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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의 빈소에서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맑음나물먹기가 저렇게 싫을까? 마치 육식동물이 채식을 하는, 말하자면 ‘개가 풀 뜯어 먹는’ 경우에 딱 저런 표정일까?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어서 비빈다기보다는 고추장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표현에 맞게 맵고 짜게 먹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바꾸기 힘든 그의 식습관이다. “여보, 짜게 먹으면 건강에 나쁘고 온갖... 2016-09-2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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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우리나라 강물과 시내물이 다 어디로 갔을까?”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맑음집안이 온통 책으로 쌓여있고 먼지가 펄펄 나서 만지는 곳마다 먼지가 묻어나 온몸이 근지럽다. 아침에 2층에 올라온 엽이도 어제 하루 종일 먼지를 털어선지 눈이 빨갛게 충혈 돼 있다. 내가 가사 도구의 먼지를 털어 정리하고 보스코는 책을 털어 정리하는데 그가 할 일이 훨씬 많다. 그가 이건 안 입는다고 버리... 2016-09-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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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한 사회에서 '지식인' 아닌 '지성인'으로 산다는 것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흐림 / 보스코가 2시부터 실상사에서 지리산댐을 두고 관계당국과 간담회를 두고 12시에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지리산생명연대’ 회합을 먼저 갖는단다. 점심을 겸하는 모임이란다. 그를 실상사에 데려다 주고는 나는 ‘운봉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윤희씨네 별장에 가다가 그 길로 그니와 함께 구례에 있는 ‘자연드림파크’엘 갔다. 2016-09-2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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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지금 보니 내가 아픈 게 제일 수월하더라!”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맑음오랜만에 태양을 본다. 북구 사람들이 얼마나 해가 고팠으면 해 뜨는 날은 남녀노소 모두가 공원이고 강변이고 가리지 않고 벌거벗고 태양을 맞이하던 그 기분을 알만하다. 지진과 가을 장마로 추석 열흘을 지나고 오랜만에 본 저 태양이 아깝지만 함양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수영복 차림으로 선팅을 하기는 그래... 2016-09-2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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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직도 저 물은 황토강으로 흐르는데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오늘도 하루 종일 비어제 성심원 오신부님께, 산자락 사는 봉재 언니께 주일미사 후 만나 뵙자고 문자를 보낸 터라서 미사 시간 대느라 날듯이 달려갔다. 아직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산천은 그 푸르름이 하늘을 찌른다. 사람들 만나는 일도 이리 즐거우니 원신부님 노래대로 “주... 2016-09-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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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하느님의 어수룩한 사람들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맑음 / 아침기도를 하는데 밖에서 소리가 난다. 두런두런하는 소리니 한 사람이 아니다. 산속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우선 반갑고 그 다음에 누군가 궁금해진다. 내다보니‘무애아저씨. 지난번 고친 보일러실 지붕이 새자 어째서 새나 며칠 전 와보더니 오늘은 공사하던 날 도우미로 함께 왔던 ‘구이씨’와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누며 홈통의 물이 지붕을 타고 들어가는 자리를 찾아 내 고치고 있다... 2016-09-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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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난생 처음 ‘가이아’ 여신의 몸부림을 느끼고 그 신음소리를 듣다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흐림새벽에 유리창에 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김병주 교수님이 아침식사 전에 부디 의암호 주변을 거닐어 보시라고, 공기는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그냥 가시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일러주신 말씀대로, 맘먹고 새벽잠을 깬 터인데 어쩐담? 하지만 7시쯤 되니 비가 멈춰 물안개가 멀리 피어오르고 있다. 어젯밤에는 물가로... 2016-09-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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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는 사랑받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흐림 춘천지난번 지리산으로 떠나며 ‘작은 차사장’ 지호에게 집 열쇠를 주며 집 손질의 전권을 주고 갔더니 100점은 아니어도 80점 정도는 된다. 변기에 온수를 연결해 냉수 파이프를 노출시킨 것, 새로 늘린 거실 바닥에 최소한 온돌 필름이라도 까는 일, 식탁 놓일 곳 천정에 전등 설치, 아래층 세탁기에 콘센트 설치... 2016-09-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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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포콜라레’의 향기와 온기 2016년 9월 8일 목요일, 맑음이제 오후에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내렸는데 과연 옮겨 심은 파슬리는 살아났을까? 궁금해 텃밭에 가 보려 식당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 고추! ‘귀요미’에게 선물 받아 인규씨네 건조기에 넣어달라고 가져다 놓고 잊었는데, 인규씨가 우리 식당 앞에 건조망까지 깔고서 거기에 널어주기까지 했다! 그의 선한 마... 2016-09-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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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두 분이 인생을 정성스럽게 사시네요” 2016년 9월 5일 월요일, 소나기 온 후 흐림평화로운 아침이다. 빗방울이 후드득 나뭇잎에 매달리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대추나무 가지에 맺힌 은방울을 떨군다. 한가위가 열흘 남아 가지마다 대추들이 붉게 익어간다. 빗소리에 테라스로 나가 딸기그릇을 야외용 식탁 위에 놓는다. ‘휴천재 측우기(測雨器)’다. 측우기에 물을 채우겠다는... 2016-09-07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