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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남자루 태어난 게 베슬인데…’ 보스코는 ‘이게 종교냐?’ 운동 창립 준비회의를 하러 간다고 서대문으로 갔다. 지난 수년간 개신교는 황당한 기득권 편들기와 목사세습과 성직자의 거액횡령으로, 가톨릭은 몇몇 교구의 수익사업에 의한 부작용과 복지단체 종사자들의 각종 사고로, 불교는 총무원의 비리와 종권을 쥔 승려들의 일탈행위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줘야 하는’ 참담한 정황에 뜻있는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대안을 찾는 모임인가 보다. 2018-01-0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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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성조기 들고 다니는 늙은이들이 어린이 통일그림 인공기를 욕하다니! 작년 대선 투표기간 중에 내가 함양 휴천에서 민주당측 ‘참관인’ 자리에 앉아 있는데 민주당 지역담당자가 면사무소로 찾아왔다. 수고하신다는 말과 함께 이웃마을 할머니들을 찾아온 한국당 운동원이 포스터를 그려서 들고 다닌다며 견본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이 문맹인 할머니들에게 시청각 교육밖에 없으니... 2018-01-0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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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오라버님의 ‘하느님 걱정’과 아우님의 ‘하느님 땡큐’! 2018년 1월 1일 월요일, 맑음, 1월 1일 새해 첫 시간을 성당에서 맞이했으니 올해는 일 년 내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주님에 집에 가자 할 때 내 마음 몹시 기뻤노라, 내 마음 몹시 기뻤노라.” 시편의 어느 구절이다. 자정미사 중 성당 불이 다 꺼지고 묵상을 했다. 2018-01-0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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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난생 처음으로 발견한 ‘희망’이란 단어 2017년 12월 27일 수요일, 맑음, 리따네 아파트 14층에서 보는 영산호로 떠오르는 태양은 찬란하다. 나는 추워서 웅크리는데도 리따는 워낙 에스키모족 출신인지, 발도 덥다고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잠을 잔다. 추워서 일찍 일어나 거실에 나왔다 아예 집을 통째로 난방해줄 태양을 내가 불러냈다. 2017-12-29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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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다른 사람을 등쳐먹지 말고 여러분이 밥으로 먹히십시오!” 아침 청소를 마무리하는데 ‘한마당’ 출판사에서 오늘 막 출간한 책 「우리 아버지」를 갖고 역자인 보스코를 찾아왔다. 분도출판사와 협약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전집 일부라도 라틴어 원문에서 번역하겠다며 그 일에 올인하고 있기에 그 밖의 일은 좀처럼 손을 대지 않는데 오랜만에 이 작업을 했다. 2017-12-22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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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한 여자를 ‘내 살 중에 살, 내 뼈 중에 뼈’라고까지 느끼려면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맑음, 서울에도 인천에도 용인에도 눈이 많이 왔다며 친구들 모두가 좋아한다. 다들 강아지띤가 보다. 눈이 오면 하늘을 보며 겅중거리고 누구라도 만나면 ‘눈도 오는데 우리 친구해요’라며 얼굴을 핥겠다고 뛰어오른다. 2017-12-20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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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따순 잠자리’ 적선도 큰 적선 새벽(아침) 미사를 가려고 나서니 코가 싸하니 시리다. 코야 마스크로 막아도 추운데만 나가면 줄줄 흐르는 눈물은 어떻게 할지 도리가 없다. 눈물 흐르는 골을 타고 얼굴에 얼음이라도 얼 것 같다. 밭에 남아있던 모든 생명들도 자세들 낮추고 동장군이 지나가주기만을 기다린다.신부님도 음정마을에서 내려오시... 2017-12-18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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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 한 사람이라도’로 봉재언니가 ‘쭈쭈빵빵’ 시절의 사진을 보내줬다. 처녀 적에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을 얼마 전 반세기 만에 만났는데 추억의 사진들을 보내왔더란다. 알에서 갓 부화한 듯한 고만고만한 중학생들의 귀여운 모습이 60여 명. 보스코에게 보여주니 “그때는 한 반에 아이들이 참 많았어. 우리 서석초등학교(광주) 6학년만도 한 반에 70여 명 되었을 걸. 그해 6학년이 13반, 졸업생이 900여 명이었던 걸로 기억나. 2017-12-15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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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아련한 기억속에 ‘가지 않은 길’을 담은 한 장의 흑백사진 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눈. 요즘 잊고 잃고 하는 게 한 둘이 아니다. 어젯밤 비비안나네 가서 미사 후에 누군가 가방을 두고 왔다고 가방 주인을 찾는 카톡이 교우들 카톡방에 떴다. 아무도 ‘내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칠칠맞게 놓고 다닌다고 눈총 받을까 나서기가 부끄럽겠지.’ 했는데 바로 내 가방이었다! 2017-12-13 전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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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떠나는 ‘뒷모습’을 멋지게 보여주자고…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 먼 데서부터 쏠쏠한 겨울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스산하다. 서울엔 눈이 많이 내려 쌓였다고,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엽엽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이런 날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싫어 머리맡에 둔 ‘환경연합’ 잡지를 뒤적인다. 지구의 미래도 우울한데, 우리나라가 환경에 투자하는 ... 2017-12-11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