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천재일기] ‘서지현 검사를 격렬하게 응원한다!’ 2017년 1월 29일 월요일, 맑음, 노 목사님이 여러 번 공지를 보냈다, 오늘 11시 40분에 실상사에서 ‘지리산종교연대’ 모임이 있다고, 신년인사도 나누고 상임대표셨던 오 신부님이 서울로 가신 후 그 자리도 채우고 대표단도 구성해야겠다고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2018-01-31 전순란
-
[휴천재일기] 요즘은 천사도 차를 운전하고 다닌다 날씨가 추워도 하늘이 맑으니 기분이 좋다. 집밖이 전부 대형 냉장고여서 냉동실이 따로 필요없다. 냄비건 김치통이건 자리를 찾아 마당 한쪽에 놓아두고 길냥이 입질만 피하게 야물게 닫아 내놓으면 그만. 2018-01-29 전순란
-
[휴천재일기] 사람은 겨자씨를 뿌리고 하느님은 아름드리로 키우시고 보스코에게 옷을 겹겹이 입히고, 목에 머플러를 돌돌 말아 올려 코와 귀까지 덮어주고, 머리엔 모자를 씌우고 나니 그의 작은 키에 동글동글 여지없이 눈사람이다. 장갑에다 마스크에 털구두도 신겨 대문을 나서는 그에게 뒤에서 소리친다 2018-01-26 전순란
-
[휴천재일기] ‘우리의 1987’과 ‘그니의 1987’ 오늘 온다던 친구가 있어 밤에 몇 번이나 나가서 눈을 치웠다. 눈이 쌓이고 쌓인 눈은 한번 얼면 이집 안주인의 고집을 닮아 겨우 내 녹지 않을 꺼다. 5년 전, 우리 집 집사가 겨우내 눈을 치워 단감나무 밑에 쌓아 놓아 3월에 복수초가 눈을 비집고 나와 노오란 얼굴을 내밀고 나서야 감나무 밑에서는 겨울이 갔다. ... 2018-01-24 전순란
-
[휴천재일기] 실상사 ‘인드라망공동체’를 아시는지? 도시에서 미세먼지로 어지간히 시달리는 친구들이 나 사는 산속에라도 무슨 밝고 시원한 소식이 있을까 가끔 전화를 한다. “거기는 어때 산이니까 그래도 공기가 맑지?” ‘천만의 말씀! 여기 역시 같은 하늘 아래에 산이기에 손바닥만 한 나라에서는 여기도 거기와 마찬가지야’ 하려다가 그래도 좀 위로가 되라고 “음, 좀 낫긴 해” 2018-01-22 전순란
-
[휴천재일기] 아이 떼어 놓고 먼 길 오르는 엄마 심정, 이제는 딸이 촛불이 사위어간다. 방구석에 켜둔 촛불은 내내 자신을 살라 빛을 밝히고는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촛심이 힘없이 작아지다가 마지막엔 펄럭 여린 소리와 함께 끝을 냈다. 2018-01-19 전순란
-
[휴천재일기] 본적을 경기도에서 전라도로 옮긴 사연 2018년 1월 15일 월요일, 맑음, 눈이라도 내리면 떠날 길이 어려울까 뜰에 나가 살폈다. 시나브로 내리는 비에 이미 내렸던 눈이 촉촉이 녹아들고 있다. 디딤돌에 얼어있던 얼음도 저절로 녹아서 사라지고 화산석의 까맣고 단단한 겨울이 거기 웅크리고 있다. 2018-01-17 전순란
-
[휴천재일기] “우리 촛불이 기다리던 사람이 당신인가요?” 2018년 1월 10일 수요일, 맑음, 시골 살면 이웃 어메들이 자기 집을 들여다 볼 때마다 그냥 빈손으로 안 보내고 뭔가 손에 들려준다. 그게 집에서 만든 두부일 때도 있고, 가을 내 아픈 다리 끌며 산비탈을 기면서 산 골짝 다람쥐처럼 한줌씩 모아온 도토리를 껍질을 까고 갈고 짜고 녹말을 가라 앉혀 말려두 2018-01-12 전순란
-
[휴천재일기] 우리 땜에 정말 조마조마하시다는 교황님 2018년 1월 9일 화요일, 흐림,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질 날씨다. 어제 밤에 마당에는 사르륵 여름 홑이불 덮듯이 눈이 내렸는데, 먼 산봉우리에는 혹시 멋진 설경이라도 기대하며 서쪽 창 커튼을 열었다 별 볼 일 없어 실망을 했다. 2018-01-10 전순란
-
[휴천재일기] 모든 만남은 헤어짐으로 끝난다 2018년 1월 7일 일요일, 흐림,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도 사람들이 나와 작별하러 모여서 웃으며 얘기하고 맛나게 먹고 즐겁게 놀다 헤어지면 좋겠다. ‘그 여자 꼴 안 봐서 시원하다!’가 아니고 ‘참 편히 갔구나. 나도 잘 살아 그곳에 가면 오늘 이 얼굴들과 만나 반갑겠지.’ 하는 마음으로… 2018-01-08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