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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내가 아프다면 혼이 나가버리는 남편들 2016년 8월 10일 수요일, 맑음이 무더위에도 해가 지면 산들바람이라도 한 자락 흐르곤 했는데 어젯밤에는 나뭇잎 풀잎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골골에 안개가 일어 습기마저 피부에 쩍쩍 붙어와 열대야(熱帶夜)도 정말 견디기 어려운 열대야(熱大夜)였다. 한밤 온도 28도!오늘은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어놓고 선... 2016-08-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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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생선’ 같은 만남, ‘손수건’ 같은 만남 2016년 8월 9일 화요일 구름 많음“나름 열심히 살고 남에게 잘해주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서 말을 전해 듣다니 ‘기분 더럽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 주었는데... 고마움도 모르고... 이곳저곳에서 말질을 하다니 더 괘씸하다. 눈만 뜨면 보고, 피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 안면몰수 하거나 수첩에서 박박, 핸... 2016-08-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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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마누라 바가지마다 “네, 제가 배우겠습니다!” 2016년 8월 6일 토요일, 맑음서울에서는 ‘열대야’라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이곳 지리산엔 잠드는 일은 별 염려 안 해도 된다. 우선 하루 종일 더위에 땀 빼고 일하고 나면 지쳐서라도 잠이 오고, 한낮의 열기에 특별히 달궈진 아스팔트길이나 시멘트벽도 없고, 사람들이 복잡하게 서로 괴롭히거나 열 받게 하는 군상들도 ... 2016-08-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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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외곬로 2016년 8월 4일 목요일 맑음보스코가 이리 와서 이것 좀 읽어 보란다. ‘따뜻한하루’ 어제치 꼭지글이다.캐나다 어느 마을에 큰 홍수가 났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서둘러 출동을 했고, 수많은 사람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도왔다. 고령인 데다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는 할머니가 있어 소방관이 그 할머니를 직... 2016-08-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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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조카사위가 혀를 내두른 두 ‘꼬꼽쟁이’ 2016년 8월 2일 화요일, 맑음 간밤에 엽이가 못 들어왔다. 회사일이 많아 토요일과 주일 오전에도 회사엘 갔다며 더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더구나 몸을 쓰는 일을 하지 않다가 내가 얻어온 냉장고와 세탁기라는 그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옮겼으니 몸살도 났겠다. 새 상품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문제가 없으면 저녁에 일찍 들어와 집안 치우... 2016-08-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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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거기 들어가느니 하늘나라 들어가는 게 더 빠르겠다” 2016년 7월 31일 일요일, 맑음이모는 이곳 ‘유무상통’을 떠나 다른 자리를 찾아가고 싶어한다. 일탈을 해서 새로운 곳을 찾는다 해도 누구에게나 만족할 만한 장소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만 오래 전부터 딴 곳을 찾는다.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이나 요양병원까지도 서서히 죽거나 급속히 죽거나 그 속도가 다를 뿐, 우울하기는 마찬가... 2016-08-0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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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잡초들은 ‘풀독’으로 복수한다 2016년 7월 28일 목요일, 맑음약을 먹었더니 눈이 반은 감기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온 몸에 솟아나는 붉은 점들은 벌레에 물렸거나 ‘폴독’이라니 잡초들이 내게 복수를 야무지게 한다. 어제 오후에 중복 더위에 옷을 껴입을 대로 껴입고 텃밭에 자란 바랭이를 실컷 캐다 올라왔더니만 뿌리채 뽑혀 죽은 그 잡초들이 내게 복수를 한 것이다. ... 2016-07-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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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기득권자들의 충견(忠犬)으로 자리매김한 「정의의 적들」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맑음누가 시키면 저렇게 할까?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 제습을 하니 방안 온도는 28도. 문 딱 닫고 하루 세끼 밥 먹고 두 번 간식 먹으려 마누라 찾는 게 전부. 방안퉁수도 저런 방안퉁수가 없다. 옛날 빵기가 하도 밖에 안 나가기에 “책을 놓고 나가서 놀다 오라”고 현관문을 열고 등을 떠밀어 내보냈더니 2층 오르는 ... 2016-07-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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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열 사람의 의인’이 없어 그 숱한 겨레가 자취 없이 사라졌을까? 2016년 7월 24일 일요일, 맑음7시. 아침 미사를 드리러 공소로 내려가며 배밭에 갇힌 물까치가 궁금해 다가가보니 몸을 반쯤이나 내밀고 기절해 있던 놈은 정신이 나서 날아갔고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달아난 놈이 한 마리라도 있었으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죽어있는 물까치를 보니 마음이 영 안 좋다.오늘 미사 제1독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놓... 2016-07-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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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배 자시느라 애 자시는구만요”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흐림아침 6시가 좀 지나 미루네가 도착했다. 아직 어둑한 시각. 요즘 미처 익지도 않은 배나무 밭을 떼지어 몰려다니며 온갖 횡포를 부리는 물까치 떼를 보다 못해 배나무 주인 보스코가 큰 결단을 하여 배 밭을 아예 그물로 씌우기로 했다.우리가 마을 스피커에 대고 “마을분들, 우리집 배나무 방조망 치는데 모두 울... 2016-07-22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