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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하루하루가 새 하늘 새 땅’ 새벽 2시 반에 걸려 온 보스코의 전화. 같은 방에서 자던 옆사람들 깰까봐 얼른 전화를 들고 나오려다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졌다. 되레 두 사람이 그 소리에 눈을 떴다. 방바닥에 박은 이마도 아프고, 사람들에게 미안도하고, 예전 빵기 빵고가 2층 침대에서 잠뜻하다 떨어지던 시절이 생각나 웃음도 나고, 더 기막힌 건 시차를 거꾸로 계산한 보스코의 말. 한참 자는 사람을 깨워 “점심 먹었어?” 2017-05-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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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5·18 영령들이 지하에서 보낸 대통령(?) “정의와 평화”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그리고 또한 그동안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고 추구했던 아픈 말인가. 5·18과 함께 4·16이란 숫자가 갖는 민족사적인 의미는 우리의 정신을 깨워 일으키는 놀라운 힘이 되었다.보스코가 가방을 들고 먼 길에 올랐다. 나라에도 중요한 일이지만 가톨릭신자인 우리에게도 중요하... 2017-05-1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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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왜 이렇게 생소할까, 늘 푸르던 저 하늘이? 왜 이렇게 생소할까, 저 푸르던 하늘이 늘 회색빛이었고 우울한 날들이었는데? 갑자기 푸른 하늘의 흰 구름 사이로 내리 쏟는 태양과 그 빛을 받아 찬란하게 웃는 여리디여린 풀잎과 나뭇잎새들을 바라보노라면, 그동안 보냈던 우리의 암담했던 세월과, 출구가 보이지 않던 절망에 갇혀, 우린 우리가 지닌 상처만 들여다보며 떨고 있었다. 2017-05-1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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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어느 날 문득 남편에게 내미는 A4용지 다섯 장 분량의 실수견적서 작년에 마당에 가득한 둥굴레를 소쿠리로 가득 캐서 영심씨에게 주어 둥굴레 차를 덖으라고 했는데, 조금씩 남아 있던 잔뿌리에서 작년만큼 많은 둥굴레 순이 돋아 올라 꽃까지 조랑조랑 피었다. 생명이란 사랑이다, 그래서 징허게 질기다. 문교수님은 시내에서 돌아와 우리집 마당 입구에서 쌍문근린공원까지 연결된 숲을 올려다보면 해방감과 동시에 자연의 품에 안긴 듯 한없이 행복하단다. 작년 가을에 심은 패랭이 꽃도 창문 밑에 자리를 잡고 유유자작 봄을 누린다. 2017-05-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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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아, ‘정치적 사랑’이 이토록 사람을 살리고 죽이다니!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했다. 문후보가 당선된 기쁨을 누구인가 함께 나누고 싶은데 안심하고 얘기할 만한 상대로 내가 뽑혔나보다. 우리 막내 시동생, 지난겨울 광화문광장까지 소리 없이 왔다가 촛불 하나 밝히면서 아프고 답답한 심정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여 풀어내고는 폭폭한 현실로 돌아가곤 했었다. 2017-05-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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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촛불민심’이 사명을 다한 이 밤에… 아무리 가물어도 내일 하루만은 참아달라고 어젯밤 빌었는데 오늘 오후에 온다던 비가 새벽같이 내린다. ‘톡 톡 톡’ 빗방울 지는 소리에 눈을 뜨니 4시 18분. 오던 잠이 싸악 달아나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희뿌연 어둠이, 먼 산을 배경으로 그리다 만 수채화에 빗줄기가 덧칠을 한다. 오늘밤 광화문 광장에서 JTBC가 개표방송을 한다는데… 2017-05-1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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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제, 그냥 부족한 인간으로, 우리처럼 용서받은 죄인으로 모셔들이시라” 공소 미사에 오신 장 신부님의 머리가 부시시하다. 우리 보스코도 나 없으면 밖에 나갈 때 딱 저렇게 하고 나선다. 머리에 젤을 발라 가름마를 타서 단정하게 빗어주면 유치원생 같이 얌전한 표정으로 씨익 웃고 집을 나선다. 어쩌다 내가 깜빡하고 그냥 나간 날 밖에서 만난 그의 머리는 태풍 속을 가... 2017-05-0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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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SBS에게 들려주는 ‘유 아 낫 얼론’ 휴천면 유권자가 1620명. 오늘 관내 사람이 140명, 관외 사람이 45명 투표해서 지난 총선 200명을 하루에 거의 채웠다는 통계. 선관위가 지정한 차량에 투표함을 싣고 함양읍 선관위 보관소까지 동행하고, CCTV 작동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2017-05-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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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 정말 기분 나빠진다’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몹시 화는 나는데 상대방의 횡포로 인해 아무 말도 못한다면, 그리고 또 딴 일을 그 자에게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상대방의 처분만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기분 더러운가!오늘 사드 문제를 jtbc에서 시청하면서 저 구역질나는 미국 부동산업자의 파렴치한 언행에 ‘나 정말... 2017-05-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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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엠마오 제자들은 어디까지 가는 길이었을까? 우리 노년에는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한다. 주변의 또래들이 하는 말이다. 월요일인가 보다 하면 벌써 주말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다른 주중이다. 그런데 요즘 대선기간은 별나게도 더디 간다. 빨리 선거가 끝나야지… 손에 일이 안 잡히고 참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2017-05-01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