 아랑곳없이 ‘나의 길을 가련다’는 운전자들을 보면 혼잣말을 하게 된다. “... 2016-05-0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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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를 사랑한 사람보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쟁기자국을 남긴다” 2016년 5월 3일 화요일, 비와 바람휴천재 양편 언덕 소나무 숲이 성난 황소떼처럼 바람소리에 울부짖는다. 3층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도 덩달아 그 황소 목에 매달린 큰 방울처럼 종일 쉬지 않고 울려댄다. 휴천강에서 울려오는 물소리도 숲의 아우성에 질세라 삿대질을 하며 무섭게 고함을 질러댄다. 자연의 거친 함성에 숨죽이며 내가 천벌 ... 2016-05-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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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난한 시인의 아내 2016년 5월 1일 일요일, 맑음시인의 집은 우리 우이동집 올라가는 마지막 골목 오른쪽 모퉁이에 있었다. 나지막한 국민주택 지붕위로 가난한 아내는 가난한 시인 남편을 위해 겨우 기어올라갈 만한 낮은 다락과 북한산이 바라보이게 한뼘 창을 내어주었다. 욕심이라곤 도대체 없는 시인의 소망대로 백운대와 인수봉 자락을 눈에 들여놓고서 ... 2016-05-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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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절도 성당도 사람을 섬기거나 재물을 섬기거나 둘 중의 하나만 2016년 4월 25일 월요일, 맑음오랜만에 천왕봉 하봉이 바라보인다. 서울이야 자동차와 매연, 인간과 오염에 온 세상이 탁하지만 지리산에서도 오늘처럼 먼 산까지 올려다 보이면 저절로 손길과 발길이 바빠진다. 아래층에 내려가 어제 꼭지를 따서 설탕에 절여 놓은 딸기를 끓이기 시작했다. 누가 먹지도 않고 좋아 하지도 않는 잼을 그래도 철... 2016-04-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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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어버이’와 ‘후레자식’ 2016년 4월 26일 화요일 맑음보스코가 배밭에 약치는 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들린다. 본래 흑성병, 적성병(잎과 가지는 물론 과일까지 까맣게 상한다)을 막으려면 꽃 피기 전에, 꽃이 진 후, 그리고 배를 봉지로 싸기 전에 세 번은 쳐야 하는데 농사 잘 지어 봤자 물까치만 좋은 일이라는 맥 빠지는 푸념에 보스코도 소독할 엄두도 안 내고 나도 ... 2016-04-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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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왕인 박사께서 그토록 가르쳤는데도 쟤들은 왜 저 모양이래?” 2016년 4월 24일 일요일 맑음.‘내 칭고’가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맛있는 아침을 내주는 ‘칭고’의 손을 바라보며 “정말 저 친구와 긴 시간을 함께 했구나!” 생각했다. 로마에서 80년대 초를 함께 보내며, 서울과 인천 정도의 짧지 않은 거리를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가며 살았다. 길이 멀어 ‘두 끼 밥은 먹어야 기름값이 빠진다’는 ... 2016-04-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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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2016년 4월 18일 월요일, 맑음어제 저녁 공소 미사 중에 신부님의 강론은 따로 없었고 주일복음을 읽고 각자가 자기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하나씩 뽑아 읽고서 그 구절에 관한 묵상을 나누는, ‘복음나누기’를 했다. 우리 공소의 크기로 보아 소공동체 모임에 딱이라는 신부님의 아이디어였다. 너댓명이 각자가 고른 복음서 구절을 두 번 씩 ... 2016-04-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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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감동 먹고 학꽁치 먹고 감격 먹고 감탄 먹고 2016년 4월 19일 화요일, 맑음요즘 지리산 기슭에서는 나무의 새순을 꺾어서 밥상에 올리는 가짓수가 참 많다. 아직 두릅은 좀 이르지만 엄나무, 가죽나무, 옻나무에서 한여름이면 커다랗게 그늘을 드리울 가지로 자랄 새순이 데쳐져 접시에 얌전히 담겨 밥상위에 올라온 걸 보면 십여 년 후면 멋진 청년이 되어있을,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가를... 2016-04-20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