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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내게도 하느님께도 여전히 분주한 휴천재의 하루 ‘경세원’ 영준씨(분도출판사와 바오로딸 외에 바깥에서 보스코의 책을 도맡아 출판해주는 벗이다)가 강변역에서 7시 함양행 시외버스를 탔다는 연락을 했다. 바쁜 사람이 갑자기 온다니 무슨 일인가 적정도 되고, 먼 곳에서 친구가 온다니 반갑기도 하다. 10시쯤 도착할 시간이라 보스코랑 함양 시외버스 터미널로 나갔다. 2017-06-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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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오늘의 6·10항쟁은 ‘호헌 철폐’도, ‘독재 타도’도 아닌 ‘최루탄 추방’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면서 아침 일찍 산행을 떠나겠다는 율리아더러 혼자 일어나 혼자 알아서 가라고 했었지만, 모처럼 찾아온 친구라 맘에 걸려 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 고구마를 굽고 아침상을 차렸다. 창밖을 유심히 내다보던 그니가 감탄에 감탄하며 ‘눈길 닿는 곳마다 푸른 나무와 산이고 지천이 꽃’이라고 탄성을 올린다. 2017-06-1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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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감옥은 박근혜가 지키고 양심수는 가족품으로!” 어젯밤에 온 엄엘리네한테 피곤할 테니 8시에 일어나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6시가 넘자 벌써 모두 일어나 움직인다. 역시 늙은 순서대로 눈을 떴다. 보스코는 4시 30분, 나는 5시45분… 늙으면 시간도 빨리 간다. ‘남은 날이 적어’ 남아 있는 시간을 살뜰하게 쓰자면 별도리 없이 잠을 줄이는 게 제일 쉽다. 2017-06-0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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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현충일인지 우짜아노?’ ‘보건소 문이 닫혀 있어서’ 날씨가 흐리자 마음은 맑음이다. 비 온다는 소식에 제동댁이 양파를 캐는지 집 뒤 언덕에 걸쳐진 밭에서 마른 땅에 호미 찍는 소리가 힘겹다. 얼마 후 부르는 소리에 나가보니 양파 좀 갖다 먹으란다. 우리 양파도 있긴 하지만 구워 먹는 크기 외에는 안 될 것 같아 한기조씨에게 다섯 망을 부탁해 놓았다. 밀차를 가져가 우선 먹을 것을 반 망은 족히 되게 얻어다 놓으니 넉넉한 부자다. 2017-06-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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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하느님, 우리 눈으로 당신 정의 좀 보게 해 주십시오” 작년보다 양파를 배쯤 더 심었다. ‘작년에 다섯 망을 캤으니 올해는 열 망은 족히 나올 게고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 망씩 보내야지…’ 혼자 오져서 처음 자라오를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려가 보았다. 그러나 내 계획을 이미 알고 누가 심술을 부렸는지 비는 안 오고 잎과 줄기는 이미 누렇게 말라버렸다.... 2017-06-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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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람이 정치로 구원받고 정치로 멸망한다’는데… 스무날을 두고 미세먼지와 송화가루가 쌓인 거실 바닥을 맨발로 걸을 때, 그 푸석하고 미끄러운 감촉은 내게 파충류를 맨손으로 쓰다듬는 기분이다. 나는 먼지 하나 없는 나무 바닥을 맨발로 걷기를 좋아 하기에 보스코더러 빨리 청소하자고 했더니, 먼지가 싫으면 자기처럼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 된단다. 그러다 먼지가 더 많아지면 구두를 신고, 더욱더 쌓이면 장화나 (서부활극에 나오는) 목이 긴 가죽 부츠를 신자고 할 게다. 2017-06-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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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고향산천’에서 밥만 7년, ‘선운각’에서 6년을 설거지… 맑음보스코의 옷을 다리미질 하고 넥타이를 찾아놓고 구두는 깨끗이 닦아 놓았다. 교황청 갔다 온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청와대에 들어간다는 남편을 말끔히 단장시켜 아주 비싼 차(지하철)로 모셨다. 내가 자기를 태우고 청와대를 같이 가리라 생각하고서 내 이름과 차량번호도 등록해 놓았다지만, 국사(國事) 2017-05-3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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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확실히 정치가 삶을 좌우한다! 보스코가 로마에서 갖다 준 선물 보따리 빨래는 남편이 돌아왔다는 신호다. 꼬질꼬질한 빨래가 혼자 보낸 시간이 별루였다고 말한다. 흰 빨래를 삶으며 아마 그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으리라 여기며 은근히 뻐겨본다. 실은 그가 없기에 할 일이 적었는데도 왜 내 생활은 더 편하거나 더 신나는 일이 없었을까? 2017-05-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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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1978년 3월 1일 우이동 집으로 이사를 왔다. 광주 월산동 골목길 막다른 집 6만 원짜리 끌세방(10개월치)에서 시작한 신접살림에서 시작하여, 마 신부님께서 꿔주신 25만원으로 전세방으로 옮겼고, 다 허물어져 가던 집이지만 독채전세로 40만원에 얻었을 때는 집 전부를 우리 가족이 다 쓸 수 있다는 뿌듯함에 이 방 ... 2017-05-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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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세상을 바라보는 생생한 눈과 희망은 시드는 법이 없다’ 작년 가을 누군가 패랭이꽃 모종을 잔뜩 주어 문상 안길 오르는 길옆으로 주욱 모종을 심고, 식당채 앞에도 드문드문 몇 포기 꽂아 놓고, 그래도 남아 서울집 창문 밑에도 남은 것을 다 심어 놓았다. 새로 만든 밭이라 거름도 시원찮고 무엇보다도 집 공사를 하면서 시멘트 가루가 흙과 섞여 과연 그 독에 뿌리나 내... 2017-05-24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