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천재일기] 유목민 인생의 기본은 ‘짐을 가볍게 하기’ 2018년 2월 21일 수요일, 맑음, 빵고가 제주도로 터를 잡으러 떠나는데 유목민의 기본이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라면서 엄마가 와서 자기 짐을 좀 가져가달란다. 한 사람의 살림이 서너 개 보따리면 결코 많은 게 아닌데… 2018-02-23 전순란
-
[휴천재일기] 하느님께 포로 된 사람들의 종신 교도소 한목사가 전화를 해서 ‘잘 다녀오라’고 한다. 아들이 와서 혼줄을 놓았던지 ‘나 어딜 가야 하는 거야?’물으니, ‘너 여동문회 장학회에 가야 해’라는 친구 대답. 며칠 전까지 동기들에게 꼭 가자고 전화까지 해놓고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남편 앞에서 늘 ‘멀티 기능’을 자랑하는 여자도 아들 앞에서는 ‘모노 기능’으로 퇴보하고 만다. 2018-02-21 전순란
-
[휴천재일기]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보라! 서영아, 보라!” 우리 성당 9시 어린이 미사는 날이 갈수록 모양을 달리한다. 처음에는 ‘전례’에서 ‘축제’로 바뀌더니 이제는 ‘축제’에서 아예 ‘놀이’로 변하는 중. 성스럽고 경건하기만 한 미사에 익숙한 어른들은 문화적응이 안돼서 어리둥절할 게다. 어린이들의 관심을 모으려는 생각에서 커다란 제병을 쓰는데 “그리스도의 몸!”하며 성체를 들어 올리면 사제 얼굴이 아예 안 보인다. 2018-02-19 전순란
-
[휴천재일기] 음력 마지막 날에 뒤돌아보는 한 해도 애오라지 사랑받은 은총의 세월 2018년 2월 15일 목요일, 맑음, 이사야는 늘 엽렵하고 남을 배려하여 어제처럼 산을 내려오는 길에도 자기가 먼저 서둘러 내려가 ‘명상의 집’에 세워둔 차를 끌어다 등산로 입구에서 우릴 기다리겠다고 앞장섰다. 2018-02-16 전순란
-
[휴천재일기] ‘아빠 아니고 엄마를 닮은 게 비극의 시작이지요’ 산너머로부터 눈이 마을 찾아 내려왔다. 동네에 와서는 잠깐 멈추고 서성거리다 돌아서서 강쪽으로 간다. 그래서 휴천강(休川江)이다. 마천(馬川)에서 말떼처럼 여울져 흐르던 강줄기라도 우리집 앞에선 얌전히 쉬었다 숨을 고른다. 2018-02-14 전순란
-
[휴천재일기] 남북단일팀 공동입장, 문대통령 개막선언, 김연아의 성화점화에 박수를 보내며… 한밤중에 난방보일러 물탱크가 있는 집 뒤의 언덕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는지 다리가 뻐근하고, 열댓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 나르느라 팔이 아프다.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내가 못하면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데 산속에서는 빌릴 손도 없으니 스스로 배워 익혀야 한다. 이렇게 집안일 전부에 통달하다 75세쯤에는 ‘집안일 모든 문제 해결’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라도 낼 수 있겠다. 2018-02-12 전순란
-
[휴천재일기] 개띠에 ‘황금개’로 등극한 명판사 2018년 2월 6일 화요일, 맑음, 젊음이 좋기는 좋다. 간밤에 우리는 10시 반에 친교시간의 자리를 떠서 각자 방으로 흩어 졌지만 젊은이들은 그곳에 남아 그때부터 자기끼리의 친교를 시작했는지, 일기를 쓰다 들으니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우리 방 앞을 지나 자러갔다. 2018-02-09 전순란
-
[휴천재일기] ‘유전무죄’ 사법부에 대한 분노 유전무죄! 사법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의 뿌리를 절감하는 한 나절의 분노! 저녁 기도에서 시편을 읊었다. “악인들 위에 숯불과 유황을 퍼 부으시리니. 악인들이 아무리 꽃필지라도 우리는 그들의 종말을 알기에 낙담하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내 이 눈으로 주님의 정의를 보리라” 2018-02-07 전순란
-
[휴천재일기]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한다. 아직 살았든 죽었든…’ 먼 산엔 흰 눈이 내렸지만 정작 휴천재 테라스와 마당은 이탈리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빤도로 에 뿌린 가루설탕 만큼만 흩뿌려져 바람이 한 번 찍어 먹으면 곧 흩어져 사라진다. 갑자기 다시 추워진 날씨로 벽난로에 나무를 많이 넣었는데 아래층 전체에 연기 냄새가 심하게 나서 고민이다. 2018-02-05 전순란
-
[휴천재일기] ‘엄마란 아플 권리도 없는 여자’ 2018년 1월 31일 수요일, 맑음, 어제 밤부터 내린 눈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 행복에 겨운 우리 대모님은 전화와 카톡으로 계산동 산허리 수녀원에 내린 눈을 실어 날랐다. 보스코의 영명축일을 축하하며, 77세 그 나이에도 눈처럼 때 묻지 않은 소녀가 대모님 안에 살아 인생을 저토록 밝게 살아가신다.우리 귀요미 미루도 ‘효소절식 피정... 2018-02-02 전순란