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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시앗집을 돌보던 엄마’ 2016년 6월 1일 수요일, 맑음아버님 기일이다. 20년이 되어간다. 양신부님께 연미사도 부탁드렸고 손주인 빵고 신부도 할아버지를 위하여 미사를 올렸다고 연락이 왔는데 마음은 뭔가 미진하다. 집안 사정으로 여직도 덜 풀린 앙금에 보스코도 속이 편치 않을 꺼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동안 받았던 상처는 용서해드렸겠지만 상처의 자... 2016-06-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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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얘, 엄마 보고싶어도 평화통일 될 때까지 좀 참자!” 2016년 5월 31일 화요일, 맑음보스코가 번역하여 최근에 출간한 책 두 권,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과 「고백록」 두 질을 로마로 보내야 하는데 너무 무겁다. 한 질은 그의 출신대학 살레시안대학교 라틴어문학부 도서관에, 다른 한 질은 한국 성직자들이 교부학을 공부하면서 혹시 이 책을 필요로 할 로마「아우구스티니아눔」 도... 2016-06-0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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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넌 담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 “사람이 되려구요!”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맑음아침부터 참외장수 트럭의 마이크 소리가 소란하다. “꿀, 꿀, 꿀참외요!” 하는 스피커 소리가 내 귀에는 “물, 물, 물참외요”라고 들린다. 이미 여름이어서 창문을 열고 집에 있으면 종일 울리는 스피커 소리에 짜증도 난다. 하지만 저 소린 (‘선전’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고) 걸러서 듣자면 “참외 좀 사주... 2016-05-3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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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다”하시는데... 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진한 황사아침 6시. 도우미 아줌마가 들어와 엄마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세수를 하시라니까 싫다며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워 버린다. 7시가 넘어 아줌마가 아침식사를 가져와 드시라니까 “졸리워!” 하시기에 (그래도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엄마, 성서방이 와요”라니까 벌떡 일어나신다. 그것도 잠시, 밥상에 앉아서... 2016-05-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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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우리의 삶이 모두 거저 받은 ‘덤’임을... 2016년 5월 24일 아침에 비 오후에 갬늦은밤 아이가 현관 자물통을 거듭 확인한다가져갈 게 없으니 우리집엔 도둑이 오지 않는다고 말해주자아이는 눈 동그래지며, 엄마가 계시잖아요 한다그래 그렇구나... 하는데까지 삼 초 뒤 아이엄마를 보니얼굴에 붉은 꽃, 소리 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이면우, ‘봄밤’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성모님의... 2016-05-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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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하, 7일장이 5일장에 밀렸구나!” 2016년 5월 22일 일요일, 맑음본당신부님 ‘영명축일’이어서 본당 미사에 갔다. 좋은 신부님이 오셨으니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싶었다. 더구나 ‘삼위일체(三位一體) 대축일’이어서 성당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신부님은 삼위일체 신비를 설명하시면서 “나도 제대로 모르며 설명한다”며 난감해 하셨다.내 친구 하나는 남편(‘예수천... 2016-05-2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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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주여, 이 겨레를 불쌍히 여기소서!”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맑음자정이 넘어서도 잠 못 이루는 보스코가 몸을 뒤척였다. 5.18마다 다시 찾아오는 분노의 고통이 어제밤도 그를 괴롭힌다. 그가 사랑하는 고향 광주, 그곳 사람들의 애향심은 희로애락을 함께한 가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이한 감정이다. 그런 그를 말없이 지켜보는데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한다, 못 한다로 아픈 ... 2016-05-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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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우리 할매들의 닳아진 놋숟가락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새벽엔 비 낮엔 맑음여행 갔다 오면 가방에 가득한 게 선물이었으면 좋으련만... 섭섭하게도 빨래가 전부다. 게다가 옷이 흔한 세상이라선지 미처 다 입지도 않길 왜 그리 많이 가져갔고, 되가져온 옷을 그냥 입자니, 여행길에 묻은 먼지라도 털어내야 될 것 같아 빨래바구니가 방방하다. 흰옷은 골라 빨래 삶는 냄비에... 2016-05-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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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강 안개가 휴천재를 섬으로 만들었다. 멀리 떠가는 돛단배 같은 우리 집에 감나무 끝가지가 이별의 손을 흔들 뿐 사위가 고요하기만 하다. 날씨가 맑고 또 더울 징조다.어제 저녁 늦도록 부부싸움을 했는지, 새끼들을 잃었는지, 아니면 집을 통째로 빼앗겼는지, 직박구리 부부가 부산하게 위아래로 날고 미친듯 비... 2016-05-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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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 2016년 5월 12일 목요일, 맑음아침을 먹고나면 “나 화장 끝낼게”라면서 보스코에게 설거지를 미룬다. 그러다 보니 되레 그의 입에서 “화장 끝내!”라는 말이 나오고 팔을 걷으며 싱크대로 간다. 다음 주 독서회 숙제를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빨래 바구니를 들고 널러 올라오자 “내가 널어 줄 테니 책이나 읽어!”란다. 테라스에서 ... 2016-05-13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