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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기춘이도 기춘이 나름이야”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맑음한겨울에 그것도 한밤중에꽝꽝 어둠 속으로 뛰쳐나가는 아내문을 탕탕 두드리며무작정 밖으로 달려나가는 아내그래, 나가자, 차라리나가서 우리 함께 꽁꽁 얼어 버리자...... (홍해리, “얼음미라”)시인이 치매에 걸린 철없는 아내를 보며 얼마나 속이 타서 차라리 미라가 되어버리고 싶었을까? “그렇게 죽었다가... 2017-01-2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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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여보, 난 ‘살레시오 상조회’에 가입한 것 같아” 2017년 1월 19일 목요일 맑음,‘이주여성인권센터’ 총회가 있어 아침 버스를 타러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함양을 나가다보니 시간이 빠듯했다. 함양 다음 정거장이 수동이어서 차리리 수동으로 가려고 차를 몰았다. 그런데 버스가 5분 걸리는 거리인데 8시 25분이 되어도 안 온다. 매표소 아저씨에게 물으니 그 차는 곧장 고속도로를 타고 동서울로 가는 차라 안 오고 다행히 50분차가 있으니 끊어 놓은 표로 다음 차를 타겠다고 버스회사에 전화하란다. 2017-01-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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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랑하는 이들과 어떤 손짓으로 작별할 것인가를… 지난 일요일 공소미사에 오신 본당신부님이 새해 덕담으로 ‘첫째, 감기 걸리지 말고 두번째, 골다공증 걸리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신이 이곳 본당에 온지 1년 안에 여덟 분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대부분 골다공증으로 넘어져 다친 다음 일어나지 못하고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르더란다. 빨리 돌아가시면 그나마 다행인데 ‘긴병에 효자 없다’고 다들 머리를 흔들 무렵에야 돌아가시니까, “아프면 불쌍하다고 생각해주는 게 아니더라. 질병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앗아가더라. 제발 아프지 말라” 하셨다. 2017-01-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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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새댁 사제’와 ‘미사 배합비’ 아침기도를 하다 내가 잠깐 딴데 정신이 팔렸던가 보다.(가톨릭에서 ‘분심(分心)’이라고 부른다) 보스코가 바로 잡아주며 수십 년 미사를 드리던 신부님도 간혹 깜빡하고 사도신경을 빠뜨리거나 면병 축성을 않고 넘어가는 일도 있더라고 일러준다. 80년대 로마 교민들이 성베드로기숙사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때 이야기. 2017-01-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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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눈발 날리는 시골 마을 쓸쓸한 하루 풍경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흐리고 싸락눈지리산에서는 트럭으로 물건을 팔러 다니는 상인들도 서울에서 보다는 훨씬 여유롭다. 방송을 하고도 할머니들이 무릎을 짚고 아픈 다리를 끌며 문을 열고 길가로 나오기까지는 실로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 서울처럼 스피커 방송을 하고 기다려 주지 않고 가버린다면 장사는 접어야 한다. 파는 물건... 2017-01-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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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세월호 “1000일이 기념일입니까?” 집에 돌아와서 저녁기도를 바치는데 시우 차례여서 “없어진 불쌍한 형들 빨리 찾게 해주세요.”라 하고, 시아는 “왜 형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그냥 들었는지 화가 나요! 도망쳐 버린 어른들도!”란다. 내일 아침이면 제네바로 떠나는 두 꼬마에게 가슴 아픈 오늘의 국내 정국이 일평생 바른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저 어린 것들에게 남길 것 같다. 2017-01-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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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우리야 당연히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2017년 1월 7일 토요일, 흐림주님 공현 대축일 토요미사를 다녀왔다 빵기가 대구에 계신 지선이 할머니, 그러니까 ‘왕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꼬마들과 사부인까지 함께 대구행 KTX를 탔단다. 처음엔 생전 첨으로 기차를 탔다고 신나하던 꼬마들이 한 20분 지나자 지루하다고 몸살을 한단다. 청룡열차도 아니고, 오르락내리락 스릴이 있는 것... 2017-01-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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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새우잠을 자도 고래꿈을 꾸어라’(?) 서울에 와서 보스코 하는 일은 책상과 소파를 오가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소파에 누워 책을 보는 게 전부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손주들이 오면서 내 관심은 온통 걔들에게만 가 있어 ‘좀 나가서 천변을 걷거나 뒷산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세요.’ 잔소리할 여유마저도 없었다. 2017-01-0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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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맨날 한국에서 붕어빵 먹고 살면 좋겠어요’ 아침부터 덴마크에서 정유라가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뜨고 종일 그 뉴스가 TV 화면을 달군다. 빨리 이 사건이 끝나고 다들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벌써 몇 달째 국민의 창조적인 에너지가 쓸데없는 일에 다 빠져나가 정상적인 일상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2017-01-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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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새벽’은 오지만 누구나 새벽을 맞는 건 아니다” 2017년 1월 1일 일요일, 맑음 새벽 세시에 잠들어 8시에 일어났다. 미루네는 새해의 해돋이를 보려고 산청에서 남해로 한달음에 새벽길을 달려가 파스칼 형부네랑 바다를 가르고 찬란히 차오르는 희망의 붉은 태양을 한 폭 사진에 담아 보내왔다. 귀하고 반가운 선물이다. 어제의 태양과 다를 것 없고 내일의 그것과 같을지라도 우리가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어제는 구랍이고 오늘은 새해라 불리며 전혀 다른 의미를 띤다. “새벽은 오직 ‘깨어 있는’ 자만이 맞는다”는 ‘한겨레’의 그림 한 장이 곤한 내 정신을 퍼뜩 깨어나게 만든다. 2017-01-02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