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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들이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맑음빵기는 새벽에 일어나 냉장 냉동 식품을 포장하는 것으로 오늘 가방 싸는 일을 마무리했다. 71kg이나 되는 짐을 가방 넷에 나누어 넣고서는 할일을 다한 기분인지 “아~ 가기만 하면 된다”라는 신음이 절로 나오나 보다.며느리와 같이 한국에 나와도 짐은 빵기가 싼다. 자기는 짐을 너무 많이 싸봐서 그 누구도 흉... 2016-10-2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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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배 두드리는 기업가,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노동자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여보, 빨리 움직여요. 할 일이 많잖아?” 남편이 아내를 채근한다. ‘모진 인간 옆에 있다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바쁜 아들 때문에 어미도 덩달아 바쁘고 바쁜 마누라 땜에 남편도 덩달아 바빠진다. 집안청소와 설거지는 보스코에게 맡기고 11시까지 성남에 가서 처갓집에서 오는 빵기를 데리고 ‘영원’의 ... 2016-10-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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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엄마란 속없는 점에서도 하느님과 많이 닮았다 2016년 10월 16일 일요일, 비9시 어린이 미사에 가려면 일요일에도 늦잠은 안 된다. 부지런히 화장하고 부지런히 챙기고 서둘러 골목을 나선다. 성당 가는 골목골목, 그래도 집집이 좁은 마당에 자라는 감나무가 뿌리는 집안에, 몸통은 골목길로 힘껏 내밀어 항아리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바알갛고 노오랗게 익어간다.우리 집에 단감 천여 개가 ... 2016-10-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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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삶과 죽음만은 하느님이 알아서 하시는게 다행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맑음엄마가 몇 달 전부터 일산에서 처방 받아 드시던 ‘치매약’을 그만두시고 실버타운 1층에 있는 ‘대건효도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드시면서 훨씬 생기가 있다. 호천이댁이 하루 종일 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검사를 하고 처방을 받아 3개월 치 약을 타면 그걸 계속 드셨는데 백일 전 갓난아기처럼, 낮과 밤이 ... 2016-10-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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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무리 못생겼어도 내게 귀한 건 내 새끼, 내 배추 2016년 10월 11일 화요일, 흐림새벽에 들어온 빵기가 3일간 강원도로 연수를 간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한다. 호천이 말로는 “걔가 애야? 서울 계신 장모님 댁에 있다 가면 되지 서울꺼정 올라와 뒷바라지야? 아침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애를 밥해주겠다며 고개 빼고 바라보고 있지 좀 말라고! 버스타고 함양에 내려와서 인사나 한번 ... 2016-10-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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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진우야, 그만 떠들어라. 나 미사 좀 드리자” 2016년 10월 9일 일요일, 맑음구청에서 분양한 ‘한평 텃밭’에 벼를 심은 마음은? 어제부터 이층 마루 세탁기의 수평을 맞춘다면서 마루를 온통 뒤집어놓았는데 내 속 터지는 줄 모르고 우리 아들은 “천천히 할 테니까 치우지 말고 그냥 두셔요”란다. 일꾼이 오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나 늘어놓으면 하나 치우는 내 극성에 어지간히 ... 2016-10-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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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자식은 앞만보고 걸어나가고 부모는 뒷모습만 지켜본다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맑음서울 살면서 날마다 눈 뜨면 북한산 백운대를 올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우리가 40년간 누린 행운이다. 태풍이 물러가면서 미세먼지까지 날렸는지 모처럼 선명한 하늘, 새파아란 가을 하늘이다. 오랜만에 서울집에 오면, 떠날 때 마지막에 하는 그대로, 대청소를 한다. 위아래층을 쓸고 닦고 있노... 2016-10-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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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눈부신 우리 가을이 ‘막간(幕間) 가을’이 되고 말다니 2016년 10월 4일 화요일, 맑음일주일 가까이 구물거리며 비만 내리더니 오늘 하루 반짝 가을하늘이 보인다. 내일 다시 태풍이 큰비를 몰고 온다니까 그야말로 눈부시게 푸른 한국의 청명한 계절이 ‘막간(幕間) 가을’이 되고 말았다. 빗방울에 축 처져 있던 살살이꽃(코스모스)과 들국화가 모처럼 고개를 들고 산들바람에 흔들거린다.모처럼 ... 2016-10-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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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봉헌금 냈는데 왜 주는 걸 안 받아먹고 와?” 2016년 10월 2일 일요일, 흐리다 갬오랜만에 이신부님의 여동생들을 보니 반갑다. 두 여동생이 함께 있으면 신부님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안정감 있다. 지난번 이신부님이 전화를 하셔서 산청에 내려오시는 길인데 점심을 같이 하자고 초대를 하셨지만 우리가 한창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어서 하는 수 없이 산청에 있을 미루에게 연락을 드리... 2016-10-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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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개에게는 영혼이 있다! 2016년 9월 28일 수요일, 비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가늠하기도 힘들게 종일 보슬비가 내린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텃밭 순시’를 한다. 무는 지난번 서울 가기 전 집중 토벌로 벌레가 좀 수그러든 듯한데 배추엔 벌레 똥이 즐비한 게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전번에 젓가락 굵기의 벌레가 그 동안 배춧잎을 열심히 갉아 먹고서 아가들 손... 2016-09-30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