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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찰마다 스님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면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제주는 비, 제주교구청 주최로 각 본당 지도자들에게 열어 놓은 ‘사회교리학교’에 보스코가 강사로 초대받아 다시 비행기를 탔다. 유럽에서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말이다. 제주야 탔나 보다 했는데 벌써 도착. “빵기 빵고 찾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딱 요만큼이면 좋겠다”는 보스코의 말. 그럴라치면 제네바나 로마를 제주도로 끌어다놓는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2017-10-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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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역사를 지은 ‘대목’은 사라지고 ‘시다’만 살아남아…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맑음, 날씨도 선선하고 하늘은 푸르고 높아 걷기에 딱 좋은 날.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걷자고 아무리 졸라도 일이 바쁘다는 보스코를, 미루의 애교에 찬 전화목소리를 힘입어,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2017-10-16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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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이나라의 ‘착한 사마리아사람들’은 ‘종북좌빨’로 욕먹어 왔다 2017년 10월 9일 월요일, 맑음, 성심원의 아침엔 은행나무가 있고 은행을 줍는 늙은 여인이 있다. 몽둥가리손에 세 개 남은 손가락으로 은행을 주워 두 손가락으로 든 검은 봉지에 담는다. 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먼산을 가리우고 강건너 고속도로에서 미친듯이 달려가는 차들은 마치 목적지도 모르는체 앞차가 달려가니까 따라서 달리고 뒷 차가 따라오니 그저 달리는 형국이다. 우리 가여운 인생 같다. 2017-10-11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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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하느님 모상들인데 어련하랴만 역시 모든 만남은 은총이다 2017년 9월 30일 토요일, 맑음, 어제 일기를 바르샤바 공항 라운지에서 썼다. 일기를 쓰기는 했는데 올리는 일이 문제였다. 세계 여러 공항을 다녀도 우리 인천공항만큼 여러 면으로 편리한 데가 없다. 쇼팽공항의 와이파이로 글을 올리려고 한참 고생하다가 라운지 앞 의자에 앉은 한국인 청년에게 ‘멜을 보내야 하는데 안 올라가니 좀 도와줄 수 있느냐’ 물었다. 2017-10-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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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누구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수도원 2017년 9월 25일 월요일, 맑음, 내일 여행길에 오르면 언제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싶어 빨래터에 다시 갔다. 세탁기가 세 대, 빨래걸이가 다섯 개, 다리미대가 셋. 그런데 남자만 40여 명이 빨래를 해 입고 살아야 하니 언제나 북적거리고, 차례가 와도 세탁기 중 성한 건 사실상 하나뿐이니 부지런해야 옷에 때깔이라도 난다. 세탁기 중 맨 왼쪽 게 ... 2017-09-27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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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이곳이 천국이어서 우리는 떠나야 한다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맑음, 어제 밤늦게 돌아와 일기를 쓰고 나니 새벽 두시. 정대사님이 말로는, 일본에서는 10년 동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많고, 따라서 10년 동안 쓰는 일기장을 문방구에서 판단다. 그러면서도 일본인들은, ‘10년 일기 쓰는 그런 사람들은 천성이 독종이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시쳇말을 하더란다. 2017-09-2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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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저 젊은이들이 나이든 후 자기 모습을 그려보게 만드는 모범답안 2017년 9월 20일 수요일, 맑음, 먹고 노는 것도 일이다. 매일 사람을 새로 만나고 함께 먹고 얘기를 나누고 웃다 돌아오면 휴천재 텃밭 돌보는 일보다 더 피곤하다. 그러니 놀자 해도 저력이 있어야 논다. 그래서 디스코텍은 20세 전후의 청년들만 입장이 가능하단다. 잔카를로 신부님 여동생 요안나 아줌마가 디스코텍 앞에서 친구 둘과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2017-09-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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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너무 가난해서 나눌 것이 많은 사람들 2017년 9월 19일 화요일, 맑음, 밤새 하늘을 뒤흔들며 소나기가 오다 멈추다를 되풀이했다. 이곳에서는 비도 사람들을 닮아 소란하다. 앞서 가는 차의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손을 길게 내밀고서 옆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도 흔들어 대서 행여 사고가 날까 걱정됐다. 2017-09-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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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사람은 땅을 닮고 땅은 지세대로 사람을 키워낸다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흐리다 움부리아는 소나기, 아래층 할머니가 할아버지 정기 검진 땜에 고향을 다녀왔다며 당신이 올 봄에 딴 체리로 담그신 그라파를 한 병 주신다. 혹시 우리가 가버리고 없을까봐 걱정했다며 수줍게 내미는 할머니 손을 꼭 잡았다. 2017-09-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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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밥상도 정치식견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야 유쾌하다 2017년 9월 14일 목요일, 비유종의 미를 거두려는지 마지막 날까지 비가 내린다. 내일 우리가 떠난다고 이레네가 점심준비를 했다. 마리오네 바로 옆에 별장을 두고 트레비소에서 심장전문의를 하는 프란체스코와 디아나 부부도 초대를 받아 왔다. 예전 세레나 생전부터 우리와 아는 사이고, 어느 핸가 그가 낚시질해온 농어를 세레나가 맛있... 2017-09-15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