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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화해를 청하여 엎드려 청하면 화해가 올 것이니...”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어떤 날은 잠이 안 와입김으로 봉창 유리를 닦고 내다보면별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봄을 기다리던 마을의 어른들이별똥이 되어 더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겨울 새벽이 아니고 한여름 새벽이지만 이장님이 아침 방송으로 부면장님의 부... 2016-06-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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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지] “자연공화국 한 편에 잠시 땅을 빌어 살아가는” “언니, 자두가 익었죠? 그 집 자두가 맛있던데 좀 따러 갈까요?” 올케 언니는 힘없지만 반가운 목소리로 자두 익을 때와 내가 서울에 와 있는 날이 별로 안 맞아 한 번도 못줬다며 어여 내려오란다.오빠네집은 우리집에서 불과 3분거리다. ‘집 투기’에 문외한인 두 여자, 곧 엄마와 내가 터가 넓다고, 리... 2016-06-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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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이승에서 마지막 나누는 악수들 마당 옆 층계 위 성모상 앞에 능소화가 꽃피울 날을 손꼽고 있다. 매해 능소화가 막 꽃잎을 열 때면 시샘하듯 장마비가 쏟아진다. 벌다만 꽃잎은 질어 떨어지고 꽃도 피워보지 못한 애기 봉오리들은 난폭한 빗줄기에 못 견뎌 송이째 목숨을 버린다. 올 봄 유난히 아름답던 코스모스, 장미가 이젠 한참 때를 지... 2016-06-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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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벗들이 찾아와 지리산 정기를 받아갈 적마다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맑음“늦잠 자겠다더니 왜 벌써 일어났어?” 간밤에 한강씨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두 시가 넘어서 잠든 국염씨가 여섯시도 안 되어 깨었기에 물었더니 “햇볕이 창을 두드려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 한다. 그니가 열어놓은 창밖으로는 지리산 자락이 길게 누워 휴일 아침의 늦잠을 즐기고 있다. 신선한 공... 2016-06-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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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여행도 인생도 달리는 ‘스피드감’보다 한잠씩 자고 가는 ‘쉬엄쉬엄’ 2016년 6월 16일 목요일, 흐림간밤에 많이 피곤했던지 옆방의 모녀는 기척이 없다. 보스코가 오가며 아침상을 차리고 있다. 아래층에 내려가 고구마를 씻어 오븐에 넣고 나서야 모니카가 일어났다. 우리집에서 제일 편한 방이 ‘빵괴방’인지라 베개에 머리를 얹자마자 줄곧 잤단다. 여행의 재미와 피곤은 늘 함께 다닌다.그 힘겨운 삶을 언제... 2016-06-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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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할머니, 생쥐가 이빨을 물어가고 베개 밑에 2프랑 놓고 갔어요” 2016년 6월 13일 월요일, 맑음“엄마, 시우가 이빨이 빠지고 안경을 썼어도 베베(아가)였을 때하고 똑같이 예쁘죠?” “그럼~! 그렇구말구!” “시우야, 일루 와 할머니 전화 받아봐. 엄마, 시우가요, 엄마 아빠 말은 못 믿겠고 할머니 얘길 들어봐야겠대요” “할머니, 저 시우에요” “시우야, 지금 빠진 이는 ‘아가 이’라고 해. 그런데 쪼금... 2016-06-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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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바닷물은 고기들이 다 먹어버린다!” 2016년 6월 11일 토요일, 맑다 흐리다비가 온다고 예보되었는데 오늘도 그냥 넘어간다. 밭에 앉아 풀을 뽑으려 해도 딱딱한 흙이 풀을 단단히 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어느 생명이든 대지의 품에서 앗아내는 일은 힘들다. 초목은 그 뿌리로 대지의 젖가슴에 단단히 매달려 뽑혀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대지는 잡초니 채소니 귀천을 가리지 ... 2016-06-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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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공부만 빼고 다 좋아하는” 2016년 6월 9일 목요일, 맑음빵기가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그곳 제네바 시간으로 밤 두시. 언제나 싼 표를 사느라 여러 곳을 경유하는 표를 구하다 보니 20시간이나 걸린다. 아이들은 잠들어있고 아내 지선이만 기다리고 있더란다. 가져간 보따리를 풀고 물건을 대충 정리하는 중이란다. 언제나 내가 하던 일 그대로다.오늘은 보스코가 10... 2016-06-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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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떠나기도 전에 벌써 기다려지는 아들 2016년 6월 7일 화요일, 흐림 이젠 정리할 때, 참새들과! 더워서 테라스 문을 열면 새똥 위에 과자가루까지 섞여 고약한 냄새가 집안으로 확 밀려들고 새똥 위에 파리 떼까지 출연에 다시 놀란다. 보스코는 몇몇 회동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갔으니 집안 대청소를 할 절호의 찬스!대야, 수세미, 솔, 빗자루, 걸레! 물을 골고루 테라스에 뿌려 새똥을 ... 2016-06-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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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당신 고생 않고 남 고생 안 시키고... 2016년 6월 4일 토요일, 맑음새벽 다섯 시면 참새들의 아침식사는 벌써 끝난다. 엊저녁 늦게 묵은 귀리를 테라스에 뿌려주며 “저녁에 많이 먹으면 살찌니까 아침에들 먹거라!” 혼자서 두런거렸다. 오늘 새들이 아침을 먹고 떠난 자리엔 새똥이 가득하다. 아무리 미물이라지만 식당과 화장실을 구별 않고 자리에서 변을 보다니! 내일부터는 ... 2016-06-06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