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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평화를 빕니다, 당신과 당신의 나라에!” 2017년 8월 13일 일요일, 맑음, 빵고는 아침 첫 미사를 집전해야 한다고 서두른다. 우리에게는 서두르지 말고 11시 주임신부님이 집전하는 교중 미사에 참석하라며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랄리아 성지에서 전화가 왔다. 베르또네 추기경님이 휴가를 오셔서 그 성지에서 미사를 집전하신다면서 참석하러 올 테면 오라는 말씀이었다. 2017-08-1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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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성라우렌시오의 농담: “잘 익었으니 잡숫게나!” 2017년 8월 10일 목요일, 맑음, 오늘이 산로렌죠(라우렌시오 순교자) 축일이고 관자테 본당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산로렌죠 경당’이 있어 동네에서 경당까지 십자가의 길이 차려져 있다. 오늘은 경당에 모셔진 라우렌시오 순교자의 축일이므로 이 동네에서는 대축일이다. 경당 이 편에서 신자들이 40여명 모여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면서 십자... 2017-08-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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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교회도 장갑차와 기관단총으로 지켜야 하는 세상 2017년 8월 4일 금요일, 맑음빵고신부가 부탁하여 ‘우편배달부’ 안드레아가 우리를 말펜사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고 7시까지 성당 앞으로 오라고 했다. 10시까지 공항에 가면 되지만 오전에 할 일이 있다며 서둘렀다. 거기서 30분 걸리는 거리를 달려가 7시 30분에 도착하니까 12시 30분에 떠나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다섯 시간 가까이 기다... 2017-08-0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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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지식이 권력을 빛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조용해 마치 지리산 집인가 착각했다. 새로 지은 호텔이라선지 손님이 우리까지 여남은 되는지 아침도 우리 둘이 오붓이 먹었다. 느긋이 아침을 먹고는 관광도 노인답게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걷는 만큼만 걷자’고, ‘지치면 멈춰서 사람 구경이나 하자’고 마음먹으니 젊은 시절 같은 조바심도 사라진다. 2017-08-0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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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5프랑 동전에도 “주님이 보살펴 주시리라!” 간밤에 늦게까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엊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듯이 집안 전체가 시침을 뚝 떼고 정리정돈 되어 있다. 친구 남편 베아트의 솜씨다. 30여 명의 손님에게 성대한 만찬을 대접한 흔적은 아직 테라스에 차려진 식탁뿐. 2017-08-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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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새순은/ 아무데나/ 고개 내밀지 않는다” 동네 슈퍼 ‘미그로’에 가서 베이질 화분 한 개를 샀다. 스파게티를 하면 필수로 들어가는 향신료인데 빵기네 테라스 화단에는 없기에 오늘 심어 주었는데 잘 키울까 모르겠다. 꽃을 심거나 가꾸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어려서 부모가 식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심어줄 기회가 없어서이리라. 빵기가 한번은 전화를 해서 ‘지난 가을 쟌카를로 신부님이 주신 마늘이 말라서 화분에 던져 놓았더니 싹이 나는데 한 구석에 그냥 묻어주면 되느냐?’고 물어왔다. 2017-07-3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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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너한테 너 같은 동생이 있다면 억울하지 않겠니?” 제네바에 도착한지 벌써 일주일. 며칠간 비와 천둥이 오락가락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아주 맑다. 낮 최고 기온이 27도 최저 기온은 17도. 피서객으로 살만 하지만 이곳도 열흘 전에는 낮에 36도까지 갔다니 믿기질 않는다.빵기 내외는 어제 우리와 리옹에 다녀와서도 자정이 넘도록 가방을 싸서 오늘은 함부르크로 ... 2017-07-2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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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난하고 싶지 않았지만 혼자 잘살고 싶지도 않았다” 자주 잠이 깬다. 머릿속의 프로그램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잠 잘 시간과 깨어 일할 시간의 경계를 잊고 자꾸 일어나 무슨 일인가 하라는 것 같다. 2시 반에 일어났다 다시 눕고 4시에는 아예 일어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에 쓴 「운명」을 읽는다. 2017-07-2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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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형제는 단 둘이다’ 어젯밤에는 천둥번개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하느님이 신나게 폭죽놀이를 하시다가 물놀이까지 하셨다. 당연히 날씨는 추웠다, 영상 18도! 낮의 온도가 28도가 안 된다. 서울에서 비오듯한 땀에 ‘아구 더워!’를 달고 살았는데 여기서는 ‘창문 좀 닫아야지’ 하는 걸로 봐서는 더위를 피서해 잘 왔다. 2017-07-24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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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주님의 가난을 받아들여 자유롭게 하소서’ 스위스로 가져갈 짐으로 집안 전체가 폭탄 맞은 꼴이다. 가방 큰 것 두 개, 핸들링 가방 두 개로 세 달 가량 사는 짐을 모두 싸는 게 힘든 일이라, 집안에 여기저기에 펼쳐두고 더 필요한 물건부터 챙기는데 사실 이렇게 가져가서는 한 번도 안 입고 가져오는 옷도 있고, 하릴없이 많이 가져간 물건은 애물단지가 된... 2017-07-21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